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패션 브랜드 폐업 뒤 Gap Inc.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돌아온 미국 패션 디자이너
자기 이름의 회사를 잃은 디자이너에게 Gap은 왜 자기 이름을 맡겼을까?
#12019년 11월, 뉴욕의 Zac Posen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옷을 만들고 있었다.
#2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다음 봄 컬렉션을 공개했다. 다음 시즌에 팔 옷까지 이미 준비한 패션회사였다.
#3그런데 그날, 일이 멈췄다. 잭 포즌은 훗날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Needles down, pack up your office.”
#4바늘을 내려놓고 사무실을 정리하라는 말이었다. 직원은 약 60명. 그중에는 포즌이 스무 살 무렵부터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5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새 투자자나 회사를 사줄 곳을 계속 찾았지만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이사회는 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6그렇게 Zac Posen이라는 회사가 문을 닫았다. 포즌은 집으로 돌아갔다.
#7그리고 벽난로 앞에 앉았다.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도 그는 거기 앉아 있었다.
#8이 장면이 이상한 이유는 포즌이 아무도 모르는 디자이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9Natalie Portman이 그의 옷을 입었다. Rihanna도 입었다.
#10Gwyneth Paltrow도, Claire Danes도 그의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11그는 TV 프로그램 "Project Runway"의 심사위원으로도 유명했다.
#12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얼굴을 알아볼 만큼 성공한 디자이너가, 정작 자기 이름을 붙인 회사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13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5년 뒤 벌어졌다. 2024년, Gap은 이 사람을 불렀다.
#14그리고 단순히 드레스 몇 벌을 부탁하지 않았다. Gap, Old Navy, Banana Republic, Athleta를 가진 Gap Inc. 전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겼다.
#15자기 이름의 회사를 망하게 한 디자이너에게, Gap은 왜 자기 이름을 다시 멋있게 만드는 일을 맡겼을까?
#16그 답을 찾으려면 포즌의 성공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봐야 한다.
#17잭 포즌은 뉴욕 SoHo에서 자랐다. 아버지 Stephen Posen은 화가였고, 어머니 Susan Posen은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다루는 변호사였다.
#18집 안에 예술과 사업이 함께 있었다. 어린 Zac은 인형에게 옷을 만들어 입혔다.
#19고등학생 때는 패션회사에서 인턴을 했고,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의상 관련 부서에서도 일했다. 이후 London의 Central Saint Martins에서 여성복을 공부했다.
#20그가 뉴욕으로 돌아와 자기 사업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Susan은 처음에는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1아들 계약서 몇 장을 봐주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Susan은 CEO가 됐다.
#22누나 Alexandra도 합류했다. 가족은 약 1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
#23사무실은 따로 없었다. 가족이 살던 SoHo 공간에서 Zac이 옷을 만들었고, Susan이 계약과 돈을 맡았고, Alexandra가 쇼와 창작 작업을 도왔다.
#24문제는 주문이 들어와도 옷을 만들 돈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패션회사는 매장에서 “이 옷 100벌 주세요”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바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25먼저 천을 사고, 옷을 만들고, 사람에게 임금을 주고, 완성된 상품을 매장에 보내야 한다.
#26돈은 그 뒤에 들어온다. 작은 회사에는 그 몇 달을 버틸 현금이 없었다. 그래서 Susan은 Barneys와 Bloomingdale’s 같은 매장에 특이한 조건을 요구했다.
#27주문 금액의 절반을 먼저 달라. 그 선금으로 원단을 샀다. Zac이 옷을 만들었다.
#28그리고 완성되면 Susan이 직접 트럭을 몰았다. Manhattan의 의류업체들이 몰려 있는 Garment District를 돌며 아들이 만든 옷을 매장에 가져다줬다.
#29지금 생각하면 작은 가족 가게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옷을 본 사람들이 심상치 않았다.
#30포즌의 초기 성공은 거대한 광고 캠페인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옷을 보고 물었다.
#31Lola Schnabel이 포즌의 옷을 입었다. 슈퍼모델 Naomi Campbell이 그 옷을 발견했다.
#32Campbell은 관심을 보였고, 포즌의 옷은 다른 모델과 패션 관계자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33Claire Danes는 어린 시절부터 SoHo에서 포즌을 알고 있었다.
