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x를 창업한 미국의 발명가이자 기업가
스타킹 발끝을 자른 팩스기 판매원은 어떻게 Spanx를 만들었을까?
#1사라 블레이클리는 흰 바지를 입고 싶었다. 문제는 속옷이었다. 라인이 그대로 비쳤다.
#2몸을 매끈하게 잡아주는 스타킹을 신으면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발 부분이 문제였다. 발가락이 드러나는 샌들을 신으려면 스타킹 끝이 보여서는 안 됐다.
#3플로리다의 더운 날이었다. 블레이클리는 결국 가위를 들었다. 스타킹의 발 부분을 잘라버렸다.
#4원하던 효과가 나왔다. 흰 바지는 매끈하게 떨어졌고 샌들도 신을 수 있었다.
#5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잘린 스타킹 끝이 밤새 다리 위로 돌돌 말려 올라왔다.
#6보통이라면 불편했던 하루로 끝났을 일이었다. 블레이클리는 달랐다. 발은 없는데 말려 올라가지 않는 스타킹을 만들 수 없을까?
#7그 질문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도 아니었다.
#8속옷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다. 당시 그녀의 직업은 팩스기 방문판매원이었다.
#9블레이클리는 어릴 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도 변호사였다. 그런데 아버지에게는 조금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10식탁에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번 주에는 뭘 실패했니?”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하면 오히려 실망했다.
#11새로운 걸 해보다 실패했다고 하면 하이파이브를 했다. 실패의 반대말을 성공이 아니라 시도하지 않는 것으로 가르친 셈이었다.
#12그렇다고 블레이클리가 실패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치른 LSAT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13다시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길이 막혔다. 이번에는 Disney World로 갔다.
#14Goofy 캐릭터를 연기하는 오디션에도 지원했다. 그것도 떨어졌다. 키가 기준에 조금 모자랐다.
#15결국 Epcot에서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몇 달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이 원하던 인생은 아니었다.
#16그러다 사무기기 회사 Danka에 들어갔다. 이번 직업은 더 엉뚱했다.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팩스기를 파는 일이었다.
#17하루 종일 모르는 회사의 문을 열었다. “팩스기 필요하세요?” 대부분의 대답은 예상할 수 있었다.
#18“아니요.” 명함을 눈앞에서 찢는 사람도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19다음 회사에 들어가기 싫어 차를 몰고 그 주변을 몇 바퀴씩 돌 때도 있었다.
#20그러고는 다시 차를 세웠다. 또 문을 열었다. 그 생활이 7년 이어졌다.
#21블레이클리는 점점 판매를 잘하게 됐다. 나중에는 다른 직원들에게 판매법을 가르치는 전국 세일즈 트레이너까지 됐다.
#22거절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다. 거절당하고도 다음 문을 여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어갔다.
#23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차를 몰던 블레이클리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울었다.
#24자신이 완전히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영화 속 배역을 잘못 맡은 기분이었다.
#25집으로 돌아와 종이를 펼쳤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적어봤다.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하나였다.
#26판매. 그때 한 가지 목표를 적었다. 언젠가 수백만 명에게 팔 수 있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27무엇을 만들지는 몰랐다. 그러다 몇 년 뒤, 흰 바지 앞에서 가위를 들게 된 것이다.
#28잘라낸 스타킹이 말려 올라간 뒤 블레이클리는 매장을 뒤졌다.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찾아봤다.
#29없었다. 다른 여성들에게도 물어봤다. 알고 보니 스타킹 발끝을 잘라 입는 사람은 블레이클리만이 아니었다.
#30이미 비슷한 방법을 쓰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디어의 핵심은 스타킹을 자르는 행동 자체가 아니었다.
#31여러 사람이 임시방편으로 해결하고 있던 불편을 제대로 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32블레이클리는 모아둔 돈을 확인했다. 5,000달러. 투자자는 없었다.
#33패션업계 경력도 없었다. 제조업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팩스기 판매 일을 계속하면서 밤과 주말에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34Georgia Tech 도서관에 가서 일주일가량 스타킹 관련 특허를 조사했다.
#35그다음 특허 변호사들을 찾아갔다. 비용을 물었다. 3,000달러에서 5,000달러 정도였다.
#36자신이 가진 사업 자금 대부분이었다. 블레이클리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Barnes & Noble에 갔다.
#37특허를 직접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샀다. 그리고 상당 부분을 직접 썼다.
#38제품 그림도 필요했다. 화가였던 어머니가 거실에서 도면을 그려줬다. 이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줄 공장만 찾으면 됐다.
