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ar 공동창업자 겸 CEO, 전 Airbnb Principal Designer
기능이 더 적은데 왜 개발자들은 Linear에 열광했을까?
#1출시를 앞둔 새 기능을 카리 사리넨이 직접 눌러보고 있었다.
#2댓글 아래에 답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었다. 짧은 댓글도 써봤다. 긴 댓글도 써봤다.
#3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여봤다. 그러다 이상한 게 눈에 걸렸다. 어떤 상황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매끄럽지 않았다.
#4스크롤도 정확히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능 자체는 작동했다. 그래도 사리넨은 출시를 조금 미뤘다.
#5몇 년 뒤 이 회사의 연간 반복매출은 1억 달러를 넘었다. 매달 혹은 매년 구독하는 고객에게서 앞으로 반복해서 들어올 매출을 1년치로 환산한 숫자다.
#6유료 고객은 4만 곳을 넘어섰다. 2026년 8월 기업가치는 25억 달러로 평가됐다.
#7회사의 이름은 Linear. 개발팀이 버그나 새 기능 같은 할 일을 기록하고, 누가 무엇을 할지 정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8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 시장에는 이미 훨씬 강력한 제품이 있었다. Jira였다.
#9기능도 더 많았다. 더 오래됐고 훨씬 큰 회사들이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발자들은 기능이 부족한 신생 제품을 써보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10“Linear 한번 써봐.” 어떤 창업자들은 자기 팀에 Linear를 보여주며 말했다.
#11“우리 제품도 이것처럼 느껴져야 해.” 대체 무엇을 느낀 걸까?
#12Linear의 시작은 거창한 창업 선언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8년 무렵, 세 명의 핀란드 친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종종 만나 맥주를 마셨다.
#13카리 사리넨은 Airbnb에 있었다. 요리 랄로는 Coinbase에서 일했다.
#14투오마스 아르트만은 Uber에 있었다. 재미있는 건 아르트만과 사리넨의 오래전 인연이다.
#15젊은 시절 사리넨은 아르트만이 운영하던 웹디자인 회사에 취업 지원을 한 적이 있었다.
#16아르트만은 그에게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몇 년 뒤 둘은 함께 회사를 만들게 된다.
#17세 사람이 만나면 직장에서 겪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쓰는 업무관리 도구였다.
#18사리넨은 Airbnb에서 Jira를 처음 접했을 때 당황했다. 화면에는 수많은 정보와 설정이 있었고, 정작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9다른 두 사람도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도구들을 경험했다. 셋은 생각했다. 우리가 쓰고 싶은 걸 직접 만들면 어떨까?
#20그런데 사리넨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다시 회사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21왜냐하면 이미 한번 해봤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미 한 번의 창업이 있었다.
#22그리고 그 첫 회사는 아주 이상하게 실패했다. 사람들이 좋아했는데도 실패했다.
#232011년 사리넨과 랄로는 Kippt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글이나 자료를 저장해두는 서비스였다.
#24처음에는 회사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쓰려고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25둘은 제품을 Hacker News에 올렸다. 개발자와 창업자들이 새 기술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26반응이 왔다. 몇 달 만에 사용자가 약 1만 명까지 늘었다. 2012년에는 Y Combinator에도 합격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수많은 유명 회사를 배출한 곳이다.
#27두 사람은 핀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처음 창업한 사람에게 이 정도 신호가 오면 뭔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28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누가 돈을 내지? Kippt를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다.
#29그런데 그들은 한 종류의 고객이 아니었다. 교사도 있었다. 개발자도 있었다.
#30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서비스를 썼다. 광고로 돈을 벌려면 사용자 수가 훨씬 커져야 했다.
#31유료 서비스를 만들려 해도 정확히 누구를 위해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가 흐릿했다.
#32둘은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방향을 잡지 못했다. 사리넨은 훗날 당시 자신들이 코드를 짜고, 디자인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법은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33정작 몰랐던 것이 있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가.
#34팀이 실제로 앞으로 가고 있는지는 어떻게 아는가. Kippt에는 사용자가 있었다.
#35그런데 회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2014년 Coinbase가 Kippt 팀을 인수했다.
#36사리넨은 Coinbase의 첫 디자이너가 됐고, 이후 Airbnb로 옮겼다.
#37그곳에서 세계적인 서비스의 디자인 시스템을 다뤘다. 그리고 몇 년 뒤 친구들이 다시 회사를 만들자고 했을 때, 이번에는 첫 번째와 같은 순서로 시작하지 않았다.
#38세 사람은 Jira의 모든 기능을 다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39기존 업무 도구에서 정말 싫은 게 무엇인가? 특히 매일 그 도구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대답에서 한 가지가 반복됐다.
