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과 노숙을 겪은 뒤 증권 브로커와 기업가가 된 미국 사업가
아들과 잘 곳조차 없던 그는 왜 증권회사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1아침이 되면 크리스 가드너는 정장을 입고 증권회사로 갔어. 남들보다 일찍 출근했고, 늦게까지 남아 있었지.
#2동료들 눈에는 성공하고 싶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신입처럼 보였을 거야.
#3그런데 퇴근한 뒤의 가드너에게는 전혀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어.
#4어린 아들과 함께 잘 곳을 찾아야 했거든.
#5보호시설에 자리가 있으면 그곳으로 갔어. 자리가 없으면 다른 곳을 찾아야 했고, 공공장소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지. 한 번은 잠긴 화장실에서 아들과 밤을 견뎌야 했어.
#6그리고 아침이 오면 또 정장을 입었어. 다시 회사로 갔지.
#7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단순히 그가 어떻게 그런 밤을 버텼느냐가 아니야.
#8왜 아직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증권회사 일을 끝까지 놓지 않았을까?
#9가드너의 출발점은 금융업과 거리가 멀었어. 어린 시절 가정은 안정적이지 않았고, 생물학적 아버지는 그의 삶에 거의 없었어. 폭력적인 계부와 지내야 했던 시기도 있었지.
#10반대로 어머니 베티 진은 다른 영향을 줬어. 환경이 어렵더라도 자기 가능성까지 작게 볼 필요는 없다는 감각을 아들에게 심어준 사람이었어.
#11가드너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해군에 들어갔고, 나중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료 분야의 일을 시작했어. 의사가 되는 길도 생각했지.
#12그런데 그 길에는 시간이 필요했어. 가드너에게는 당장 돈도 필요했고.
#13연구 보조로 버는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기는 쉽지 않았어. 그래서 더 많이 벌 수 있는 의료 장비 판매로 옮겼지.
#14그렇다고 생활이 갑자기 안정된 건 아니었어. 비싼 장비는 쉽게 팔리지 않았고, 가드너는 또 다른 길을 찾고 있었어.
#15그러다 어느 날 빨간 자동차 한 대를 보게 돼.
#16빨간 페라리에서 한 남자가 내렸어.
#17가드너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물었지. 무슨 일을 하느냐고.
#18증권 브로커라고 했어.
#19그러자 이번에는 얼마나 버는지 물었지.
#20그 남자가 말한 숫자는 가드너가 지금까지 알던 생활과 너무 달랐어.
#21가드너가 본 건 사실 자동차 한 대가 아니었어.
#22자기가 거의 모르고 살았던 경제적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본 거야.
#23그때부터 증권 브로커가 되는 방법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24문제는 금융업이 가드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는 거였지.
#25가드너는 증권회사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갈 기회를 하나 잡았어.
#26그런데 막 시작하려던 순간,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관여했던 관리자가 해고돼버렸어.
#27기회도 함께 사라졌지.
#28그냥 의료 장비 판매로 돌아갈 수도 있었어.
#29하지만 가드너는 다시 사람을 만났어. 또 증권회사를 찾아갔고. 또 문을 두드렸지.
#30그러다 딘 위터 레이놀즈의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어.
#31영화에서는 루빅스 큐브를 풀어 보이는 한 장면이 인생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 실제 과정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어.
#32사람을 만나고, 거절당하고, 다시 찾아가는 시간이 훨씬 길었거든.
#33그런데 가드너가 금융업의 문을 겨우 열던 그때, 집에서는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었어.
#34가드너와 재키의 관계는 악화되고 있었어. 거기에 미납된 주차 위반 벌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드너는 구금되는 일도 겪었지.
#35풀려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 재키와 아들은 떠나 있었고, 많은 소지품도 사라진 상태였어.
#36금융업에 들어가려는 바로 그 시기에 개인 생활은 바닥까지 내려간 셈이야.
#37그러다 가드너는 어린 아들을 직접 책임지게 돼.
#38여기서 영화와 실제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어.
#39실제 크리스토퍼 주니어는 영화 속 아이보다 훨씬 어렸어. 아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 누군가가 먹이고 재우고 계속 돌봐야 하는 유아였지.
#40가드너는 그 아이를 데리고 새 직업을 시작해야 했어.
#41이제 문제는 단순한 이직이 아니었어.
#42당장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로 갈 것인가.
#43아니면 지금은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의 삶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길에 남을 것인가.
#44가드너는 남았어.
#45가드너는 딘 위터 레이놀즈의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갔어.
#46영화에서는 완전히 무급인 6개월 인턴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프로그램에는 일정한 생활비 성격의 지급액이 있었다는 자료가 있어.
#47그래도 가드너와 아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했어.
#48그래서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생활이 됐지.
#49낮에는 회사에 갔어. 일을 배웠고. 자격시험을 준비했고. 고객을 찾아야 했어.
#50밤이 되면 다시 잘 곳을 찾아야 했고.
#51보호시설에 자리가 없으면 다음 장소로 움직였어.
#52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화장실에서 보낸 밤이야.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더 버거운 건 그 장면 하나가 아니었어.
#53그 밤이 지나도 다음 밤이 또 왔다는 거야.
#54내일 어디서 잘지는 여전히 몰랐어.
#55가드너는 일찍 회사에 들어왔고 늦게 나갔어.
#56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성실한 신입이었지.
#57그런데 가드너에게 사무실에 오래 있는 건 단순한 근면성만의 문제가 아니었어.
#58회사를 나가면 아들과 어디로 가야 할지 다시 생각해야 했거든.
#59때로는 사무실 자체가 잠시 머물 곳이 되기도 했어.
#60낮에는 커리어를 만드는 공간. 밤에는 버틸 수 있는 공간.