#34Natalie Portman에게도 가까운 인간관계를 통해 연결됐다. 포즌이 뉴욕에서 중요한 패션쇼를 열었을 때는 Anna Wintour가 앞줄에 앉았다.
#35Sean “Diddy” Combs도 그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띄워줬고, 나중에는 사업에 돈까지 넣었다.
#36포즌은 스무 살을 조금 넘긴 나이에 뉴욕 패션계의 스타가 됐다. 그가 특히 잘한 것은 한 벌의 옷을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37몸에 맞게 정교하게 구조를 잡은 드레스. 사진 한 장만 봐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볼 만한 과장된 실루엣.
#38배우가 레드카펫에서 한 번 입으면 다음 날 전 세계 패션 매체에 사진이 깔렸다.
#39이름은 점점 커졌다. Zac Posen.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었다.
#40사람들이 디자이너 이름을 많이 아는 것과, 그 이름을 가진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41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사람들이 돈을 아끼기 시작했고 소매업계 전체가 얼어붙었다.
#42포즌의 회사에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회사의 상징은 비싼 이브닝드레스였다. 그런 드레스는 사진에서는 강하다.
#43한 배우가 시상식에서 입으면 수백만 명이 본다. 하지만 평범한 고객이 매달 하나씩 사는 물건은 아니다.
#44회사가 계속 돌아가려면 다음 시즌 옷을 만들 돈이 필요하다. 천도 사야 한다.
#45직원 월급도 줘야 한다. 쇼도 해야 한다. 매장에 상품을 보내야 한다. 팔리지 않은 옷도 떠안아야 한다.
#46유명 배우 한 명이 드레스를 입어주는 건 엄청난 홍보다. 하지만 그 사진이 자동으로 회사 통장에 다음 시즌 제작비를 넣어주지는 않는다.
#47포즌도 문제를 모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다른 길을 찾았다. 더 저렴한 Z Spoke라는 라인을 만들었다.
#48매장도 열었다. 향수 사업도 준비했다. Brooks Brothers에서는 여성복 디자인을 맡았다.
#49Delta 항공사의 승무원 유니폼도 만들었다. "Project Runway"에 출연해 대중 인지도도 더 높였다.
#50즉 그는 “난 비싼 드레스만 만들겠다”며 버티다가 망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 더 많은 사람에게 팔 수 있는 방법을 시험했다.
#51그런데 어떤 시도도 자기 회사를 안정적으로 먹여 살릴 만한 엔진이 되지는 못했다.
#52금융위기 뒤 포즌은 더 큰 승부를 걸었다. 뉴욕을 넘어 Paris Fashion Week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53세계 패션의 중심에서 자신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릴 기회였다. 하지만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진행한 Paris 도전은 조직에도 큰 압력을 줬다.
#54포즌 자신도 훗날 그 시절 사람들을 너무 몰아붙였다고 인정했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언제 제대로 수익을 낼지 압박하고 있었다.
#55그리고 포즌의 회사를 처음부터 운영해왔던 어머니 Susan이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56누나 Alexandra도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멀어졌다. 단순히 “가족끼리 싸워서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57회사는 가족 세 명이 거실에서 움직일 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투자자의 돈이 들어왔고, 전문경영이 필요해졌으며,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58하지만 Zac에게는 사업구조 이상의 변화였다. 옷을 만들면 엄마가 계약을 하고 트럭을 몰던 시절의 팀이 사라지고 있었다.
#59그는 훗날 그때를 두고 말했다. 정말 외롭고 혼란스러웠다고. 그래도 밖에서는 그의 이름이 계속 보였다.
#60Posen은 계속 스타였다. 배우들은 그의 드레스를 입었다. TV에 나왔다.
#61브랜드 협업도 이어졌다. 그런데 개인의 인지도와 회사의 체력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62결국 회사에 큰돈을 넣었던 투자자 Yucaipa는 지분을 팔려고 했다. 2019년에는 새 구매자나 투자자를 찾는 일이 급해졌다.
