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나달’이라는 기대를 넘어 세계 1위와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오른 스페인의 테니스 선수
‘다음 나달’이라 불리던 아이는 어떻게 모두가 쫓는 선수가 됐을까
#12026년 US Open으로 돌아온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이상하게도 경기하는 법을 잠시 잊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
#2139일 동안 공식 단식 경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거든.
#3보통 선수라면 한 달 가까이 쉬어도 경기 감각이 달라질 수 있어. 그런데 알카라스가 코트를 비운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었어.
#4더 이상한 건 그가 그냥 복귀 선수가 아니라는 거야.
#5그는 디펜딩 챔피언이었어.
#6몇 달 전에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완성했지. 그런데 오른쪽 손목 부상 때문에 Roland-Garros와 Wimbledon을 모두 건너뛰어야 했어.
#7이제 다시 코트에 서자 평소의 경기 전 루틴조차 낯설게 느껴졌어.
#8그런데 첫 경기가 시작되자 다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9그리고 상대를 이겼어.
#10139일 동안 멈춰 있던 선수가 다시 이긴 거야.
#11그 장면만 보면 꽤 이상한 이야기가 돼.
#12어떻게 겨우 스물세 살인 선수가 이미 이런 일을 겪고 있을까?
#13그리고 더 궁금한 건 따로 있어.
#14‘다음 나달’이라고 불리던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른 선수들이 쫓아가는 기준이 됐을까?
#15그 이야기는 뉴욕에서 시작되지 않아.
#16스페인의 작은 동네, 엘 팔마르에서 시작돼.
#17엘 팔마르는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근처의 작은 동네야.
#18알카라스의 아버지 역시 테니스를 쳤고, 가족은 테니스와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어.
#19아버지는 선수로 더 높은 곳까지 가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 길을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어.
#20그래서 나중에는 테니스클럽에서 일했어.
#21그곳에서 아들은 코트를 돌아다녔지.
#22카를로스는 아주 어릴 때부터 공을 치는 걸 좋아했어.
#23너무 좋아해서 어느 날에는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울었다고 해.
#24그 나이의 아이에게 테니스는 장래희망이라기보다 그냥 하루를 끝내기 싫을 만큼 재미있는 놀이였던 거야.
#25그런데 이 가족에게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어.
#26재능이 있다고 해서 세계로 나갈 돈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었거든.
#27국제 주니어 대회를 다니려면 비행기와 숙박, 대회 비용이 필요했어.
#28가족만으로 계속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지역 기업의 도움도 받았어.
#29그러니까 알카라스의 출발점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완벽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과는 조금 달랐어.
#30재능은 있었어.
#31하지만 그 재능이 엘 팔마르 밖으로 나가려면 사람들이 하나씩 길을 만들어줘야 했어.
#32어린 알카라스가 처음부터 또래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던 건 아니야.
#33오히려 몸은 가늘었고, 큰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선수도 아니었어.
#34그런데 경기를 보면 이상한 장면이 자꾸 나왔어.
#35드롭샷을 쳤어.
#36로브도 했어.
#37네트로 들어갔어.
#38상대가 뒤에 있을 때 갑자기 짧은 공을 떨어뜨렸고, 상황에 따라 앞으로 달려갔어.
#39또래 선수들이 힘과 안정성을 먼저 익히던 시절부터 알카라스는 코트의 여러 곳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야.
#40누군가는 걱정했어.
#41프로가 돼서도 저렇게 드롭샷을 많이 쳐서 통할 수 있을까?
#42그런데 훗날 돌아보면 그 질문은 조금 이상해져.
#43왜냐하면 그게 바로 알카라스가 프로가 된 뒤 가장 알아보기 쉬운 특징 중 하나가 됐으니까.
#44중요한 건 이 스타일을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가 처음 만들어준 게 아니라는 거야.
#45페레로가 어린 알카라스를 봤을 때도 이미 그런 선택을 하고 있었어.
#46그에게 있던 건 하나의 완성된 전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습관이었어.
#47그리고 그 습관이 나중에 엄청난 무기가 돼.
#48알카라스가 성장하는 동안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어.
#49어린 시절에는 키코 나바로 같은 코치가 있었고, 10대 초반에는 그의 가능성을 지켜보던 알베르트 몰리나가 있었어.
