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의 대표적인 참여형 위키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사이트는 정작 누구의 것인가
#1사람 하나가 궁금해서 나무위키에 들어간다. 학력만 확인하고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데뷔 전 이야기가 있다. 소속사가 링크되어 있다. 소속사를 눌렀더니 대표가 나온다. 대표에게 논란이 있다. 논란을 눌렀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240분 뒤 정신을 차린다. "나는 왜 이 사람의 전 소속사 대표가 8년 전에 한 인터뷰까지 읽고 있지?"
#3나무위키의 묘한 힘은 여기에 있다. 질문에 답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답 옆에 다음 질문을 계속 놓아둔다. 검색창은 입구다. 문제는 출구다.
#4게임 하나를 검색해도 출시일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개발 과정, 업데이트 역사, 사건사고, 유저들의 반응, 망한 패치까지 붙는다. 며칠 유행하고 사라진 인터넷 밈에도 기원과 변천사가 생긴다. 연예인을 검색하면 작품보다 논란 항목을 먼저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5그래서 나무위키는 백과사전과 조금 다른 종류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에서 어떤 인물을 검색하면 그 인물을 알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나무위키에서는 그 인물을 검색했다가 그 사람의 소속사와 라이벌과 팬덤과 사건사고까지 알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6그런데 이 사이트를 오래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생긴다. 남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자세한 사이트인데, 정작 나무위키 자체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갑자기 복잡해진다.
#7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을까? 왜 한국 사이트인데 파라과이 회사가 등장할까?
#8무엇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간 거대한 지식창고는 대체 누구의 것일까?
#9그 질문에 답하려면 2015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무위키가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절로.
#10나무위키의 조상은 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름은 였다. 2007년 인터넷 커뮤니티 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밀리터리 같은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문서가 쌓이기 시작했다.
#11여기에서 훗날 나무위키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딱딱한 백과사전처럼 사실만 정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농담이 들어갔다. 취소선이 들어갔다. 사족이 붙었다. 팬들만 아는 이야기와 인터넷 밈도 들어갔다.
#12누군가는 작품 설정을 미친 듯이 정리했고, 누군가는 캐릭터 하나에 장문의 분석을 붙였다.
#13"대체 누가 이것까지 써놓은 거야?" 그 질문을 하게 만드는 문화가 이미 이때 만들어지고 있었다.
#14엔하위키는 점점 커졌고 2012년 리그베다 위키로 이름을 바꿨다. 운영자로 알려진 이 사이트를 운영했고, 어느 순간 이곳은 작은 커뮤니티의 부속 위키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지식창고가 되어 있었다.
#15그리고 바로 그 성공 때문에 아주 골치 아픈 질문이 생겼다. 수많은 이용자가 쓴 이 문서들은 누구의 것인가?
#162015년 리그베다 위키에서 큰 논란이 폭발했다. 사이트 운영과 영리성, 약관 변경, 이용자들이 작성한 콘텐츠의 권리와 이용 방식 등을 둘러싸고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7흔히 '리그베다 위키 사유화 사태'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이건 단순히 사이트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운영자가 불친절하다는 종류의 싸움이 아니었다.
#18사람들이 몇 년 동안 공짜로 글을 써왔다. 누군가는 문장 하나를 고쳤고, 누군가는 문서 수백 개를 만들었다.
#19그런데 어느 순간 이용자들이 묻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 우리가 같이 만든 이 모든 것은 대체 누구의 것이지?"
#20식당으로 비유하면 손님들이 몇 년 동안 각자 집에서 재료를 가져와 거대한 음식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식당의 운영 방식과 그 음식에 대한 권리를 놓고 싸움이 터진 셈이다.
#21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기여 철회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리그베다 위키는 결국 2015년 4월 17일 편집을 중단했다.
#22그런데 바로 그날이었다. 새로운 위키 하나가 나타났다. 이름은 나무위키. 그리고 신생 사이트치고는 굉장히 이상한 상태로 태어났다.
