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를 직접 쓰고 주연한 미국 배우·각본가·감독
통장에 106달러뿐이던 스탤론은 왜 "Rocky"의 거액 제안을 거절했을까?
#1실베스터 스탤론의 은행 계좌에는 약 106달러가 있었다. 아내 사샤는 임신 중이었다.
#2그런데 그가 쓴 각본 하나에 갑자기 1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붙기 시작했다.
#3제안은 18만 달러로 올라갔다. 다른 곳에서는 25만 달러를 넘어 거의 30만 달러까지 거론됐다.
#41970년대 중반이었다. 가난한 무명 배우에게는 인생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돈이었다.
#5문제는 조건이었다. 각본은 사고 싶다. 하지만 주연은 당신이 아니다.
#6영화사는 라이언 오닐이나 버트 레이놀즈처럼 이미 알려진 배우를 원했다. 스탤론은 돈이 필요했다.
#7실제로 제안 금액이 올라갈수록 흔들렸다. 그런데도 팔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빠지는 조건으로는 팔지 않았다.
#8왜였을까? 그 답은 스탤론이 "Rocky"를 쓰기 훨씬 전부터 시작돼 있었다.
#9스탤론은 배우에게 유리한 조건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다. 출산 과정에서 생긴 신경 손상으로 얼굴 한쪽 일부가 마비됐고, 입 모양과 발음에도 특징이 남았다.
#10연기를 공부했지만 배우라는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뉴욕으로 갔다.
#11오디션을 봤다. 또 봤다. 영화에도 조금씩 등장했다. 문제는 그에게 돌아오는 사람이 늘 비슷했다는 것이다.
#12강도. 깡패. 거리의 거친 남자. 스탤론은 훗날 배우 생활을 돌아보며 이대로라면 오랫동안 문 옆에 서 있는 두 번째 깡패 같은 역할만 하게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13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았다. 남들이 좋은 역할을 주지 않는다면, 자기가 할 역할을 직접 쓰는 것.
#14그는 계속 각본을 썼다. 약 30편쯤 썼다고 훗날 회상했는데, 스스로도 그중 29편은 아마 끔찍했을 거라고 했다.
#15그래도 계속 완성했다. "Rocky"가 처음은 아니었다.
#16"Rocky" 이전에 스탤론은 "Paradise Alley"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17그러다 돈이 필요해 그 작품의 권리를 다른 곳에 넘겼다. 얼마를 받고 어떤 조건으로 넘겼는지는 관계자들의 기억이 서로 다르다.
#18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작품은 더 이상 스탤론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19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제작자 와 를 만났다.
#20각본가로 간 게 아니었다. 배우 일을 얻으러 갔다. 별다른 성과 없이 미팅이 끝나려던 순간, 스탤론이 자신도 글을 쓴다고 말했다.
#21제작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한 "Paradise Alley"는 이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작품이었다.
#22스탤론의 후대 회고에 따르면 집으로 돌아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열렸는데, 정작 그 문으로 들고 들어갈 것이 없었다.
#23그리고 얼마 전 그의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들어와 있었다.
#241975년 3월 24일. 세계 헤비급 챔피언 가 라는 복서와 싸웠다.
#25누가 이길지는 너무 뻔해 보였다. 웨프너는 세계 정상급 스타가 아니었다. 경기 자체를 우스운 매치업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26그런데 웨프너가 쓰러지지 않았다. 한 라운드. 또 한 라운드. 경기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27결국 15라운드에서 알리가 웨프너를 TKO로 꺾었다. 웨프너는 졌다. 그런데 스탤론에게 남은 건 바로 그 패배였다.
#28질 게 뻔한 사람이 생각보다 오래 서 있는 모습. 여기서 흔히 이야기가 너무 빨리 이어진다.
#29스탤론이 경기를 보고 집으로 뛰어가 사흘 만에 "Rocky"를 썼다는 식이다.
#30실제 과정은 조금 달랐다. 당시 기록을 보면 그는 그 아이디어를 몇 달 동안 머릿속에서 굴렸다.
#31그러다 쓰기 시작했고, 초고 자체는 약 3일 반 만에 빠르게 끝냈다. 아내 사샤가 손으로 쓴 원고를 타이핑했다.
#32그리고 초기의 Rocky는 완성된 영화 속 Rocky와도 달랐다. 스탤론의 후대 회고에 따르면 사샤는 처음 읽은 Rocky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33너무 거칠었다. 이후 캐릭터는 더 부드러워졌다. 그러니까 Rocky는 척 웨프너 한 사람의 인생을 옮긴 것도 아니었고, 스탤론 자신을 그대로 복사한 것도 아니었다.