#61같은 장소가 두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야.
#62그리고 그곳에서 가드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했어.
#63고객에게 전화하는 일이었지.
#64가드너는 잠재 고객에게 콜드콜을 걸었어. 아직 거래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고객이 될 가능성을 만드는 방식이야.
#65그가 목표로 삼은 숫자는 하루 200통 이상이었어.
#66생각해보면 이상하지.
#67아들을 돌봐야 했어. 잠자리를 찾아야 했고. 새로운 일을 배우고 있었고. 시험도 준비해야 했어.
#68그런데 전화를 줄이지 않았어.
#69전화번호부에서 이름을 찾았어. 전화를 걸었고. 거절당하면 다음 번호로 갔지. 그리고 또 걸었어.
#70하루 200통이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은 아니었어.
#71다만 그 순간 가드너가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였지.
#72상대가 고객이 될지는 정할 수 없어.
#73하지만 다음 전화를 걸지는 자신이 정할 수 있었어.
#74그래서 또 번호를 눌렀지.
#75그 무렵 가드너와 아들은 글라이드 메모리얼 교회의 무료 급식 줄에도 섰어.
#76그곳에서 세실 윌리엄스 목사가 두 사람을 보게 돼.
#77가드너는 자신이 노숙 중이고 어린 아들과 함께 있다고 말했어. 두 사람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지.
#78윌리엄스와 글라이드는 두 사람을 받아줬어.
#79이 장면을 빼면 가드너 이야기는 쉽게 '혼자 버틴 사람'의 이야기로 바뀌어.
#80물론 가드너는 계속 움직였어. 계속 출근했고. 계속 전화했지.
#81하지만 자기 힘으로는 열 수 없는 문도 있었어.
#82그런 문 하나를 다른 사람이 열어준 거야.
#83가드너는 훗날 자신이 homeless였지만 hopeless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어.
#84그 시절 그 말은 거창한 성공론이라기보다 매일 반복해야 했던 생활에 가까웠어.
#85오늘 밤 머물 곳을 찾고. 아침에 다시 출근하고. 다시 전화를 거는 것.
#86가드너는 증권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Series 7 시험을 봤어.
#87첫 시도에 합격했지.
#88드디어 금융업 안에서 정식으로 일할 길이 열린 거야.
#89아들과 잘 곳을 찾던 사람이 증권 브로커가 됐어.
#90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아주 깔끔해.
#91그런데 아직 하나가 남아 있었어.
#92기회를 얻는 것과, 실제로 그 일을 잘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
#93가드너는 베어스턴스로 옮겼어.
#94여기서는 노숙했던 과거가 아무 의미도 없었어.
#95고객을 만들어야 했고. 거래를 만들어야 했고. 성과를 내야 했지.
#96가드너는 실제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브로커가 됐어.
#97누군가가 첫 번째 문을 열어줄 수는 있어.
#98하지만 그 문 안에 계속 남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야.
#99가드너는 그것도 해냈어.
#100이제 꽤 안정적인 위치에 온 셈이었지.
#101그런데 그때 다시 위험한 선택을 해.
#1021987년, 가드너는 Gardner Rich & Co.를 세웠어.
#103처음 금융업으로 들어갈 때와는 사정이 달랐어.
#104이번에는 이미 경력이 있었고. 실적도 있었고.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어.
#105그래도 나왔어.
#106자기 회사를 만들고 기관 고객을 상대하는 금융 사업을 해보기로 한 거야.
#107출발은 크지 않았어.
#108큰 사무실도 없었고. 자본도 많지 않았지.
#109책상 하나가 업무 공간이면서 가족의 식탁 역할까지 했어.
#110한때 아들과 함께 살 집조차 찾기 어려웠던 사람이 이제 자기 사업을 시작할 공간을 만들고 있었어.
#111그런데 첫 영업일부터 시장이 무너져.
#112Gardner Rich & Co.의 첫 영업일은 1987년 10월 19일이었어.
#113블랙 먼데이.
#114미국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역사적인 폭락을 겪은 날이지.
#115가드너가 자기 회사를 연 바로 그날이었어.
#116돌아보면 그의 삶에서는 어떤 단계에 도착했다고 갑자기 안전해지는 일이 별로 없었어.
#117금융업 기회를 잡자 담당자가 사라졌고.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자 집이 없었어. 정규직이 되자 실적으로 다시 증명해야 했고. 성공한 뒤 자기 회사를 만들자 첫날부터 시장이 무너졌지.
#118가드너에게 계속 주어진 건 완벽한 조건이 아니었어.
#119그때그때 눈앞에 있는 다음 문제였어.
#120이후 가드너는 기업가가 됐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썼어. 그의 이야기는 회고록 "행복을 찾아서"가 됐고,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로도 만들어졌지.
#121그런데 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따라가면, 가장 오래 남는 장소는 월스트리트의 사무실이 아니야.
#122글라이드야.
#1232024년, 가드너는 세실 윌리엄스의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곳으로 돌아왔어.
#124수십 년 전에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잘 곳을 구하려고 들어갔던 장소였지.
#125이번에는 도움을 받으러 간 게 아니었어.
#126자신과 아들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을 기억하러 간 거야.
#127그 사이 아들은 다 자랐어.
#128아들과 잘 곳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는 증권 브로커가 됐고, 자기 회사도 만들었어.
#129그런데 수십 년 뒤 다시 나타난 건 성공의 숫자가 아니었어.
#130그때 두 사람을 받아준 사람. 그리고 그 문이 있던 장소였어.
#131가 가드너와 아들을 받아준 건 우연히 한 가족에게 친절을 베푼 일로 끝나지 않았어. 그는 왜 교회가 멀리하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문을 열기 시작했고, 글라이드를 그런 공간으로 바꾸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