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와 "The New Yorker" 표지로 사랑받은 프랑스 삽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일요일
#1여든일곱 살의 장자크 상페가 완벽한 일요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친구들과 자전거를 들고 기차에 오른다. 파리를 벗어나 시골역에서 내린다. 함께 페달을 밟는다.
#2점심때가 되면 누군가가 맛있는 식당을 안다고 한다. 그런데 한참 달려 도착했더니 문이 닫혀 있을 수도 있다.
#3별일 없는 하루다. 상페는 이런 일요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19년 "The New Yorker" 표지에도 그렸다. 그림 속 친구들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4그런데 인터뷰하던 사람이 물었다. 정말 이런 모임이 있었느냐고. 없었다. 상페는 친구들과 매주 일요일 자전거를 타는 모임을 만들려고 여러 번 애썼다. 하지만 친구들은 늘 바빴다.
#5결국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상페는 존재하지 않았던 하루를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가지고 있었다.
#6왜였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면 "꼬마 니콜라"의 웃는 아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7상페가 실제로 자란 집에서는 싸움이 그림처럼 끝나지 않았다. 양부와 어머니가 싸웠다.
#8어느 날 어머니가 상페를 불렀다. 양부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9어린 상페가 달려들어 그를 때렸다. 양부가 커다란 주먹을 휘둘렀다. 상페는 피했다.
#10주먹은 벽을 때렸다. 수십 년 뒤 상페는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거기서 회복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11그런 사람이 고시니와 함께 만든 를 펼쳐보면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12여기서도 사람들은 정말 많이 싸운다. 아이들은 걸핏하면 주먹질을 한다. 부모도 다툰다.
#13그런데 아무도 심각하게 다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다시 논다. 부모는 다시 화해한다.
#14상페는 이 세계가 실제 추억을 충실하게 옮긴 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 발명한 것이었다.
#15두 사람이 가졌으면 했던 어린 시절에 가까웠다. 그러니 처음에는 답이 쉬워 보인다.
#16상페는 현실에서 갖지 못한 것을 종이 위에 만들었던 것 아닐까. 실제로 그런 일이 또 있었다.
#17어린 상페에게는 라디오가 있었다. 그곳에서 Duke Ellington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18상페는 훗날 그 음악이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기쁨을 주었다고 기억했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19문제는 피아노였다. 가난한 소년에게 피아노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20연필과 종이는 달랐다. 상페는 피아노보다 연필과 종이를 구하기 쉬웠다고 했다. 집에 돈도 보태야 했다.
#21그는 열두 살 무렵부터 그림을 미친 듯이 그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출발이었다.
#22평생 그림을 그리게 될 사람이었지만 상페는 나중에도 그림이 쉬워서 좋아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23오히려 너무 어려웠다. 완성된 그림은 몇 번 슥 그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 장 때문에 며칠씩, 때로는 몇 주씩 붙들고 있기도 했다.
#24가벼워 보이는 선을 만드는 일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피아노를 못 갖게 되었다고 음악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25상페의 종이 위에는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계속 나타났다. 그림은 하지 못한 일을 잠깐 해볼 수 있는 장소처럼 보였다.
#26그런데 상페의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종이 밖에서도 정말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7젊은 상페는 파리에서 그림으로 먹고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다 샹젤리제의 한 언론사에서 뉴욕에서 돌아온 젊은 남자를 만났다.
#28였다. 고시니가 말했다. 성게를 먹으러 가자고. 상페는 성게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29둘은 먹으러 갔다. 상페는 고시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들려줬다. 그리고 친구가 됐다.
#30나중에 상페는 고시니를 자신의 첫 파리 친구라고 불렀다. 그러고는 말을 조금 고쳤다.
#31사실상 첫 친구였다고. 둘이 처음부터 "꼬마 니콜라"라는 걸작을 만들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32상페에게는 Nicolas라는 아이 캐릭터가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만화로 만들어야 했다.
#33상페는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칸도 싫었다. 말풍선도 싫었다. 그는 그림에 공간이 필요했다.
#34그때 고시니가 Nicolas를 함께 해보자고 했다. 상페는 받아들였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35"좋아. 하지만 너와 함께 할 거야."
#361955년 두 사람은 Nicolas를 만화로 만들었다.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1959년 다시 기회가 왔다.
#37이번에는 둘이 방식을 바꿨다. 고시니가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썼다.
#38상페는 칸에 갇히지 않고 그 이야기에 그림을 붙였다. 1959년 3월 29일, 새로운 형식의 "꼬마 니콜라"가 신문에 실렸다.
#39이번에는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상페에게 Nicolas 한 명만큼 중요한 것은 주변 아이들이었다.
#40그는 1961년 인터뷰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무리,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
#41조프루아, 알세스트, 클로테르, 외드, 아냥…. 툭하면 싸우지만 다시 모인다.
#42그리고 그 친구들의 세계를 만든 두 사람 역시 계속 함께 일했다. 상페에게 없었던 좋은 관계가 그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43현실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의 답은 틀렸다. 그는 단지 갖지 못한 것을 그린 사람이 아니었다.
#44그 사실을 가장 믿기 어려운 방식으로 증명한 사람이 있었다. .
#45상페가 어릴 때 라디오로 듣던 바로 그 사람이다. 세월이 흘러 상페는 이미 유명한 삽화가가 되어 있었다.
#46생트로페에서 Ellington의 공연이 있었고, 공연 뒤 Eddie Barclay의 집에서 모임이 열렸다.