#39그게 더 어려웠다.
#40미국의 양말·스타킹 제조업체들은 North Carolina에 많이 모여 있었다.
#41블레이클리는 전화를 돌렸다. 제품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거절당했다. 또 전화했다.
#42또 거절당했다. 전화만으로 안 된다면 직접 가면 되지 않을까? 블레이클리는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를 냈다.
#43그리고 North Carolina로 갔다. 공장들을 찾아다녔다. 로비에 앉아 기다렸다.
#44직접 제품을 설명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거절. 이 과정에서 블레이클리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45자신이 만들려는 제품을 실제로 입을 사람은 여성인데, 제조업체에서 그녀의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사람들은 거의 남성이었다.
#46그들에게는 이름도 없는 작은 창업자의 이상한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공장에서 거절당하고 돌아왔다.
#47몇 주쯤 지났을 때였다. 전화가 걸려왔다. 전에 자신을 거절했던 공장주였다.
#48“한번 만들어봅시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49공장주는 집에서 딸들에게 블레이클리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반응이 공장과 달랐다.
#50딸들은 그 제품이 왜 필요한지 이해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한번 기회를 줘보라고 했다.
#51공장주는 여전히 그 제품이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지 완전히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52하지만 딸들의 반응과 블레이클리의 집요함이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첫 제조 기회가 열렸다.
#53블레이클리는 공장과 함께 프로토타입을 계속 수정했다. 잘린 스타킹처럼 끝이 말려 올라가서는 안 됐다.
#54옷 아래에서 매끈해야 했다. 편해야 했다. 그 작업에 약 1년이 걸렸다. 마침내 제품이 생겼다.
#55이름도 붙였다. Spanx. 그런데 이제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만들 수 있다는 것과 팔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56블레이클리는 Neiman Marcus에 전화를 걸었다. 매장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 Dallas의 구매 본부와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57그래서 구매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연결되지 않았다. 또 했다. 또 했다. 메시지를 남기고 기다리지 않았다.
#58상대가 직접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했다. 7년 동안 팩스기를 팔며 하던 방식이었다.
#59마침내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블레이클리는 말했다. 10분만 달라고. 상대는 조건을 하나 걸었다.
#60Atlanta에서 Dallas까지 직접 올 수 있다면 만나주겠다는 것이었다.
#61블레이클리는 비행기를 탔다. 친구들은 한 가지를 걱정했다. 블레이클리가 들고 가겠다는 낡은 빨간 배낭이었다.
#62제발 그것만은 가져가지 말라고 했다. 차라리 Prada 가방을 하나 산 뒤 사용하고 반품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63블레이클리는 거절했다. 자신의 행운의 배낭이었다. 그 빨간 배낭을 메고 Neiman Marcus 본사에 들어갔다.
#64안에는 화려한 제품 케이스도 없었다. 주방에서 가져온 지퍼백에 Spanx 프로토타입이 들어 있었다.
#65맞은편에는 완벽하게 차려입은 백화점 바이어가 앉아 있었다. 블레이클리는 제품을 꺼냈다.
#66설명을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안 먹히고 있었다.
#67블레이클리는 설명을 멈췄다. 그리고 처음 만난 바이어에게 물었다. 여자 화장실에 같이 가겠느냐고.
#68바이어가 당황했다. 그래도 따라갔다. 블레이클리는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 Spanx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흰 바지를 보여줬다.
#69그리고 Spanx를 입었다. 다시 흰 바지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70바이어가 차이를 봤다. 그리고 결정했다. Neiman Marcus 7개 매장에서 Spanx를 시험 판매하기로 했다.
#71공장 문을 열었더니 이번에는 백화점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진열대에 제품을 올리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72블레이클리에게는 광고할 돈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움직였다.
#73Spanx가 들어간 일곱 매장이 있는 도시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74오래전에 알았던 사람에게까지 연락했다. 부탁은 조금 황당했다. Neiman Marcus에 가서 Spanx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75돈은 자신이 보내주겠다고 했다. 매장에 가서는 마치 계속 찾던 제품을 발견한 것처럼 반응해달라고도 했다.
#76초기 판매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자기 돈으로 친구들에게 자기 제품을 사게 한 셈이었다.
#77블레이클리 자신도 매장에 나갔다. 고객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직원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78낮에는 여전히 팩스기를 팔았다. 밤에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Office Depot에서 산 흰색 완충 봉투에 Spanx를 넣어 주문을 포장했다.
