Vetements를 공동 창업하고 Balenciaga를 이끈 뒤 Gucci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패션 디자이너.
자기가 만든 유행도 예상하지 못했던 Demna는 어떻게 패션의 다음 욕망을 계속 만들었을까?
#1Balenciaga가 Triple S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은 신발을 보자마자 반응했다.
#2너무 크다. 둔하다. 못생겼다. 아빠가 신을 것 같은 운동화 여러 개를 겹쳐놓은 것 같았다.
#3그런데 그 신발이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이후 비슷하게 두껍고 거대한 운동화가 곳곳에서 등장했고, Triple S는 2010년대 후반의 이른바 ‘ugly sneaker’를 대표하는 신발 중 하나가 됐다.
#4여기까지라면 Demna가 대중이 무엇에 열광할지 정확히 계산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5실제로는 아니었다. Balenciaga는 그 정도 수요를 예상하지 못했다.
#6생산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Demna 자신도 자신의 신발이 그렇게 커질 줄 몰랐다.
#7이상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지 정확히 예측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이 곧 원하게 될 것을 계속 먼저 만들 수 있었을까?
#8그 답을 찾으려면 Triple S보다 한참 전으로 가야 한다. 그때 Demna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9패션계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10Demna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좋은 출발처럼 보인다.
#11그런데 정작 그는 자신의 졸업 컬렉션을 훗날 거의 끔찍한 수준이었다고 기억했다.
#12취업도 잘되지 않았다. 파리와 뉴욕, 밀라노의 패션회사들에 계속 지원했다.
#13그가 기억하는 포트폴리오 숫자는 약 90개였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결국 Demna는 이런 생각까지 했다.
#14자신은 이 업계에서 직장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이 시절 Demna보다 먼저 그의 옷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
#15동생 Guram이었다. Demna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Guram은 형의 졸업쇼 백스테이지에 있었다.
#16그리고 어느 날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열리는 패션 콘테스트 ITS를 발견했다.
#17정작 Demna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경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의 컬렉션에도 자신이 없었다.
#18Guram은 달랐다. 동생은 형의 지원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챙겨 대신 제출했다.
#19Demna는 파이널리스트가 됐다. 그리고 우승했다. 상금은 1만3000유로.
#20그 돈으로 학비 1년치를 낼 수 있었다. 동생이 형보다 먼저 형에게 베팅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21하지만 취업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Demna가 Martin Margiela에게 조금 이상한 지원서를 보냈다.
#22패션 포트폴리오를 고급 상자에 담은 것도 아니었다. Domino's 피자 박스에 자신의 리서치를 넣었다.
#23열흘 뒤 연락이 왔다.
#24Demna에게 Maison Margiela는 사실상 두 번째 학교가 됐다.
#25그리고 훗날 사람들이 Demna다운 것이라고 부르게 될 작업 방식의 뿌리도 이곳에 있었다.
#26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27이미 있는 옷을 볼 수 있었다. 자르고, 뒤집고, 크기를 바꾸고, 다른 재료와 붙이고, 전혀 다른 맥락으로 옮길 수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28Demna가 훗날 ‘못생긴 패션’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Margiela는 이미 그보다 오래전에 아름다움과 완성품에 대한 기존 기준을 흔들고 있었다.
#29Prada도 전통적인 미의 기준 밖에 있는 색과 형태를 패션으로 가져왔다.
#30oversized도 Demna가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Demna는 오히려 이런 계보 한가운데에서 배운 사람이었다.
#31Margiela에서 3년 넘게 일한 뒤에는 Louis Vuitton으로 갔다.
#32조건은 더 좋아졌다. 직책도, 급여도, 생활도 나아졌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의 삶이었다.
#33그런데 Demna는 그곳에서 이상한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34Demna와 주변 디자이너들은 퇴근하고 모이면 패션업계에 대한 불평을 했다.