#47상페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피아노만 있었다. 그는 앉아서 조금 연주하기 시작했다.
#48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왼손을 계속 치라고 했다. 오른손은 자기가 치겠다고.
#49Duke Ellington이었다. 둘은 한 피아노를 연주했다. 상페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거의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50어린 시절에는 피아노조차 갖지 못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결국 그림 작가가 되었고,
#51수십 년 뒤에는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만들고 싶게 했던 사람과 같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52이쯤이면 이야기는 완벽하게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의 좋은 순간에는 그림과 다른 점이 있었다.
#53끝난다는 것이다.
#541977년, "꼬마 니콜라" 연재가 멈춘 지 이미 오래 지난 뒤였다. 상페에게 아이디어가 하나 생겼다.
#55시대가 변했다. 학교가 남녀공학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Nicolas의 학교에도 여자아이들이 들어오면 어떨까.
#56상페가 고시니에게 말했다. 고시니도 좋아했다. 둘이 Nicolas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다.
#57약 한 달 뒤, 고시니가 죽었다. 쉰한 살이었다. 새로운 Nicolas는 오지 않았다.
#58이제 젊은 날 상페의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하지만 너와 함께." 훗날 고시니가 이미 써두었던 미출간 이야기들이 발견되었을 때 상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59하지만 새로운 작가를 고시니 자리에 앉혀 둘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Nicolas를 계속 만들지는 않았다.
#60현실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는 끝이 있었다. 상페가 실제로 얻었던 것도 사라질 수 있었다.
#61Ellington도 죽었다. 상페에게 그의 죽음은 유명 음악가 한 사람의 부고가 아니었다.
#62그는 몇 년 동안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도 Ellington과의 관계에는 이상한 후일담이 남았다.
#632019년. 여든일곱 살의 상페에게는 피아노가 있었다. 그 위에는 웃고 있는 Ellington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64그리고 상페는 거의 매일 밤 한 가지 상상을 했다. 자신과 Ellington이 피아노 대결을 하는 것이다.
#65누가 이길까. Ellington이다. 매번. 평생 그림을 그려 세계적인 작가가 된 노인이,
#66여전히 머릿속에서는 어린 시절의 우상에게 피아노로 지고 있었다. Ellington은 죽었다.
#67하지만 상페의 밤에서는 계속 연주했다.
#68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상페의 현실에 좋은 것이 더는 생기지 않은 것도 아니다.
#69젊은 시절 상페에게 프랑스 만화가 샤발이 어떤 잡지의 표지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70"The New Yorker". 상페는 그곳의 그림에 매혹됐다. 그런데 정작 작품을 보내는 것은 두려워했다.
#71시간이 흘렀다. 상페는 이미 프랑스에서 성공했다. 그런데 꿈꾸던 잡지와 실제로 일할 기회가 생기자 다시 겁을 먹었다.
#72영어를 쓰자 어린 시절의 말더듬까지 되살아났다. 그래도 들어갔다. 1978년 첫 표지가 나왔다.
#73그리고 수십 년 동안 상페는 를 위한 그림을 그렸다.
#74훗날 그는 그곳에서 마침내 자신의 '가족'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이것도 중요하다.
#75상페의 삶을 결핍만으로 설명하면 이 순간이 사라진다. 그는 없는 행복만 상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76현실에서도 친구를 얻었다. 우상과 피아노를 쳤다. 자신이 속한다고 느끼는 곳도 찾았다.
#77그런데 그것들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결핍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삶은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78상페에게 자전거는 아주 오랫동안 삶의 기쁨이었다. 수십 년 동안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79그러다 2007년 뇌졸중으로 몸이 크게 손상됐다. 이전처럼 자전거로 돌아다닐 수 없게 됐다.
#80몇 년 뒤 프랑스 조폐국이 상페에게 자유·평등·박애를 주제로 동전 세 개를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했다.
#81상페는 세 그림에 모두 자전거를 넣었다. 몸에서 멀어진 것이 그림에서는 계속 달렸다.
#82그리고 2019년, 그는 다시 자전거를 그렸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83그 일요일. 실제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요일.
#84이제 첫 그림으로 돌아가면 조금 이상하다. 처음에는 이루지 못한 소망을 그린 그림처럼 보였다.
#85하지만 상페의 삶을 지나 다시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 있었다.
#86피아노. 행복한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일요일 자전거 모임. 하지만 실제로 얻은 것도 있었다.
#87고시니. Ellington과 한 피아노를 친 몇 분. "The New Yorker"에서 느낀 소속감.
#88그리고 얻었다가 사라진 것도 있었다. 고시니가 죽었다. Ellington이 죽었다.
#89자전거를 타던 몸도 예전 같지 않게 됐다. 그런데 종이 위에서는 이상하게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흘렀다.
#90Nicolas와 친구들은 여전히 싸우고 다시 논다. 음악가들은 계속 연주한다.
#91자전거는 계속 달린다. 심지어 현실에서는 한 번도 시작되지 못한 일요일조차 그림에서는 이미 존재한다.
#92상페는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을 그린다."
#93그 말이 반드시 그의 모든 그림에 하나의 답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든일곱 살 상페가 그린 자전거들을 다시 보면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94그림 속 사람들은 어디론가 대단한 곳에 도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달리고 있다.
#95실제로는 한 번도 그러지 못했던 어느 일요일 아침을,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