#50몰리나는 단순히 계약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었어.
#51어린 알카라스의 가족을 설득하고, 더 전문적인 환경을 만들고, 나중에는 페레로와의 연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어.
#52그리고 알카라스가 열네 살일 때 페레로가 직접 그를 봤어.
#53페레로는 이미 세계 1위였던 전직 선수였고, 알카라스가 열다섯 살이던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지도하기 시작했어.
#54하지만 페레로가 만난 아이는 빈 종이가 아니었어.
#55이미 자기 방식으로 공을 치고 있었어.
#56페레로가 한 일은 새로운 선수를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 이상한 다양성이 세계 최고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함께 끌고 가는 데 가까웠어.
#57그리고 그 뒤에는 피지컬 코치와 물리치료사, 의사 같은 사람들도 붙었어.
#58알카라스의 성장은 한 명의 천재 코치가 소년을 발견해 완성한 이야기가 아니야.
#59재능을 가진 아이 주변에 다음 단계에 필요한 사람들이 계속 생겨난 이야기이기도 해.
#60그렇게 열여덟 살의 알카라스가 마침내 세계적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어.
#612021년 마드리드.
#62알카라스는 라파엘 나달을 처음 상대했어.
#63사람들은 이미 그를 ‘다음 나달’이라고 부르고 있었지.
#64그런데 코트 위에서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컸어.
#65알카라스가 졌어.
#66스코어는 1-6, 2-6.
#67나중에 알카라스 자신도 거의 완전히 무너졌다는 식으로 그 경기를 기억했어.
#68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그 패배를 나쁜 기억으로만 간직하지 않았어.
#69최고 수준의 선수를 직접 만나보니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보였거든.
#70그리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마드리드에서 나달을 만났어.
#71이번에는 달랐어.
#72알카라스가 이겼어.
#73다음 날에는 노박 조코비치까지 이겼어.
#74갑자기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였지.
#75그런데 사실 알카라스에게는 처음부터 한 가지 이상한 패턴이 있었어.
#76최고 수준을 처음 만나면 크게 깨져.
#77그런데 그다음에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782021년 US Open에서 알카라스는 전 세계가 주목할 선수가 됐어.
#79열여덟 살이던 그는 세계 3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꺾으며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어.
#80갑자기 사람들이 그를 단순한 유망주로 보지 않기 시작했지.
#81그런데 8강에서는 몸이 버티지 못했어.
#82기권했어.
#83첫 번째 대형 무대에서 알카라스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준 셈이야.
#84이 정도 선수도 이길 수 있다.
#85그리고,
#86아직 이 모든 걸 감당할 몸은 준비되지 않았다.
#87그런데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어.
#882022년 US Open.
#89이번에는 끝까지 갔어.
#90우승했어.
#91열아홉 살.
#92그리고 세계 1위.
#93불과 1년 사이에 ‘다음 나달’이라는 별명을 듣던 아이가 실제 세계 1위가 되어버린 거야.
#94이제부터는 이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
#95사람들이 그가 이기기를 기대하기 시작했으니까.
#96세계 1위가 되기 전에는 알카라스가 강한 선수를 이기면 놀라운 일이었어.
#97세계 1위가 된 뒤에는 반대가 됐어.
#98알카라스가 지면 사람들이 이유를 찾기 시작했어.
#99그는 나중에 첫 US Open 우승과 세계 1위가 된 직후를 자신에게 힘든 시기로 기억했어.
#100성공했는데 왜 힘들었을까?
#101이전에는 목표가 눈앞에 있었어.
#102Grand Slam을 우승하고 싶었고, 세계 1위가 되고 싶었어.
#103그런데 그 목표를 너무 빨리 이뤄버렸어.
#104이제는 지키는 법을 배워야 했지.
#105그리고 가장 어려운 시험이 찾아왔어.
#106상대는 다시 조코비치였어.
#1072023년 Roland-Garros 준결승.
#108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만났어.
#109두 사람은 첫 두 세트를 나눠 가졌어.
#110그리고 세 번째 세트에서 이상한 일이 시작됐어.
#111알카라스의 몸에 경련이 왔어.
#112다리만이 아니었어.
#113몸 전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어.