#34여러 조각이 한 사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만큼은 스탤론 자신의 문제와 아주 가까웠다.
#35평생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딱 한 번 시험받을 기회를 얻는 것.
#36차토프와 윙클러는 "Rocky"를 좋아했다. 영화사도 각본에는 관심을 보였다.
#37그런데 스탤론은 다른 문제였다. 당시 그가 제대로 주연을 맡은 영화는 거의 없었다.
#38영화사 입장에서는 쉬운 방법이 있었다. 각본을 산다. 스탤론에게 큰돈을 준다.
#39그리고 유명 배우를 Rocky로 쓴다. 돈은 올라갔다. 스탤론의 통장에는 약 106달러가 있었다.
#40그는 물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영화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사실상 답은 하나였다.
#41돈을 받고 빠지면 된다. 그때 스탤론이 거절한 이유는 영화가 성공한 뒤 만들어낸 멋진 설명만은 아니었다.
#421976~77년, "Rocky"가 막 세상에 나온 시기의 인터뷰에도 이미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43그에게 "Rocky"는 역경 속에서 찾아온 한 번의 golden shot, 결정적인 기회를 잡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44그런 이야기를 써놓고 정작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돈을 받고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45스탤론은 그렇게 하면 자기가 쓴 이야기가 거짓이 된다고 생각했다.
#46그가 자신이 위대한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Rocky"가 대박 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47그는 그냥 이번 한 번만큼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링에 올라가고 싶었다.
#48문제는 그가 버틴다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49United Artists는 Stallone 없는 "Rocky"를 더 안전하게 봤다.
#50무명 배우가 주연인 권투 영화. 흥행이 잘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여성 관객이 오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고 해외에서 팔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51그때 차토프와 윙클러에게 작은 통로가 있었다. United Artists와 맺은 계약상 일정 예산 이하의 영화는 제작자들이 밀어붙일 수 있었다.
#52스튜디오가 계산한 "Rocky"의 예산은 그 한도를 넘어갔다. 그러자 두 제작자가 다시 계산했다.
#53약 100만 달러에 만들겠다. 그리고 완성까지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54스탤론이 자기 자리를 걸고 버티자 이번에는 두 제작자가 자기 위험을 얹은 것이다.
#55그제야 영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신 돈은 없었다. 촬영 기간은 약 28일.
#56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부족함이 영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57Rocky와 Adrian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있었다. 원래라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아이스링크가 자연스럽다.
#58하지만 엑스트라를 잔뜩 고용하려면 돈이 든다. 감독 은 방법을 바꿨다.
#59스케이트장이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하면 된다. 그래서 넓은 링크에 Rocky와 Adrian만 남았다.
#60Rocky는 서툴게 말을 걸고 Adrian은 링크를 돈다. 돈이 없어서 사람이 사라졌는데, 오히려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상하고 조용한 공간이 생겼다.
#61캐스팅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Apollo Creed 역을 보러 온 는 오디션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
#62눈앞에 있는 남자가 스탤론이었다. 둘이 연기를 해본 뒤 웨더스는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진짜 배우와 읽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63스탤론은 "Rocky"를 쓰고, 큰돈을 거절하고, 간신히 자기 주연 자리를 지킨 상태였다.
#64그런데 이제 상대역 후보에게 배우 취급조차 못 받은 셈이었다. 웨더스는 뒤늦게 눈앞의 남자가 주연이자 각본가라는 걸 알았다.
#65그래도 완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자신감이 오히려 좋았다. 세계 챔피언 Apollo Creed라면 정말 저럴 것 같았다.
#66웨더스가 Apollo가 됐다. Mickey도 비슷했다. 는 오디션 도중 대본에 없던 말을 Rocky에게 던졌다.
#67은퇴를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말이었다. 감독은 그 순간 Mickey를 봤다.
#68작은 영화에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스탤론 혼자 쓴 종이 위의 인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69영화 후반, Rocky는 Adrian에게 뜻밖의 말을 한다. Apollo를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는다.
#70자신도 이기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대신 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마지막까지 가는 것.
#71아무도 Apollo와 끝까지 버틴 적이 없었다. 자기가 마지막 종이 울릴 때까지 서 있다면,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면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72자신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을. 여기서 척 웨프너의 경기가 다시 떠오른다.
#73웨프너도 알리를 이기지 못했다. Rocky도 Apollo를 이기지 못한다.
#74그리고 현실의 스탤론도 자신이 최고의 배우라는 보장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75그가 요구한 것은 한 번 직접 해볼 기회였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갈 무렵, 스탤론은 그 기회를 자기가 망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76마지막 경기 뒤 Adrian이 Rocky에게 달려오는 장면을 다시 찍었다.