#35컬렉션은 계속 만들어야 했다. 상품도 계속 나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사람들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만들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36좋은 월급을 받고 멋진 회사에 다니는데도 뭔가 답답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자기들끼리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37그게 Vetements였다. 처음부터 거대한 사업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38부업에 가까웠다. 돈도 없었다. 첫 컬렉션을 위한 제대로 된 쇼를 열 여유조차 없어 Demna의 아파트에서 룩북을 찍었다.
#3927명 정도의 바이어가 찾아왔지만 매장들은 이름도 없는 신생 브랜드에 큰돈을 걸기를 주저했다.
#40Demna도 겁을 냈다. 자기 브랜드를 제대로 시작했다가 파산하면 어떡하나.
#41그때 다시 Guram이 등장했다. 동생은 형의 컬렉션을 봤다. 그리고 형에게 말했다.
#42자기 브랜드를 해야 한다고. 이걸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학생 시절 형 몰래 대회 지원서를 냈던 동생이 이번에는 형이 겁내는 회사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43역할도 자연스럽게 나뉘기 시작했다. Demna는 옷을 만들었다. Guram은 Excel을 열었다.
#44Vetements 하면 가장 유명한 물건 중 하나가 DHL 티셔츠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익숙한 택배회사 로고.
#45그것을 런웨이에 올리고 수백 달러에 팔았다. 멀리서 보면 패션계 전체를 조롱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개념미술처럼 보인다.
#46시작은 훨씬 사소했다. Vetements는 작은 회사였다. 해외로 샘플을 보내는 배송비도 신경 써야 했다.
#47Guram은 직원들에게 급행 배송을 자제하라고 계속 말했다. 비싸니까. 사무실에서는 매일 DHL 이야기가 나왔다.
#48DHL. DHL. 또 DHL. 그러다 Demna가 거의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 거의 DHL 직원 같으니 DHL 티셔츠라도 만들자고. 아이디어는 금방 나왔지만 실제 상품을 만드는 일은 달랐다.
#49Guram은 DHL과 연락해 라이선스를 받아야 했다. 승인까지 몇 달이 걸렸다.
#50결국 만들어진 티셔츠는 250장 정도였다. 그리고 일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51사람들이 미친 듯이 이야기했다. DHL CEO까지 그 티셔츠를 입었다. 가짜 제품이 쏟아졌다.
#52Guram은 거리 사진을 보다가 Vetements가 실제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DHL 티셔츠가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낄 정도였다.
#53상품은 250장뿐인데 이미지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생긴다.
#54Vetements는 DHL 티셔츠 하나로 갑자기 뜬 브랜드가 아니었다.
#55Vetements는 이미 LVMH Prize 파이널에 올라가 있었다. 파리의 Le Dépôt 지하에서 쇼를 열었을 때는 공간도 근사하지 않았다.
#56관객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았고, 패션쇼 장소라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57그런데 그곳에 Kanye West까지 와 있었다. 업계 사람들은 이미 Vetements를 보고 있었다.
#58후디. 해체해 다시 붙인 Levi's 청바지. 거대한 재킷. 유니폼 같은 옷들.
#59즉 DHL은 성공의 시작이라기보다 이미 생겨난 관심을 대중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증폭기에 가까웠다.
#60그렇다면 사람들이 DHL 전에 보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걸 단순히 ‘추함’이라고 부르면 Demna가 하는 일을 놓치게 된다.
#61Demna가 계속 집어 든 물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62DHL 로고를 보면 택배회사가 떠오른다. 보안요원의 옷을 보면 그 사람의 역할을 알아차린다.
#63낡은 청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아빠가 신을 것 같은 투박한 운동화도 익숙하다.
#64그런데 그 물건이 파리 런웨이에 올라가면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저게 왜 저기 있지?’
#65이미 머릿속에 있던 의미와 새로운 맥락이 충돌한다. DHL 직원복처럼 보이는데 명품이다.
#66중고 청바지처럼 보이는데 천 달러가 넘는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운동화인데 세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67그래서 Demna의 옷은 인터넷에서도 유난히 강했다. 사진 한 장이면 논쟁이 시작됐다.