#114경기는 사실상 끝나버렸지.
#115상대가 너무 강해서 졌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경기였어.
#116알카라스는 경기 뒤 긴장과 압박에 대해 이야기했어.
#117그 순간의 무게를 몸이 그대로 받아버린 거야.
#118열아홉 살에 세계 1위가 된 선수도 조코비치 앞에서는 몸이 굳을 수 있었어.
#119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야.
#120알카라스는 그냥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라고 넘기지 않았어.
#121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돌아봤어.
#122정신적으로 준비하는 방식도 다시 생각했어.
#123그리고 몇 주 뒤 다시 조코비치를 만났어.
#124이번에는 Wimbledon 결승이었어.
#125첫 세트를 보자마자 파리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었어.
#126알카라스가 1-6으로 졌거든.
#127그런데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어.
#128두 번째 세트를 가져왔고, 세 번째도 가져왔어.
#129조코비치가 다시 따라왔어.
#130경기는 다섯 세트까지 갔어.
#131거의 다섯 시간이 흘렀어.
#132그리고 마지막에는 알카라스가 이겼어.
#133몇 주 전에는 조코비치 앞에서 긴장 때문에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선수가, 이번에는 같은 상대와 거의 다섯 시간을 싸워 우승한 거야.
#134경기가 끝난 뒤 페레로는 눈물을 보였어.
#135알카라스도 페레로를 끌어안았어.
#136그 장면을 보면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돼.
#137파리에서 몸이 멈췄던 선수와,
#138런던에서 끝까지 버틴 선수가 같은 사람이니까.
#139알카라스에게 실패는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었어.
#140다음 경기에서 다시 시험해볼 것이 됐어.
#141알카라스가 흔들릴 때 페레로가 자주 하던 말 가운데 하나가 있었어.
#142“Smile.”
#143웃으라는 말이었어.
#144전술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더 세게 치라는 것도 아니었어.
#145그냥 웃어.
#146그 말은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은 장면이 됐어.
#147그런데 알카라스에게 ‘즐기는 것’은 단순히 코트에서 웃는 표정만은 아니었어.
#148그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어.
#149테니스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어.
#150팀에서는 역사적인 선수가 되려면 더 엄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
#151실제로 2023년 Roland-Garros에서 크게 지친 뒤에는 친구들과 Ibiza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고, 팀 안에서는 그 선택을 두고 고민이 있었어.
#152알카라스는 자신이 테니스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153그런데 그 선택이 항상 편한 것만은 아니었어.
#154세계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과,
#155그 과정에서도 자기 삶을 갖고 싶은 마음이 계속 부딪혔으니까.
#156그리고 새로운 선수가 나타났어.
#157야니크 시너.
#158처음에는 사람들도 둘을 과거의 전설과 비교했어.
#159알카라스는 나달과 비슷한가?
#160시너는 누구와 비슷한가?
#161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질문이 달라졌어.
#162알카라스와 시너 중 누가 더 강한가?
#1632025년에는 그 질문이 실제 Grand Slam 결승에서 반복됐어.
#164Roland-Garros에서는 알카라스가 이겼어.
#165Wimbledon에서는 시너가 이겼어.
#166US Open에서는 다시 알카라스가 이겼어.
#167이제 둘은 단순히 다음 세대의 유망주가 아니었어.
#168서로가 서로의 기준이 됐어.
#169알카라스는 시너를 보면 자신의 약점이 보이고, 다음 훈련에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했어.
#170그 말은 어릴 때 나달에게 완패했던 경험과 묘하게 닮아 있었어.
#171강한 선수를 만나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보여.
#172그러면 그걸 가지고 다시 훈련해.
#173그리고 다시 코트로 돌아가.
#174Roland-Garros 결승.
#175시너가 앞서 있었어.
#176알카라스는 두 세트를 먼저 내줬어.
#177그런데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178결정적인 순간에는 championship point까지 맞았어.
#179세 번이나 우승을 내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어.
#180그런데 알카라스는 살아남았어.
#181그리고 결국 경기를 뒤집어 우승했어.
#182몇 년 전 파리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몸이 굳었던 선수와는 다른 모습이었어.
#183그때는 압박이 몸을 멈추게 했어.
#184이번에는 압박이 가장 높은 순간에도 경기를 계속했어.