#40느리다. 업무관리 도구는 가끔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새 작업을 만든다.
#41담당자를 바꾼다. 상태를 변경한다. 댓글을 단다. 다음 작업으로 이동한다. 하루에도 계속 만진다. 그러니 클릭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기다리는 시간이 쌓인다.
#42세 사람은 여기서 이상할 정도로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절대로 느리다고 느껴지지 않는 업무관리 도구를 만들면 어떨까?
#43그리고 더 중요한 선택을 했다. Jira 전체와 싸우지 않았다. 처음 고객을 작은 기술 스타트업으로 좁혔다.
#44그중에서도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집중했다. 처음 해결할 일도 좁혔다.
#45버그나 새 기능처럼 개발팀이 처리해야 하는 하나하나의 작업을 빠르게 기록하고 처리하는 것.
#46기능은 적었다. 대신 그 작은 부분을 대충 만들지 않았다. 스타트업에는 흔히 MVP라는 말이 있다.
#47'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뜻인데, 핵심 기능만 빠르게 만들어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48사리넨은 경쟁자가 이미 강력한 시장에서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봤다. 기능이 적은 건 괜찮다.
#49하지만 적다는 이유로 형편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Jira가 있는데 느리고 어설픈 새 제품을 보여주면 사용자는 당연히 Jira로 돌아갈 테니까.
#50Linear 초기에는 제품을 써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겨도 모두 받아주지 않았다.
#51한 주에 약 10명씩 넣었다. 10명이 들어온다. 써본다. 문제가 생긴다. 팀이 고친다. 그다음 사람들이 들어온다. 왜 그렇게까지 천천히 했을까? 아직 미완성인 제품에 1,000명을 집어넣으면 1,000명이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52첫인상이 나쁘면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세 사람은 성장 숫자를 크게 만드는 것보다 다음 10명의 첫 경험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을 택했다.
#53그 과정에서 Linear 특유의 사용 방식이 생겼다. 마우스를 여기저기 움직이지 않아도 키보드로 빠르게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
#54화면 전환은 즉각적이었다. 작은 움직임도 세밀하게 다듬었다. 설정을 끝없이 열어두기보다 제품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기본값을 제시했다.
#55그리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사람들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차이를 느끼는 사람들은 아주 강하게 느꼈다.
#56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Linear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57여기까지 들으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Airbnb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가 예쁜 업무관리 도구를 만들었고, 개발자들이 거기에 반했다.
#58그런데 초기 Linear에서 실제로 벌어진 장면은 조금 다르다. 세 명밖에 없던 시절, 사리넨이 화면의 큰 구조를 잡으면 두 엔지니어 공동창업자가 의견을 냈다.
#59“여기 애니메이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때로는 엔지니어인 두 사람이 사리넨보다 세부적인 움직임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60사리넨은 훗날 Linear의 디자인 DNA가 자기 혼자에게서 나왔다는 설명을 부정했다.
#61세 사람이 비슷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회사가 세 명에서 30명, 50명, 100명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62CEO가 모든 화면을 검사할 수는 없다. Linear는 채용에서부터 그 문제를 건드렸다.
#63최종 후보가 며칠 동안 실제 팀과 함께 일하는 유급 시험을 치렀다. 일부러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해서 주지도 않았다.
#64대략 이런 식이었다. “이런 기능이 필요합니다. 한번 만들어보세요.”
#65그러면 지원자는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66어디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 Linear가 찾던 사람은 명세서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67명세서가 없을 때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68사리넨 개인의 취향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대신 스스로 “이건 아직 별로인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는 있었다.
#692020년 Linear는 정식으로 제품을 공개했다. 고객이 생겼다. 투자도 받았다.
#70보통 스타트업이라면 여기서 조직을 빠르게 키운다. 더 많은 엔지니어를 뽑고, 영업팀을 만들고, 마케팅에 돈을 쓴다.
#71Linear는 훨씬 천천히 움직였다. 직원 수는 대략 이런 식으로 늘었다.
#723명. 6명. 15명. 30명. 50명. 80명. 120명.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73Linear는 외부 투자를 여러 차례 받았다. 사리넨이 두려워한 것은 다른 종류의 비용이었다.
#74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면 회의가 늘어난다. 조율해야 할 사람이 늘어난다. 관리 계층이 생긴다.
#75제품 하나를 바꾸는 데 관여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래서 작은 팀을 품질을 지키는 방법으로 봤다.
#76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따라왔다. 회사가 흑자가 됐다. Linear가 처음부터 흑자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77하지만 직원 수가 적으니 비용이 낮았다. 그리고 고객들이 생각보다 빨리 돈을 냈다.