#68이게 패션이야? 사기 아니야? 천재인가? 그냥 못생긴 거 아닌가? Demna는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ugly라고 부르는 것을 꼭 모욕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69그에게 흥미로운 것은 기존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합의하지 않은 곳에서 다른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었다.
#70그러나 그의 감각이 Margiela에서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었다.
#71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옷은 Demna에게 조금 특별한 물건이었다.
#72Demna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Guram을 낳으러 병원에 가고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73그러면 부모의 옷장을 열었다. 옷을 꺼내 입고 혼자 패션쇼를 했다. 옷을 바꾸면 사람이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74큰 옷도 아주 익숙했다. 형제나 사촌에게 물려받은 옷은 몸보다 컸다. 부모가 새 옷을 사더라도 몇 년 더 입을 수 있도록 큰 사이즈를 고르곤 했다.
#75십대가 된 뒤에는 자신의 몸을 숨기려고 큰 옷을 입기도 했다. 그렇다고 훗날 Demna의 oversized 실루엣을 전부 어린 시절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76그는 Margiela에서도 거대한 비율을 배웠고, Balenciaga의 아카이브에서는 Cristóbal Balenciaga의 압도적인 볼륨을 다시 만났다.
#77Demna 자신의 설명 속에서도 이 경험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층으로 겹쳐 있다.
#78그중 가장 거대한 층 하나는 전쟁이었다. 1990년대 초 압하지야 전쟁이 벌어지자 가족의 집은 폭격을 당했다.
#79결국 가족은 수후미를 떠나야 했다. 차가 더 갈 수 없는 곳부터는 걸어야 했다.
#80문제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산길을 걸을 수 없었다. 가족에게는 총이 있었고, Demna의 어머니는 그중 한 자루를 팔아 말을 구했다.
#81할머니를 태우기 위해서였다. 어린 Guram은 피란 과정의 헬리콥터에 올라탔을 때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82뒤쪽에 짐과 함께 앉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83엄마가 왜 울고 있는지였다. 이 전쟁이 DHL 티셔츠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84Triple S의 직접적인 원인도 아니다. 하지만 Demna의 옷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큰 옷, 유니폼, 보호, 소속과 비소속 같은 감각이 아무런 개인적 기억 없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85그리고 Demna는 결국 Vetements에서 그 감각을 세상이 보게 만들었다.
#86그런데 다음 제안은 차원이 달랐다.
#872015년 Demna는 Balenciaga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됐다.
#88이 조합은 당시만 해도 꽤 이상했다. 한쪽에는 Cristóbal Balenciaga의 정교한 쿠튀르 유산이 있었다.
#89다른 쪽에는 후디와 DHL 티셔츠를 만들던 Vetements의 디자이너가 있었다.
#90Demna는 둘 중 하나를 버리지 않았다. Cristóbal의 구조와 거대한 볼륨을 깊게 파고들었다.
#91그리고 그 안으로 자기 시대의 옷을 집어넣었다. 파카. 레깅스. 후디. 스니커즈. 거리에서 볼 법한 물건들. 그 결과 중 하나가 Triple S였다.
#92여러 종류의 운동화 구조를 겹쳐 만들어낸 거대한 신발. 사람들은 또 물었다.
#93‘저걸 누가 신어?’ 그리고 사람들이 신기 시작했다. 아주 많이. Demna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94아이디어가 크게 반응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거대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95Vetements에는 Guram이 있었다. Guram은 주문량과 생산량을 관리했고 일부러 수요보다 적게 공급하려 했다.
#96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무조건 다시 만들지 않았다. 한 장 더 만들어 세일하는 것보다 한 장 덜 만들어 품절시키는 편을 택했다.
#97Balenciaga에서는 훨씬 큰 조직이 그 역할을 해야 했다. Cédric Charbit와 Kering의 조직은 Demna가 만든 제품을 실제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했다.
#98Triple S처럼 처음에는 수요조차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해야 했다.