#77돈은 여전히 부족했다. 거대한 경기장을 완벽하게 다시 만드는 대신 필요한 부분만 준비했다.
#78충분한 관중도 없었다. Adrian의 모자는 정확한 순간에 떨어져야 했다.
#79잘 안 되자 치실을 연결해 잡아당겼다. Rocky는 사람들 사이에서 Adrian을 찾는다.
#80"Adrian!" Adrian도 Rocky를 부른다. 둘이 만난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81컷. 그날 스탤론은 자신이 형편없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망친 것 같았다.
#82그런데 편집된 장면은 달랐다. 의 음악이 들어왔다. 아빌드센의 화면과 편집이 붙었다.
#83의 Adrian이 있었다. 촬영장에서 초라해 보였던 조각들이 합쳐지자 전혀 다른 장면이 됐다.
#84스탤론은 그제야 영화라는 것이 혼자 만드는 일이 아니라는 걸 화면으로 봤다.
#85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관객이었다. 그 관객마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861976년 11월, "Rocky"가 개봉했다. 차토프와 윙클러는 극장 밖에 있었다.
#87두 사람은 "New York Times"에 실린 좋지 않은 리뷰를 읽었다.
#88기분이 가라앉았다. 영화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배우 가 나타났다.
#89밖에서 그러고 있지 말고 극장 안에 들어가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90관객들이 일어서서 환호하고 있었다. 이후 숫자가 따라왔다. 약 100만 달러 규모로 만든 영화는 전 세계에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91아카데미상에서는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스탤론은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가 됐다.
#92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영화사가 돈을 줄 테니 주연에서는 빠져달라고 했던 바로 그 배우였다.
#93그리고 "Rocky"는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받았다. 그런데 스탤론 개인은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다.
#94각본상도 받지 못했다. 영화 속 Rocky도 마찬가지였다. Apollo와 끝까지 싸웠지만 판정에서 졌다.
#95그런데 영화의 마지막 순간, Rocky는 누가 이겼는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96사람들이 판정을 외치는 동안 그가 찾는 것은 한 사람이다. Adrian.
#97사건만 놓고 보면 아니다. Rocky는 척 웨프너가 아니었다. 스탤론 자신도 아니었다.
#98Apollo에는 무하마드 알리를 떠올리게 하는 당대 챔피언의 이미지가 들어갔다.
#99Philadelphia의 실제 복싱 문화도 있었다. 스탤론이 알고 있던 거리의 사람들도 있었다.
#100사샤의 반응이 있었고, 차토프와 윙클러의 선택이 있었고, 아빌드센의 연출이 있었다.
#101웨더스와 메러디스와 샤이어가 들어오면서 캐릭터도 변했다. 그러니 "Rocky"는 한 사람의 실화를 이름만 바꾼 영화가 아니었다.
#102그런데 Rocky가 두려워했던 것은 스탤론에게 아주 익숙했다. 계속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103마침내 한 번의 기회가 왔는데, 거기서도 자신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 것.
#104그래서 Rocky가 원하는 것도 챔피언 벨트가 아니었다. 한 번 끝까지 가보는 것이었다.
#105스탤론도 그랬다. 그가 수십만 달러를 거절하며 요구한 것은 성공 보장이 아니었다.
#106Rocky를 자기가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107시간이 흘러 Rocky는 영화 속 인물보다 커졌다. Philadelphia Museum of Art의 계단은 사람들이 Rocky처럼 뛰어오르는 장소가 됐다.
#108Rocky 동상도 도시의 상징이 됐다. 그리고 첫 영화가 나온 지 50년이 되는 2026년, Hollywood는 새로운 영화를 준비했다.
#109제목은 `"I Play Rocky"`. 내용은 Rocky Balboa의 새로운 경기가 아니다.
#110젊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Rocky"를 쓰고, 영화사가 다른 배우를 원하자 자기가 Rocky를 연기하겠다고 버틴 이야기다.
#111이번에는 라는 다른 배우가 젊은 스탤론을 연기한다.
#11250년 전, 영화사는 스탤론에게 각본만 남기고 사라지라고 했다. 스탤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113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뒤, 누군가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스탤론이 Rocky가 되려고 했던 순간을 연기한다.
#114Chuck Wepner는 Muhammad Ali에게 결국 졌다. 그런데 그 패배를 지켜본 스탤론은 수십 년짜리 영화 캐릭터를 만들었다. 훗날 는 자신이 Rocky의 영감으로 이용됐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며 스탤론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