#78초기 베타 사용자들은 유료화를 시작했을 때 매우 높은 비율로 결제 고객이 됐다.
#79출시 후 약 1년 만에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에도 수익성을 유지했다.
#80여기서 흑자는 단순한 재무 숫자가 아니게 됐다. 다음 투자금을 반드시 받아야 살아남는 회사가 아니게 된 것이다.
#81그러면 다음 투자자에게 더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급하게 뽑을 이유도 줄어든다.
#82당장 매출을 올린다는 이유로 기능을 무작정 추가할 압박도 줄어든다. 품질 때문에 작게 시작한 팀이 흑자를 만들었다.
#83그 흑자가 다시 작게 움직일 자유를 줬다.
#84Linear는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은 회사가 아니다. 계속 새 기능을 공개했다.
#85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제품을 만드는지 직접 글을 썼다. 사용자 커뮤니티도 만들었다.
#86하지만 전통적인 광고와 성장 마케팅에는 놀라울 정도로 적은 돈을 썼다. 2024년 사리넨은 창업 이후 매출의 약 0.5%만 마케팅에 썼다고 밝혔다.
#87당시 영업팀도 네 명뿐이었다. 그런데 고객은 계속 늘었다. 제품을 좋아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88VC에게도 이상한 신호가 들어왔다.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계속 Linear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89어떤 창업자는 Linear를 자기 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제품도 이런 수준으로 만들자.”
#90Linear의 '느낌'은 이 순간부터 예쁜 화면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갖기 시작한다.
#91사람들이 제품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한다. 그 이야기가 새로운 고객을 데려온다.
#92고객을 얻기 위해 써야 하는 돈이 줄어든다. 낮은 비용은 다시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93품질에 쓴 시간이 비용으로만 남지 않고 마케팅의 일부가 된 것이다.
#94하지만 이 성공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다.
#95Linear를 쓰던 작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직원이 늘었다. 팀이 여러 개로 나뉘었다.
#96그러자 요구가 달라졌다. 여러 프로젝트를 한눈에 보고 싶다. 장기 계획도 관리하고 싶다.
#97큰 조직에는 권한 관리와 보안도 필요하다. 경영진은 전체 상황을 보고 싶다.
#98하나씩 보면 전부 합리적인 요구였다. 그리고 바로 그래서 위험했다. Jira도 아무 이유 없이 복잡해진 것이 아니었다.
#99거대한 회사와 수많은 업무 방식을 받아들이려면 기능이 필요하다. Linear 역시 고객이 커질수록 자신들이 싫어했던 제품과 같은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100기능을 추가하지 않으면 큰 고객을 받을 수 없다. 계속 추가하면 처음 사람들이 좋아했던 Linear가 사라질 수 있다.
#101결국 Linear는 기능을 늘렸다. 프로젝트 관리가 들어왔다. 장기 계획도 들어왔다.
#102고객 요청을 모으는 기능도 생겼다. 대기업에 필요한 기능들도 추가됐다. 초기의 단순한 이슈 관리 도구와는 전혀 다른 규모가 됐다.
#103그러자 2024년 사리넨과 팀은 이미 성공한 제품의 화면을 다시 뜯기로 했다.
#104새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쌓인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전체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105당시 웹과 데스크톱 제품을 맡은 제품 디자이너는 세 명뿐이었다. 한 명만 이 작업에 빼도 다른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106그래서 CEO인 사리넨 자신도 초기 설계에 직접 들어갔다. 당장 돈이 되는 새 기능 대신, 효과를 정확한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운 재설계에 희소한 사람과 시간을 썼다.
#107여기서 사리넨이 말하는 '디자인'의 범위가 드러난다. 예쁜 색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108제품이 얼마나 복잡해지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109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Linear보다 먼저 거의 같은 문제를 발견한 회사도 있었다.
#1102014년에 시작한 Shortcut은 개발팀을 위한 더 단순한 Jira 대안을 이미 만들고 있었다.
#111빠른 사용 경험도 강조했다. 개발자 친화적인 흐름도 강조했다. 그러니 Linear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발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12Jira가 복잡하다는 것도 비밀이 아니었다. 개발자가 빠른 도구를 좋아한다는 것도 비밀이 아니었다.
#113AI를 업무관리 도구에 붙이는 것 역시 이제 Linear만 하는 일이 아니다.
#114그렇다면 Linear가 가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보다는 같은 기준을 수많은 선택에서 반복하는 능력에 가까웠다.
#115누구부터 고객으로 받을지. 어떤 기능부터 만들지. 어떤 요구는 거절할지. 누구를 채용할지.