#63Posen 자신도 아시아까지 다니며 상대를 찾았다. 결과는 없었다. 회사는 다음 컬렉션까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64그런데 그 옷을 생산해서 매장에 보내고, 그다음 시즌까지 넘어갈 돈을 책임질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65포즌이 훗날 한 말은 짧았다. “Time ran out.” 시간이 떨어졌다.
#662019년 11월 1일, 회사는 폐업했다. 그리고 이 실패는 단순히 “회사 하나를 닫았다”에서 끝나지 않았다.
#67Zac Posen이라는 이름 자체가 상품이었다. 그 이름의 브랜드와 관련 권리는 이후 다른 기업의 소유가 됐다.
#68수천 벌에 이르는 자신의 과거 작품들도 더 이상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69세상에는 여전히 Zac Posen이라는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었다.
#70그런데 Zac Posen은 그 브랜드의 주인이 아니었다. 스무 살 무렵 자기 이름을 회사로 만들었던 사람에게는 기묘한 결말이었다.
#71그래서 회사가 문을 닫은 뒤 포즌은 바로 Zac Posen 2.0을 만들지 않았다.
#72폐업 뒤 포즌은 Los Angeles로 갔다. 패션 대신 영화 쪽에서 일하는 방법까지 생각했다.
#73그러다 몇 달 뒤 COVID-19 팬데믹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돌아갈 사무실 자체가 없었다.
#74그는 정원을 가꾸고 요리를 했다. 빵을 굽고, 생선을 손질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었다.
#75그리고 옷도 다시 만들었다. 다만 예전처럼 한 시즌에 수십 벌을 내놓는 회사 방식이 아니었다.
#76웨딩드레스 같은 개인 주문을 받았다. 한 사람을 위한 한 벌을 만들었다. 영화 "The Outfit"의 의상도 맡았다.
#771950년대 Chicago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화려한 여배우의 레드카펫 드레스가 아니라 재단사와 갱스터들의 옷을 만들어야 했다.
#78New York City Ballet의 공연 의상도 디자인했다. 그 작업을 하던 시기에 무용수 Harrison Ball을 만났다.
#79회사가 마지막을 향해 가던 때였다. Ball은 당시 포즌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80둘 사이에는 포즌다운 첫 장면도 있었다. Ball이 "Swan Lake"의 Prince Siegfried를 연기할 때 포즌을 리허설에 초대했다.
#81공연 뒤 포즌이 찾아왔다. Ball은 조금 다른 분위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82포즌은 그의 춤 동작 하나를 지적했다. 나중에 Ball이 영상을 다시 봤다.
#83포즌 말이 맞았다. 둘은 바로 연인이 되지 않았다. 팬데믹 동안 떨어져 지냈고, Bahamas에 있던 Ball 쪽 통신탑에 번개가 떨어져 연락이 끊긴 적도 있었다.
#84다시 만난 뒤 Ball은 한 번 포즌에게 가던 차를 아예 돌려버렸다. 뭔가 인생이 크게 바뀔 것 같아 겁이 났다.
#85일주일 뒤 돌아왔다. 포즌은 집의 옷장 두 칸을 비워놨다. Ball이 들어왔다.
#86몇 년 전까지 포즌의 삶에서는 회사와 자기 이름을 분리하기 어려웠다. 이제 그의 삶에는 회사가 아닌 것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87그렇다고 패션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23년쯤에는 아주 익숙한 방식의 컴백 기회가 찾아왔다.
#88포즌은 프랑스의 오래된 유명 패션하우스들과 Creative Director 자리를 논의하고 있었다.
#89Creative Director는 한 브랜드가 어떤 옷을 만들고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를 큰 방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다.
#90포즌의 경력을 생각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다음 수였다. 미국의 유명 드레스 디자이너가 자기 회사에서 실패한다.
#91몇 년 쉰다. Paris의 명품 브랜드 수장이 된다. 다시 화려한 패션쇼를 연다.
#92익숙한 재기 이야기다. Posen은 실제로 Paris 이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93그런데 다른 제안이 들어왔다. Old Navy. 최고급 드레스로 유명해진 디자이너에게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 의류 브랜드가 연락한 것이다.
#94더 황당한 것은 포즌 자신도 약 15년 동안 Old Navy 매장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95제안을 한 사람은 Richard Dickson이었다.