#185하지만 알카라스에게는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었어.
#1867년 동안 코치석에 있던 사람이 떠나는 일이었어.
#1872025년 12월.
#188알카라스와 페레로가 결별했어.
#189둘은 약 7년을 함께했어.
#190알카라스는 페레로가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썼어.
#191페레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는 뜻을 남겼어.
#192그런데 왜 헤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어.
#193그래서 둘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194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
#195알카라스의 팀 전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어.
#196사무엘 로페스는 이미 그 팀에 있었고, 페레로가 자리를 비운 대회에서도 알카라스를 지도했던 사람이야.
#197심지어 로페스는 과거 페레로 자신을 지도했던 코치이기도 해.
#198그러니까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간 게 아니었어.
#1997년 동안 만들어진 구조에서 한 사람이 빠졌고,
#200나머지 사람들과 알카라스는 계속 앞으로 갔어.
#201그리고 그 첫 번째 큰 시험이 바로 다음 달에 찾아왔어.
#2022026년 Australian Open.
#203알카라스는 아직 한 가지를 이루지 못했어.
#204Australian Open 우승.
#205이미 US Open, Roland-Garros, Wimbledon을 모두 우승했지만 Melbourne만 남아 있었어.
#206상대는 다시 조코비치였어.
#207첫 세트를 2-6으로 내줬어.
#208또 시작이 좋지 않았어.
#209하지만 이번에는 뒤집었어.
#2106-2.
#2116-3.
#212그리고 마지막 세트 7-5.
#213우승.
#214알카라스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네 개의 Grand Slam을 모두 우승한 선수가 됐어.
#215Career Grand Slam.
#216열아홉 살에 세계 1위가 된 뒤,
#217스물두 살에 마지막 퍼즐까지 맞춘 거야.
#218이제 정말 모든 것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어.
#219그런데 몇 달 뒤,
#220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어.
#2212026년 봄.
#222오른쪽 손목에 문제가 생겼어.
#223처음에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부상처럼 보였을 수도 있어.
#224그런데 시간이 길어졌어.
#225Roland-Garros를 놓쳤어.
#226Wimbledon도 놓쳤어.
#227그리고 계속 기다렸어.
#228139일.
#229공식 단식 경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
#230이때 가장 힘들었던 건 단순히 손목의 통증만이 아니었어.
#231언제 돌아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더 어려웠어.
#232날짜가 없었어.
#233훈련은 다시 시작했지만,
#234실전이 언제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어.
#235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236몸의 반응을 확인하고,
#237다시 연습하고,
#238또 기다렸어.
#239그동안 알카라스는 원치 않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어.
#240코트 위에서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241이번에는 해결해야 할 상대가 눈앞에 있지 않았어.
#242그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어.
#243그리고 마침내 US Open이 왔어.
#244139일 만에 공식 단식 경기.
#245상대는 로만 사피울린이었어.
#246알카라스는 다시 코트에 섰어.
#247경기 전에는 평소보다 긴장됐어.
#248오랫동안 경기를 하지 않았으니까.
#249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몸이 기억하기 시작했어.
#250공을 치고,
#251달리고,
#252다시 치고,
#253상대를 움직였어.
#254그리고 이겼어.
#255손목에도 통증이 없다고 말했어.
#2562회전에서는 더 흔들렸어.
#257첫 세트를 내줬어.
#258하지만 다시 뒤집었어.
#2596-0.
#2606-3.
#2616-2.
#262139일 동안 경기를 하지 않은 선수가 다시 Grand Slam에서 두 경기를 이긴 거야.
#263그리고 9월 4일 현재, 알카라스는 3회전을 앞두고 있어.
#264아직 이 대회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몰라.
#265우승할 수도 있고,
#266더 일찍 멈출 수도 있어.
#267이번에는 그 결과를 미리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
#268중요한 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269알카라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이상한 대칭이 하나 생겨.
#270어릴 때는 테니스를 그만하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울던 아이였어.
#271조금만 더 치고 싶었어.
#272조금만 더 놀고 싶었어.
#273그런 아이가 세계 1위가 됐고,
#274Grand Slam을 네 개 모두 우승했고,
#275다른 선수들이 그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찾는 선수가 됐어.