#116돈이 생겼을 때 사람을 얼마나 늘릴지. 그리고 이미 성공한 화면을 언제 다시 뜯을지.
#117사리넨에게 취향은 예쁜 것과 못생긴 것을 구별하는 눈만을 뜻하지 않았다.
#118가능한 선택이 열 개 있을 때 아홉 개를 버리는 기준에 가까웠다.
#119그런데 2025년부터 그 기준은 전혀 다른 시험을 받기 시작했다.
#120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퍼졌다.
#121AI가 직접 일을 해버리면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 이른바 SaaS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122SaaS는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한 번 사서 설치하는 대신 인터넷에서 계속 구독해 쓰는 방식이다.
#123Linear도 전형적인 SaaS였다. 특히 AI가 코드를 직접 쓸 수 있다면 질문은 더 날카로워진다.
#124개발자가 할 일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도구가 왜 필요하지? AI에게 그냥 일을 시키면 되지 않을까?
#125실제로 벌어진 일은 반대였다. AI가 Linear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126사람이 작업을 만든다. AI에게 맡긴다. AI가 코드를 작성한다. 사람이 결과를 검토한다.
#127결정과 결과는 다시 프로젝트 안에 남는다. 2026년에는 Linear에서 만들어지는 작업 가운데 AI 에이전트가 작성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까지 올라왔다.
#128이유는 AI가 일을 못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129코드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다른 질문이 남는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지?
#130왜 만들어야 하지? 고객이 실제로 원한 건 뭐였지? 지난주에 어떤 결정을 내렸지?
#131다른 팀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AI에게도 이 정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런 배경정보를 흔히 '맥락'이라고 부른다.
#132Linear에는 이미 그 맥락이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순서였다.
#133Linear가 AI 기능을 잘 만들어서 AI 회사들이 갑자기 고객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134AI 붐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부터 빠르게 제품을 만드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Linear를 선택하고 있었다.
#1352024년에는 이미 주요 AI 기업 상당수가 Linear를 사용하고 있었다.
#136이후 AI가 팀원처럼 일을 시작하자 그 AI가 이미 팀이 일하고 있던 Linear 안으로 들어왔다.
#137AI가 Linear를 구한 것이 아니었다. AI가 Linear의 기존 고객 안으로 들어온 셈이었다.
#138물론 Jira도, Asana도, Notion도 비슷한 미래를 보고 있다.
#139사람과 AI가 함께 일한다면 누군가는 그 둘 사이의 맥락을 관리해야 한다.
#140그 경쟁의 승자가 Linear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Linear가 앞으로 가장 위험해질 지점도 바로 여기다.
#141사람이 늘어난다. 고객이 늘어난다. 기능이 늘어난다. 이제 AI까지 들어온다.
#142처음 세 사람이 싫어했던 복잡한 업무 소프트웨어가 될 압력은 과거보다 훨씬 세다.
#1432026년 8월 Linear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런데 이번 거래는 회사가 운영자금을 얻기 위한 일반적인 투자 유치가 아니었다.
#144직원과 전 직원들이 가진 주식 일부를 투자자들이 사는 거래였다. 규모는 9,900만 달러.
#145회사가 새 돈을 받아 쓰는 대신 회사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 지분 일부를 실제 돈으로 바꿀 기회를 만든 것이다.
#146Linear는 당시 연간 반복매출 1억 달러를 넘겼고 여전히 현금흐름 흑자였다.
#147사리넨에 따르면 회사가 지금까지 투자받은 돈을 모두 합친 것보다 은행에 가진 현금이 더 많았다.
#148이 제도에는 사리넨 자신의 오래전 경험도 겹쳐 있었다. 그 역시 스타트업 직원으로 스톡옵션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149스톡옵션은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문제는 회사를 떠날 때였다.
#150제한된 기간 안에 자기 돈을 내서 주식을 사야 했고, 그렇게 산 주식을 언제 실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151Linear에서는 직원들에게 다른 기본값을 만들었다. 제품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152기존 시스템을 쓰다가 불편한 것을 발견한다.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넘기지 않는다.
#153자기 회사에서는 다른 방식을 만든다. Jira를 쓸 때도 그랬다. 첫 회사를 운영할 때도 그랬다.
#154조직을 키울 때도 그랬다. 직원에게 주식을 줄 때도 그랬다. 하지만 회사가 25억 달러짜리가 된 뒤에도 사리넨 앞에 놓인 일은 의외로 비슷했다.
#155새로운 댓글 기능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리넨은 직접 댓글을 써봤다.
#156화면을 움직였다. 기능은 작동했다. 그런데 움직임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아직 아니었다.
#157출시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