#96Dickson과 Posen은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었다. Dickson이 Mattel에서 일하던 시절 포즌은 그에게 특이한 인형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97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남자아이 인형이었다. 시간이 흘러 Dickson은 2023년 Gap Inc. CEO가 됐다.
#98당시 Gap의 문제를 그는 단순히 “옷이 안 팔린다”라고 보지 않았다. 매출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Gap을 문화적으로 중요한 브랜드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99한때 Gap 광고에 나오면 시대의 얼굴처럼 보였다. Gap 청바지와 티셔츠가 미국적인 멋의 상징이었던 때도 있었다.
#100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Gap은 그냥 익숙한 쇼핑몰 브랜드가 됐다. Dickson이 처음 Posen에게 제안한 것은 Old Navy의 창의적인 방향을 맡는 자리였다.
#1012023년 10월 두 사람은 뉴욕 Balthazar에서 만났다. 감자튀김을 앞에 놓고 이야기했다.
#102그런데 Posen은 Old Navy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Athleta는 전문 스포츠와 더 연결해볼 수 있다고 했다.
#103Banana Republic은 현대적인 탐험가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104그리고 Gap에 대해서는 다르게 봤다. Gap이 다시 문화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5Old Navy 하나로 시작한 대화가 Gap Inc.의 여러 브랜드 전체로 커졌다.
#106결국 회사가 Posen에게 준 직함도 커졌다. Gap Inc. Creative Director.
#107그리고 Old Navy에서는 디자인뿐 아니라 상품과 마케팅까지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Chief Creative Officer를 겸하게 됐다.
#108그런데 Gap의 역사를 알고 보면 이 채용은 더 이상했다.
#109Gap은 과거에도 유명한 디자인 리더를 영입했다. 2012년에는 Rebekka Bay를 Creative Director로 데려왔다.
#110Bay는 H&M 계열 브랜드 COS를 키우는 데 참여해 주목받았던 디자이너였다.
#111Gap은 그에게 세계 곳곳에서 팔리는 옷의 디자인을 맡겼다. 기대는 컸다.
#112오래가지는 못했다. 2015년 Bay가 떠난 뒤 당시 Gap CEO Art Peck은 후임 Creative Director를 뽑지 않았다.
#113그는 유명 Creative Director를 회사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false messiahs”, 즉 가짜 구세주처럼 보는 생각을 비판했다.
#114한 사람의 감각으로 거대한 유통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경계한 것이다.
#115그 뒤 Gap은 Kanye West와 Yeezy Gap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116그 관계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Gap이 2024년 다시 유명 디자이너를 회사 최고위급 창의 책임자로 데려왔다.
#117이번엔 자기 회사까지 망한 Zac Posen이었다. Gap이 그의 사업 실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었을까?
#118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119Dickson이 포즌을 영입하며 강조한 능력이 있었다. technical expertise.
#120그리고 cultural clarity. 말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121첫째, 포즌은 옷을 실제로 아주 잘 만들었다. 천을 몸에 어떻게 붙이고 어디를 당기고 어디를 풀어야 아름다운 형태가 나오는지 알았다.
#122그는 패션을 이미지로만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재단하고 형태를 잡는 기술을 가진 디자이너였다.
#123둘째, 무엇이 사람들의 눈을 붙잡는지 알았다. Naomi Campbell부터 Hollywood 배우, 패션쇼, TV, 영화, 발레까지 그는 옷을 사람들의 대화거리로 만드는 경험을 반복해왔다.
#124자기 회사가 망했다고 그 두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포즌의 회사에 부족했던 것을 Gap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125생산할 공장과 협력업체. 어떤 상품을 얼마에 얼마나 팔지 정하는 상품기획 조직.
#126광고를 만드는 마케팅팀. 수천 개 매장. 온라인 판매망. 세계 각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유통 시스템.
#127회사를 굴릴 자본. 포즌이 혼자 책임져야 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Gap에 부족해진 것은 포즌이 잘하던 일이었다.
#128사람이 지나가다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것. “저게 정말 Gap이야?”
#129라고 묻게 만드는 것. Dickson은 Mattel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130Dickson이 Mattel에서 일하던 시절 Barbie는 심각하게 늙은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131인형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예전만큼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132Mattel은 단순히 광고를 많이 하는 대신 Barbie가 처음 왜 사랑받았는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133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을 가진 인형을 만들었다. 제품을 바꿨다. 콘텐츠와 협업을 늘렸다.