#99그리고 숫자가 움직였다. 2019년 Balenciaga의 연매출은 10억 유로를 넘어섰다.
#100Vetements 한 번이었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규모도 역사도 전혀 다른 Balenciaga에서도 다시 일이 벌어졌다.
#101Demna는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됐다. 그렇다고 그가 이 시대 모든 것을 발명한 것도 아니었다.
#102같은 시기 Virgil Abloh는 Off-White와 Louis Vuitton에서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103Supreme은 이미 로고와 희소성, 드롭 문화를 거대한 욕망으로 만들었다.
#1042015년 Gucci에서는 Alessandro Michele가 완전히 다른 미학으로 사람들의 화면을 장악하고 있었다.
#105Demna는 혼자 시대를 만든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 시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싸울 수 있는 경계를 계속 찾아낸 사람에 가까웠다.
#106명품인가 작업복인가. 아름다운가 못생겼나. 새것인가 중고인가. 진지한 패션인가 농담인가.
#107그 경계에서는 합의가 깨졌다. 합의가 깨지면 사람들이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동안 Demna의 이미지가 퍼졌다.
#108한동안은 그것이 무시무시하게 강한 방식처럼 보였다. 그러다 2022년, 전혀 다른 종류의 논란이 터졌다.
#1092022년 Balenciaga 광고 캠페인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Triple S처럼 취향을 두고 싸우는 문제가 아니었다.
#110사람들은 광고가 윤리적 경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Balenciaga는 실제 위기에 빠졌다.
#111회사와 Demna는 사과했다. 내부 이미지 승인 절차도 다시 손봐야 했다.
#112직원들까지 고통을 겪었다. 이 사건을 ‘Demna는 욕을 먹을수록 더 유명해진다’
#113라는 공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신발을 두고 ‘못생겼다’고 싸우는 것과 브랜드가 신뢰를 잃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114Demna가 계속 건드려왔던 미적 경계와도 종류가 달랐다. 그의 커리어가 여기서 크게 꺾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115하지만 그는 Balenciaga에 남았다. 그리고 몇 년 뒤, 백스테이지에서 아주 오래된 사람이 다시 등장했다.
#1162024년 파리. Balenciaga 쇼가 시작되기 얼마 남지 않은 백스테이지에서 Demna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117뭔가 이상했다. Demna가 입으라고 준비해준 룩과 달랐다. 어머니가 자기 마음대로 옷을 바꿔 입은 것이다.
#118새 트렌치코트 밑에 다른 Balenciaga 스커트를 추가했다. 쇼 시작까지 약 5분.
#119Demna는 당황했다. “엄마, 진짜? 쇼 5분 전인데?” 어머니는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
#120아들이 이제 와서 스타일링을 다시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 Demna는 어머니를 다시 봤다.
#121그러더니 생각이 달라졌다. 어머니가 맞았다. 어린 시절 Demna가 몰래 열어보던 것이 부모의 옷장이었다.
#122전쟁이 나자 총을 팔아 할머니가 탈 말을 구했던 사람도 이 어머니였다. 수십 년이 지나 이제 아들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쇼 전체를 통제하는 사람이 됐다.
#123그런데 쇼 5분 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의 스타일링을 마음대로 고쳐 입고 있었다.
#124그리고 Demna는 인정했다. 그 편이 더 좋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Demna는 Balenciaga에서의 10년을 마무리했다.
#125다음 행선지는 더 컸다. Gucci였다.
#1262025년 Gucci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127Kering에서 가장 중요한 브랜드가 방향을 잃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이 필요했다.
#128그런데 Kering이 고른 사람이 Demna였다. 몇 년 전 Balenciaga에서 거대한 논란을 겪었던 바로 그 사람.
#129회사가 위험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위험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본 회사가 Kering이었다.