#276그런데 이제는 반대의 문제가 생겼어.
#277더 오래 뛰려면 멈출 줄 알아야 해.
#278손목 부상으로 139일을 쉬고 돌아온 뒤 알카라스는 앞으로 필요하다면 한두 달씩 계획적으로 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어.
#279투어 일정이 너무 빡빡해 선수들의 피로와 부상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도 밝혔어.
#280그 말이 손목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뜻은 아니야.
#281그가 이제 자신의 커리어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에 더 가까워.
#282어릴 때는 멈추는 게 싫었던 아이가,
#283이제는 오래 계속하기 위해 언제 멈춰야 할지를 고민하는 선수가 된 거야.
#284처음 알카라스가 최고 수준의 선수를 만났을 때는 나달이 있었어.
#285그에게 나달은 너무 멀리 있는 선수였어.
#2861-6, 2-6.
#287그다음에는 조코비치가 있었어.
#288파리에서는 몸이 굳었고,
#289몇 주 뒤 Wimbledon에서는 그를 꺾었어.
#290그리고 시너가 나타났어.
#291이번에는 한쪽이 다른 쪽을 따라가는 관계가 아니었어.
#292둘이 서로의 약점을 보여주면서 같이 올라갔어.
#293그런데 2026년에는 또 다른 장면이 생겼어.
#294더 어린 선수인 주앙 폰세카가 알카라스를 처음 상대했어.
#295알카라스는 폰세카에게 그 경기가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어.
#296최고 수준의 선수를 직접 상대해보면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는 거야.
#297그리고 알카라스는 자신의 첫 나달전을 떠올렸어.
#298그 순간 역할이 바뀐 거야.
#299한때 나달을 보며 배워야 했던 아이가,
#300이제는 더 어린 선수가 부딪혀보며 무엇을 배워야 하는 기준이 됐어.
#301아직 스물세 살인데 말이야.
#302세계 1위가 된 뒤에도 알카라스는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을 여전히 엘 팔마르의 카를로스처럼 느끼게 해준다고 말해.
#303집에 돌아가면 자신을 스타로만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304부모는 듣고 싶지 않은 말도 해줘.
#305동생들에게는 그냥 형이야.
#306친구들과 있으면 Grand Slam 챔피언이 아니라 예전부터 알던 친구고.
#307그래서 수천만 달러의 후원 수입을 올리고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선수가 됐어도,
#308그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아주 작아.
#309엘 팔마르.
#310어릴 때 뛰어다니던 코트.
#311저녁을 먹으러 가기 싫어 울었던 아이의 기억.
#312그곳에서 시작한 선수가 이제는 세계의 가장 큰 경기장으로 돌아와.
#313그런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314139일 동안 코트를 떠났다가 돌아온 디펜딩 챔피언은 아직 US Open에서 뛰고 있어.
#315다시 우승할지는 모른다.
#316다만 한 가지는 이미 분명해.
#317알카라스는 처음부터 완성된 천재였던 게 아니야.
#318나달에게 크게 졌고,
#319US Open에서 몸이 먼저 멈췄고,
#320세계 1위가 된 뒤에는 압박에 흔들렸고,
#321조코비치 앞에서는 몸이 굳었어.
#322페레로와의 7년 동행도 끝났고,
#323Career Grand Slam을 완성한 뒤에는 손목 때문에 몇 달을 기다려야 했어.
#324그때마다 다음 경기가 찾아왔고,
#325알카라스는 다시 코트에 섰어.
#326그리고 이제는 자신보다 어린 선수가 그를 보고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어.
#327“저 선수를 이기려면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하지?”
#328아주 오래전 엘 팔마르에서는 반대였어.
#329카를로스는 테니스를 더 하고 싶어서 집에 가기 싫어 울었어.
#330이제 그는 오래 테니스를 하기 위해,
#331언제 라켓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도 배우고 있어.
#332카를로스 알카라스의 성장을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이고 같은 이름으로 돌아오게 돼. 이야. 파리에서 긴장 때문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경기부터 몇 주 뒤 Wimbledon 결승, 그리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2026년 Australian Open 결승까지. 알카라스가 ‘쫓기는 선수’가 되어가는 동안 조코비치는 여러 번 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게 해준 상대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