#134다시 사람들이 Barbie를 문화 속에서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2023년 영화 "Barbie"가 거대한 성공을 거두기 훨씬 전부터 진행된 작업이었다.
#135Dickson이 강조했던 것은 멋진 아이디어 하나보다 그 아이디어가 제품과 사업으로 실제 실행되는 것이었다.
#136그 관점에서 보면 Posen은 묘하게 맞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부족했던 것을 Gap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었다.
#137Gap에 부족했던 것을 Posen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입사 석 달 만에 첫 시험이 찾아왔다.
#138장소는 매장이 아니었다. Met Gala였다.
#1392024년 Met Gala에서 배우 Da’Vine Joy Randolph가 거대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140Posen이 가장 잘 아는 세계였다. 유명 배우. 카메라 수백 대. 한 사람의 몸에 맞춘 화려한 드레스.
#141그런데 천이 이상했다. Gap의 데님이었다. 청바지에 쓰는 그 데님으로 포즌은 18세기 이브닝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옷을 만들었다.
#142몸통은 단단하게 잡고, 아래쪽에는 많은 천이 흘러내렸다. Gap이 1969년부터 팔아온 가장 평범한 소재와 Zac Posen을 유명하게 만든 기술이 한 벌 안에 들어갔다.
#143그리고 Met Gala 다음 날, 또 전화가 왔다. Anne Hathaway가 Rome의 행사에서 입을 옷이 필요했다.
#144포즌은 작업대로 갔다. 이번에는 Gap의 흰 셔츠를 꺼냈다. 그리고 잘랐다.
#145천을 몸에 직접 대면서 어느 곳에서 접고 당겨야 형태가 나오는지 잡기 시작했다. 패션에서는 이런 방식을 ‘드레이핑’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종이에 그림만 그리는 대신 사람 몸 위에서 바로 옷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작업에 가깝다.
#146약 2주 뒤 Hathaway가 그 옷을 입었다. 흰 셔츠가 바닥까지 내려오는 드레스가 되어 있었다.
#147사진이 퍼졌다.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Hathaway가 아름다워서만이 아니었다.
#148브랜드가 Gap이었기 때문이다. “저게 Gap이라고?” 바로 그 질문이 뉴스가 됐다.
#149그리고 여기서 예전 Zac Posen 회사와 지금 Gap의 차이가 나타났다.
#150Zac Posen 시절에도 유명 배우가 그의 드레스를 입는 일은 많았다.
#151사진은 엄청난 관심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관심을 대량 판매로 연결하는 일은 늘 어려웠다.
#152Gap에는 그 뒤를 받을 조직이 있었다. Hathaway의 드레스가 화제가 되자 Gap은 아이디어를 소비자가 살 수 있는 흰 셔츠 드레스로 바꿔 판매했다.
#153그리고 2025년에는 아예 GapStudio가 시작됐다. Posen의 패션 기술을 Gap 상품에 더 직접적으로 넣는 컬렉션이었다.
#154그가 잘하던 몸의 형태를 잡는 재단법과 천을 다루는 방법은 가져왔다. 대신 재료는 데님, 면, 카키, 티셔츠에 쓰이는 천이었다.
#155가격도 수천 달러짜리 맞춤 드레스와 달랐다. 이제 포즌이 풀어야 할 문제도 달라졌다.
#156예전에는 한 배우에게 완벽하면 됐다. 몸에 맞지 않으면 다시 뜯어서 고칠 수도 있었다.
#157Gap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한 디자인을 여러 사이즈로 만들어야 한다. 수천 장을 만들어도 같은 모양이 나와야 한다.
#158소비자가 살 만한 가격도 맞춰야 한다. 정해진 날짜에 수많은 매장으로 보내야 한다.
#159포즌이 자기 회사에서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멋진 한 벌 다음의 문제’였다.
#160지금은 그 문제를 혼자 풀지 않았다.
#161Gap의 숫자는 실제로 좋아졌다. Gap 브랜드의 비교매출은 2024년 4% 증가했고, 2025년에는 6% 증가했다.