#130그런데 Kering은 동시에 다른 것도 10년 가까이 직접 봤다. Demna가 Balenciaga에 들어왔고,
#131브랜드의 역사적 코드를 버리지 않으면서 현재의 옷과 충돌시켰고, Balenciaga는 10억 유로가 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132그들에게 Demna는 ‘논란이 많은 신인’이 아니었다. 이미 자기 회사 안에서 거대한 브랜드 하나를 변화시킨 사람이었다.
#133Francesca Bellettini가 Gucci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Demna의 반응도 예전과 달랐다.
#134Vetements 때처럼 파산부터 걱정하지 않았다. 금세 흥분했다. 이미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135약 90개의 포트폴리오를 보내며 ‘나는 패션계에서 직장을 못 구할지도 모른다’
#136고 생각했던 사람의 반응과는 꽤 달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그가 Gucci에서 무엇을 만들고 있느냐였다.
#137Balenciaga에서 Demna를 상징하던 것은 거대한 옷과 거대한 신발이었다.
#138그런데 Gucci에서는 몸을 더 드러내기 시작했다. 관능성. 핏. 몸에 붙는 옷.
#139Gucci가 과거에 팔아왔던 섹스와 과시, 자신감. Demna는 Tom Ford 시절을 포함한 Gucci의 여러 시대와 코드를 다시 뒤졌다.
#140Balenciaga를 Gucci에 복사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단어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141FOMO. 패션은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그러니 필요하지 않은데도 갖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42그 물건이 없으면 무언가 놓치는 것 같은 느낌. 그 세계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느낌.
#143이 표현은 Demna의 과거를 알고 나면 묘하다. Vetements 시절 Guram은 제품을 일부러 적게 만들어 품절을 만들었다.
#144사람들은 구하기 힘드니 더 원했다. 그런데 지금 Demna는 Gucci에서 아예 자신이 만들어야 할 감정으로 ‘FOMO’를 말하고 있다.
#145그가 만드는 옷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욕망을 찾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146DHL 티셔츠와 Triple S만 놓고 보면 Demna는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것을 일부러 명품으로 만드는 디자이너처럼 보인다.
#147하지만 Gucci까지 놓으면 그 설명이 흔들린다. DHL과 Gucci의 관능적인 드레스에는 스타일상 공통점이 거의 없다.
#148Vetements의 후디와 Tom Ford 시절을 다시 읽는 Gucci도 전혀 다르다.
#149그런데 작업 방식에는 닮은 점이 있다. Demna는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찾는다.
#150DHL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Levi's가 어떤 옷인지 알고 있었다. Balenciaga라는 이름에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봤다.
#151Gucci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욕망으로 남아 있는지도 보고 있다.
#152그다음 그 의미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는다. 조금 이상한 곳으로 옮긴다. 비율을 바꾼다.
#153서로 부딪치게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다. 때로는 못생겨 보인다. 때로는 웃긴다.
#154때로는 사람들이 화를 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리에는 그와 비슷한 것이 늘어나 있다.
#155정작 Demna 자신도 그 과정의 규모를 항상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Triple S가 얼마나 팔릴지 몰랐다.
#156DHL 티셔츠 한 장이 얼마나 멀리 퍼질지도 몰랐다. 자기 브랜드 Vetements가 그렇게 빨리 커질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157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됐다. 아마 그래서 Gucci가 지금 그의 가장 흥미로운 시험일지도 모른다.
#1582026년 들어 Gucci의 매출 하락 폭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고, Demna가 내놓은 일부 신제품에도 초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159하지만 아직 Gucci가 부활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지금이기 때문에 질문이 남는다.
#160Demna는 정말 후디와 거대한 운동화가 유행하던 2010년대에 운 좋게 맞아떨어진 디자이너였을까?
#161아니면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다음 욕망을 조금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었을까?
#162첫 번째라면 Gucci에서 그의 힘은 끝날 수 있다. 두 번째라면 DHL도 Triple S도 결국 같은 능력의 서로 다른 모습이었던 셈이다.
#163그리고 이번에는 Demna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예전보다 훨씬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164사람들이 Gucci를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게 하는 것. 그 세계 안에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것.
#165이번에도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Demna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