#79침대에서도 전화를 받았다. 욕조에서도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 친구도, 돈도 점점 동원하기 어려워지던 무렵 예상하지 못한 연락이 왔다.
#80** 쪽이었다.**
#81Bl레이클리는 Oprah가 우연히 Spanx를 찾아주기만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82그 전에 직접 제품을 보냈다. Spanx와 손편지를 담아 Oprah에게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83수많은 제품 가운데 그것이 Oprah 주변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Oprah와 오랫동안 일한 헤어스타일리스트 Andre Walker를 거쳐 제품이 그녀의 드레싱룸까지 들어갔다.
#84Oprah가 직접 입어봤다. 그리고 좋아했다. 2000년 11월. Oprah는 Spanx를 자신의 "Favorite Things"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85Spanx는 이미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었다. 그러니 Oprah가 아무것도 없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86하지만 규모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Spanx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87그런데 Oprah 제작진에서 또 연락이 왔다. Spanx 회사를 촬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88이번에는 꽤 난감한 문제가 있었다.
#89Spanx에는 제대로 된 사무실이 없었다. 직원도 없었다. 회사는 사실상 블레이클리의 아파트였다.
#90하지만 전국 방송에 나가면서 “우리 회사에는 저밖에 없습니다”라고 보여줄 수도 없었다.
#91블레이클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동네 친구들이 왔다. 가까운 사람들이 아파트에 모였다.
#92그리고 모두 바닥에 둘러앉았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것이 Spanx의 직원 회의처럼 보였다.
#93전국적인 방송에 등장하기 직전의 Spanx는 그런 회사였다. 사무실 대신 아파트가 있었고,
#94직원 대신 친구들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Oprah 방송이 끝난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았다.
#95사람들이 유명인의 추천 때문에 한 번 사본 것일까? 아니면 제품 자체가 정말 팔리는 것일까?
#96Spanx의 첫해 매출은 약 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다음 해에는 약 1,000만 달러로 늘었다.
#97그리고 또 다른 시험대가 왔다. QVC. TV에서 제품을 직접 보여주고 시청자가 전화나 온라인으로 바로 주문하는 홈쇼핑 채널이었다.
#98처음에는 QVC도 Spanx를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기회가 왔다. 블레이클리가 직접 방송에 나갔다.
#99이번에도 복잡한 설명 대신 제품을 보여줬다. 결과는 빨랐다. 약 5분 만에 8,000개가 팔렸다.
#100Oprah가 없는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샀다. Spanx는 더 이상 아파트에서 친구들을 불러 회의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 작은 실험만은 아니었다.
#101제품 종류도 늘었다. 회사도 커졌다. 그런데 블레이클리는 처음 시작할 때 선택했던 한 가지 방식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았다.
#102외부 투자자의 돈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103처음 사업에 넣은 돈은 자신의 저축 5,000달러였다. 그 뒤 Spanx는 벌어들인 돈으로 성장했다.
#104외부 투자를 받지 않은 채 그 상태가 21년 이어졌다. 2021년, 마침내 대형 외부 투자가 들어왔다.
#105Spanx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로 평가됐다. 그리고 새로운 투자자 가운데 익숙한 이름 하나가 있었다.
#106Oprah Winfrey. 2000년에는 Blakely가 자신의 제품을 보내야 했던 사람이었다.
#10721년 뒤에는 그 회사에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Blakely의 이야기를 가장 처음으로 되돌려놓은 사건은 조금 더 뒤에 왔다.
#1082026년이었다.
#109처음 Spanx를 만들 때 Blakely에게는 특허 변호사를 마음껏 고용할 돈이 없었다.
#110그래서 서점에서 책을 샀다. 직접 특허를 공부했다. 어머니가 제품 그림을 그렸다.
#111그때의 Blakely를 설명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직업은 여전히 팩스기 판매원이었다.
#112거의 30년이 흘렀다. 2026년. Blakely는 Spanx shapewear를 만든 공로로 National Inventors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113이번에 그녀의 이름 옆에 붙은 말은 판매원이 아니었다. 기업가도 아니었다.
#114Inventor. 발명가였다. 무대 위에서 Blakely는 헌액 메달을 받았다.
#115그 이름과 함께 기록된 발명에는 오래전 직접 준비했던 특허도 있었다. 흰 바지 때문에 스타킹 발끝을 잘랐던 사람.
#116공장마다 거절당했던 사람. 특허 비용을 아끼려고 서점에서 책을 샀던 사람.
#117그 사람이 수십 년 뒤, 자신이 만든 발명 때문에 발명가들의 Hall of Fame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