#162비교매출은 새 매장을 많이 열어서 매출이 늘어난 효과를 빼고, 기존 매장이 전보다 얼마나 더 팔았는지 보는 수치다.
#1632026년 2분기에는 Gap의 비교매출이 10% 증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예전에는 멋있었던 브랜드” 취급을 받던 Gap이 다시 성장하고 있었다.
#164하지만 이것을 “Zac Posen이 Gap을 살렸다” 라고 쓰면 사실과 달라진다.
#165Richard Dickson이 CEO가 된 뒤 비용과 운영을 손보는 작업은 Posen 합류 전부터 시작됐다.
#166Gap에는 별도의 상품팀과 마케팅팀이 있다. Troye Sivan이 청바지를 입고 춤춘 광고가 나왔다.
#167걸그룹 KATSEYE의 데님 캠페인은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매장과 온라인 판매도 함께 바뀌었다.
#168많은 사람이 움직였다. 오히려 같은 회사 안의 다른 숫자를 보면 더 분명하다.
#1692026년 같은 분기 Old Navy의 비교매출은 4% 감소했다.
#170Athleta는 12% 줄었다. 특히 Old Navy는 Posen이 Chief Creative Officer까지 맡고 있는 브랜드다.
#171CEO도 교체하게 됐다. 실패를 겪은 포즌이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갑자기 모든 사업 문제의 답을 알게 된 것은 아니다.
#172Gap의 회복도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포즌 자신에게는 분명히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173젊은 Zac Posen에게 회사와 사람은 거의 같은 것이었다. 디자이너 이름도 Zac Posen.
#174브랜드 이름도 Zac Posen. 회사 역시 Zac Posen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175성공하면 이름이 커졌다. 그 이름이 커지면 회사도 커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회사가 무너지자 그 이름에 대한 통제권까지 함께 잃었다.
#176Gap에서는 정반대였다. 사람들이 Anne Hathaway의 흰 드레스를 봐도 첫 번째 이름은 Gap이었다.
#177KATSEYE의 청바지가 화제가 되어도 Zac Posen 광고라고 부르지 않았다.
#178GapStudio조차 이름의 앞에는 Gap이 있었다. Posen은 Gap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179“It was there before me, and it will be there after.”
#180자신이 오기 전에도 존재했고, 자신이 떠난 뒤에도 존재할 회사라는 뜻이다.
#181그가 실패 때문에 겸손한 사람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의 성격이 그렇게 단순하게 바뀌었다는 증거도 없다.
#182하지만 선택한 구조가 달라진 것은 분명했다. 이번에는 자기 이름이 회사 전체일 필요가 없었다.
#183그리고 2026년이 되자 그 변화는 훨씬 평범한 옷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1842024년 Gap에 들어간 직후 포즌은 데님으로 Met Gala 드레스를 만들었다.
#185누가 봐도 Zac Posen다운 출발이었다. 거대하고 화려하고, 유명인이 입고, 다음 날 사진이 퍼지는 옷.
#1862년이 지났다. 2026년 8월 새 GapStudio 컬렉션에서 포즌이 내놓은 것은 데님과 카키, 셔츠와 티셔츠, 후디였다.
#187이번에는 실제 고객이 입을 청바지가 있었다. 가격은 모두 200달러 아래였다.
#188고급 드레스의 재단 기술이 이제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옷까지 내려온 것이다.
#189그 청바지는 미국에서만 팔리는 것도 아니었다. Gap의 유통망을 따라 여러 나라로 나갔다.
#190포즌이 스물한 살 무렵 옷을 만들던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그때 주문이 들어오면 Susan Posen이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191선금을 받아 천을 샀다. 아들이 옷을 완성하면 트럭에 실었다. 그리고 직접 Manhattan을 돌며 배달했다.
#1922026년 4월, Susan Posen은 세상을 떠났다. 몇 달 뒤 아들은 다시 새 옷을 내놨다.
#193이번에는 Zac Posen이라는 이름의 드레스가 아니었다. Gap 청바지였다.
#194스물한 살의 Zac Posen이 옷을 만들면 Susan이 트럭에 실었다.
#195쉰 살의 Zac Posen은 다시 옷을 만든다. 이번에는 트럭을 몰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