#23첫날부터 약 28만 개의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
#24나무위키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namu, PPPP, kasio다. 이후 ztirf와 syndrome 등이 초기 운영에 합류했다.
#25실명으로 유명해진 인터넷 창업자들은 아니었다. 보통 서비스가 성공하면 창업자가 무대에 올라온다. 인터뷰를 한다. 창업 스토리를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같은 이야기도 한다.
#26나무위키는 거의 반대였다. 사이트는 유명해졌는데 만든 사람들의 현실 신원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7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완전히 빈 위키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28나무위키는 2015년 4월 11일까지의 리그베다 위키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출발했다. 약 28만 개의 문서 텍스트가 처음부터 있었다.
#29이른바 '포크'였다. 당시 리그베다 사태에서 등장한 또 다른 대안 위키인 가 빈 상태에서 새로운 문서를 쌓아갔다면, 나무위키는 이미 거대한 문서 기반을 가진 채 출발했다.
#30보통 새 위키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으니 문서가 없다. 문서가 없으니 검색해서 들어올 이유가 없다. 사람이 안 들어오니 다시 문서가 생기지 않는다.
#31나무위키는 시작부터 이 문제를 상당 부분 건너뛰었다. 다른 사람이 새 도서관을 열고 첫 번째 책을 서가에 꽂고 있을 때, 나무위키는 도서관의 장서 수십만 권을 옮겨놓고 문을 연 것과 비슷했다.
#32기존 이용자에게도 익숙했다. 이미 보던 문서들이 있었다. 기존 위키와 상당 부분 호환되는 문법도 있었다.
#33리그베다 위키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바로 그 순간, 그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거대한 대체재가 생긴 것이다.
#34한쪽에서는 물이 빠졌다. 다른 쪽에서는 물이 들어왔다.
#35이때부터 강력한 순환이 시작됐다. 사람이 들어온다. 문서를 고친다. 문서가 늘어난다. 검색엔진에 걸린다. 새로운 사람이 검색해서 들어온다. 그중 일부가 다시 문서를 고친다.
#36처음에는 리그베다 위키의 대체재였지만 점점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이트가 되어갔다.
#37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넘어 연예인, 스포츠, 정치, 기업, 학교, 인터넷 방송, 사건사고, 유튜버, 밈까지 온갖 분야로 문서가 뻗어나갔다.
#38무언가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 조금 지나 나무위키에 들어가 본다. 누군가 벌써 정리해놨다.
#39이게 무서운 경쟁력이 됐다. 전문 기자가 취재해서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 편집부가 회의를 열어 문서 제작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익명의 이용자가 관심 있는 것을 알아서 써버린다.
#40그래서 나무위키가 다루는 범위에는 사실상 이상한 제한이 없다. 역사적인 사건도 들어간다. 어제 일어난 인터넷 싸움도 들어간다.
#41세계적인 명작도 들어간다. 처참하게 망해서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임도 들어간다.
#42세종대왕도 있다. 인터넷에서 잠깐 유행한 이상한 밈도 있다. 누군가에게 그것을 기록할 이유만 있으면 된다.
#43그렇게 나무위키는 서브컬처 위키에서 한국 인터넷의 거대한 잡학사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44그런데 사이트를 만드는 것과 사람을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45나무위키는 리그베다 위키의 운영 방식에 대한 반발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새로운 운영에서는 이전과 다른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용자가 운영진을 선출하고 규정을 만들며 공동체가 스스로 운영에 참여하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46이상적으로 들린다.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관리자 자질 문제와 권한 남용 논란이 발생했고 운영진과 이용자 사이의 갈등도 생겼다. 비공개 IRC에서 일부 운영진이 친목을 했다는 논란까지 터지면서 초기의 민선 운영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47아이러니했다. 운영 문제 때문에 기존 위키에서 뛰쳐나왔는데, 새로운 위키에서도 다시 운영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
#48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28만 개의 문서를 서버에 옮기는 것은 기술 문제다. 수많은 사람이 무엇이 공정한 운영인지 합의하는 것은 인간 문제다.
#49서버는 코드대로 움직인다. 사람은 규정집을 읽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50그리고 2016년,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꺾인다.
#51여기까지는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이야기였다. 엔젤하이로. 엔하위키. 리그베다 위키. 저작권과 약관 논란. 이용자들의 대이동. 새로운 위키의 탄생. 운영진 갈등.
#52그런데 갑자기, 파라과이. 문서를 잘못 누른 것이 아니다. 여전히 나무위키 이야기다.
#532016년 5월 나무위키의 소유권은 초기 소유자 namu에게서 로 넘어갔다. 나무위키는 현재도 사이트에서 이 파라과이 법인을 운영 주체로 표시하고 있다.
#54당연히 이용자들은 궁금해했다. "대체 이 회사는 뭐지?" 구체적인 운영 구조와 관계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회사 이름을 두고 기존 운영자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55하지만 그런 추측은 확인된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나무위키가 umanle S.R.L.을 운영 주체로 표시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한국 이용자를 중심으로 성장한 거대한 한국어 위키의 운영 법인이 파라과이에 있다는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56그리고 이때 생긴 질문 하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거대한 사이트를 실질적으로 누가 책임지는가?"
#57놀랍게도 이 질문은 거의 10년 뒤 한국 정부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 전에 나무위키는 훨씬 더 커져 있었다.
#58나무위키가 정말 강해졌다는 것은 문서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었다.
#59처음 보는 연예인이 나온다. 검색한다. 새로운 게임이 화제다. 검색한다. 뉴스에서 모르는 사건명이 나온다. 검색한다. 인터넷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밈을 발견한다.
#60검색한다. 그리고 검색 결과 어딘가에서 나무위키를 누른다. 어느 순간 나무위키는 '정확한 답을 보증하는 곳'이라기보다 무언가를 처음 알아볼 때 일단 들어가 보는 곳이 됐다.
#61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무위키 자체를 소재로 한 농담도 일상화됐다. 누군가 지나치게 세세한 잡학 지식을 줄줄 늘어놓으면 인터넷에서는 이런 식의 반응이 가능해졌다.
#62"나무위키 꺼라." 서비스가 정말 대중문화 안으로 들어가면 이름 자체가 농담의 재료가 된다.
#63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나무위키의 가장 큰 장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뒤집힌다.
#64나무위키는 누구나 편집할 수 있다. 그래서 빠르다. 그리고 누구나 편집할 수 있다.
#65그래서 틀릴 수도 있다. 두 문장은 같은 시스템에서 나온다. 전문가가 검증한 내용만 올라오는 것도 아니다. 출처가 부족한 서술이 들어갈 수 있고, 이용자들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될 수도 있으며, 서로 생각이 다른 이용자들이 같은 문장을 놓고 편집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66특히 살아 있는 사람을 다루기 시작하면 문제가 훨씬 민감해진다. 경력과 작품을 기록하는 것과 사생활을 기록하는 것은 다르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논란을 정리하는 것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적는 것도 다르다.
#67그래서 나무위키를 읽을 때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 정도로 자세하게 써놨는데 설마 틀렸겠어?"
#68틀릴 수 있다. 목차가 있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표가 있다고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장이 자신만만하다고 사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69나무위키는 매우 훌륭한 '호기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중요한 사실을 확인해야 할 때는 원출처와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70그런데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 문제는 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만으로 끝나지 않게 됐다.
#71정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72나무위키에는 수많은 사람의 정보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되는 내용도 생길 수 있다.
#73한국의 는 나무위키와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운영 주체로 표시된 umanle S.R.L.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74그러나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개인정보위는 2025년 11월 26일 자료 제출 요구 불응을 이유로 나무위키의 운영 주체로 표시된 umanle S.R.L.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75여기까지 오면 2015년에 시작한 이야기가 이상한 원을 그린다. 10년 전에는 이용자들이 운영자에게 물었다.
#76"우리가 함께 만든 지식을 누가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10년 뒤에는 국가기관이 운영 주체를 상대로 개인정보 처리와 책임을 묻고 있다.
#77작은 서브컬처 위키에서 시작된 문제가 이제 플랫폼 책임과 국가의 규제라는 문제로 커진 것이다.
#78그리고 그래서 파라과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인터넷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79한국어로 쓰인다. 한국 이용자가 대규모로 이용한다. 한국 사회의 인물과 사건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운영 주체로 표시된 법인은 해외에 있다.
#80인터넷 서비스는 국경을 쉽게 넘지만 법은 국가 단위로 움직인다. 나무위키가 너무 커지면서 이 오래된 인터넷의 문제가 사이트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81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운영사와 정부만 바라보고 있으면 정작 나무위키를 만들어온 가장 많은 사람을 놓치게 된다.
#82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다.
#83나무위키를 오래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감탄보다 먼저 황당함이 찾아오는 문서가 있다.
#84대체 누가 이것까지 조사했을까. 서비스가 종료된 지 오래된 게임의 업데이트 역사가 날짜별로 남아 있다.
#85이미 사라진 웹사이트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오래된 프로그램과 단종된 제품과 폐업한 회사가 남아 있다.
#86몇 년 전 잠깐 유행하고 사라진 인터넷 문화도 누군가 기록해 놓았다. 역사책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신문에서도 다시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87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자기 인생의 몇 년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적는다.
#88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돈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기 이름이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89그냥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남긴다. 다른 사람이 틀린 부분을 고친다. 또 다른 사람이 내용을 덧붙인다. 몇 년이 지나 처음 글을 쓴 사람은 인터넷을 떠날 수도 있다.
#90그래도 문장의 일부는 남는다. 어느 날 전혀 모르는 사람이 검색해서 그것을 읽는다.
#91이것이 위키라는 시스템의 이상한 아름다움이다. 물론 같은 시스템은 잘못된 정보도 남긴다. 누군가에게는 기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사생활일 수도 있다.
#92기억한다는 것이 언제나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공식적인 역사에 들어갈 만큼 중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했던 것들이 있다.
#93나무위키에는 그런 것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94나무위키의 역사는 처음부터 이 질문을 따라왔다. 리그베다 위키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와 운영의 권리를 문제 삼았다.
#95그 혼란 속에서 데이터베이스가 포크됐다. 익명의 개발자들이 새로운 위키를 만들었다.
#96수많은 이용자가 옮겨왔다. 다시 수많은 문서를 썼다. 운영을 둘러싸고 또 싸웠다.
#97소유권은 해외 법인으로 넘어갔다. 사이트는 더 커졌다. 그리고 결국 정부기관까지 운영 주체의 책임을 묻게 됐다.
#98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보고 나면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사람들은 왜 자기 것이 되지도 않을 지식을 계속 써주는가?
#99아마 답은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게임을 누군가는 기억했으면 해서. 자기가 아는 사실이 틀리게 적혀 있어서. 좋아하는 가수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100혹은 단순히, "이거 내가 아는데." 편집 버튼을 누르는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101그렇게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몇 분, 몇 시간, 때로는 몇 년이 쌓여 거대한 사이트가 됐다.
#102하지만 아직 이상한 점 하나가 남아 있다. 나무위키는 2015년 4월 17일 태어났다.
#103그런데 태어난 날부터 이미 약 28만 개의 문서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 28만 개의 문서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104시간을 더 뒤로 돌려야 한다. 나무위키라는 이름도 없고, 리그베다 위키라는 이름조차 없던 시절.
#1052007년, 한국 인터넷 어딘가의 작은 커뮤니티 엔젤하이로에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쓰려고 위키 하나를 만들었다.
#106그 이름이 엔하위키였다. 그리고 그 작은 위키가 커지고, 이름을 바꾸고, 갈등을 겪고, 결국 산산이 갈라지면서 나무위키와 리브레 위키 같은 후계자들이 태어난다.
#107그러니까 나무위키의 탄생은 사실 시작이 아니었다. 거대한 인터넷 대이동의 한가운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