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추방된 뒤 "신곡"을 쓴 시인
고향에서 추방된 단테는 어떻게 자기 시대 전체를 심판하는 세계를 만들었을까?
#1단테 알리기에리는 오랫동안 피렌체로 돌아가고 싶어 했어. 태어난 곳이었고, 정치인으로 활동한 곳이었고, 자신의 삶 대부분이 묶여 있던 도시였거든.
#2그런데 어느 순간 귀향할 길이 생겼어. 조건만 받아들이면 됐지. 벌금을 내고, 죄를 지은 사람이 용서를 구하듯 굴욕적인 절차를 거쳐야 했어.
#3단테는 거절했어.
#4명예를 잃지 않고 돌아갈 길이라면 기꺼이 가겠다고 했지만, 그런 길이 아니라면 굳이 피렌체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였어. 다른 곳에서도 해와 별은 볼 수 있다고까지 했지.
#5조금 이상하지. 단테는 고향을 잊은 사람이 아니었거든. 오히려 여러 해 동안 어떻게든 돌아가려고 했어.
#6그런데 막상 문이 열리자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어.
#7왜 그랬을까?
#8이 선택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거꾸로 돌려야 해. 추방당하기 전의 단테는 정치의 희생자이기만 한 사람이 아니었어.
#9한때는 다른 사람을 추방하는 정부의 한가운데에 있던 정치인이었거든.
#101300년의 피렌체에서는 같은 정치 세력에서 갈라져 나온 두 파벌이 격렬하게 맞붙고 있었어. 백색 구엘프와 흑색 구엘프라고 불렸는데, 누가 도시의 권력을 잡을지뿐 아니라 교황이 피렌체 정치에 얼마나 깊이 개입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충돌했지.
#11단테는 교황의 개입에 더 비판적이던 백색 구엘프 쪽에 가까웠어.
#12그리고 그해, 단테는 피렌체를 실제로 운영하는 최고 행정관 가운데 한 명이 됐어. 시를 쓰던 사람이 도시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들어간 거야.
#13문제는 파벌 싸움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었다는 거였어. 결국 정부는 양쪽의 주요 인물들을 한동안 도시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고, 단테도 그 결정을 내린 관리 가운데 한 명이었지.
#14그런데 추방자 가운데 단테에게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있었어.
#15귀도 카발칸티.
#16젊은 시절부터 시를 주고받았고, 단테가 자신의 글에서 사실상 '첫 번째 친구'라고 불렀던 시인이야.
#17단테 혼자 귀도를 추방한 건 아니야. 여러 관리가 함께 내린 정부의 결정이었어. 그래도 단테가 속한 정부가 그의 가까운 친구를 도시 밖으로 보낸 건 분명했지.
#18귀도는 추방지 사르차나에서 병을 얻었어. 나중에는 피렌체로 돌아오는 걸 허락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지.
#19그리고 2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정치의 방향이 완전히 뒤집혔어.
#20이번에는 단테의 이름이 추방자 명단에 올라갔어.
#21피렌체의 권력이 흑색 구엘프 쪽으로 넘어갔어.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피렌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프랑스 왕실 출신 샤를 드 발루아가 피렌체에 들어온 뒤 흑색 세력이 도시를 장악했지.
#22그러자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이 처벌받기 시작했어.
#231302년, 단테도 유죄 판결을 받았어. 공직을 이용한 부정 같은 혐의가 포함돼 있었지. 벌금을 내야 했고, 공직을 잃었고, 피렌체에서 추방됐어.
#24단테는 그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벌금을 내러 돌아가지도 않았지.
#25그러자 처벌이 더 무거워졌어. 피렌체 당국에 붙잡히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처지가 된 거야.
#26고향이 두 가지 장소가 된 셈이었어.
#27가장 돌아가고 싶은 곳. 그리고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죽을 수도 있는 곳.
#28그렇다고 단테가 곧장 현실 정치를 포기하고 글만 쓰기 시작한 건 아니야.
#29처음에는 정말로 피렌체를 되찾으려고 했어.
#30추방 직후 단테는 함께 쫓겨난 백색 구엘프들과 움직였어. 정권이 바뀌면 돌아갈 수 있고, 필요하다면 힘으로라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31하지만 망명자들끼리도 갈등이 생겼어. 단테는 점점 옛 동료들과 멀어졌지.
#321304년에는 망명 세력이 무력으로 피렌체에 들어가려다 라스트라에서 크게 패했어. 단테는 그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33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처럼 보이는 일이 생겼어.
#34하인리히 7세가 이탈리아로 내려온 거야. 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였어. 당시 이탈리아는 지금처럼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여러 도시와 통치자가 서로 경쟁하던 곳이었고, 황제와 교황의 힘도 그 정치에 얽혀 있었지.
#35단테는 황제가 이런 도시들의 싸움 위에서 질서를 다시 잡아준다면 피렌체의 권력도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어.
#36그는 하인리히 7세를 열렬히 지지했지.
#37하지만 피렌체는 버텼어. 일부 추방자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생겼을 때도 단테는 제외됐고, 1313년에는 하인리히 7세마저 죽었어.
#38현실 정치가 자신을 고향으로 데려다줄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어.
#39그 무렵 단테는 다른 여행을 만들고 있었지.
#40피렌체로 돌아가는 여행은 아니었어.
#41지옥으로 내려가는 여행이었어.
#42망명 중 단테는 자신이 "코메디아"라고 부른 작품을 써나갔어. 훗날 "신곡"으로 널리 알려지는 작품이지.
#43살아 있는 단테가 지옥을 지나고, 연옥을 오르고, 마지막에는 천국까지 여행하는 이야기야.
#44그런데 중요한 장치가 하나 있어.
#45이 여행이 벌어지는 해가 1300년이라는 거야.
#46단테가 아직 추방당하기 전이지.
#47그래서 작품 속 단테는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하지만 작품을 쓰고 있는 단테는 이미 다 겪고 난 뒤야.
#48피렌체가 자신을 유죄로 판결할 것도 알고 있어. 돌아가려는 시도가 실패할 것도 알고 있고, 남의 집과 남의 궁정에 기대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
#49그러니 작품 속의 죽은 사람들은 1300년의 단테에게 미래를 말해줄 수 있어.
#50너는 고향을 잃게 된다. 돌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남의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된다.
#51이미 겪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작품 속에서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바꾼 거야.
#52그리고 그 사후세계에는 먼 옛날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어.
#53피렌체 정치인들이 있었고, 단테의 옛 적이 있었고, 실제로 알던 사람들도 있었어.
#54그중에는 자신이 참여한 정부가 추방했던 친구의 아버지도 있었지.
#55"신곡"의 지옥편에서 단테는 불타는 무덤 속에 있는 파리나타 델리 우베르티를 만나.
#56파리나타는 단테와 역사적으로 적대적인 정치 세력의 지도자였어. 그런데 지옥에 떨어져 있는데도 초라하게 그려지지 않아. 무덤에서 몸을 세우고, 마치 지옥조차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당당하게 단테를 바라보지.
#57둘이 만나자 이야기의 주제는 또 피렌체가 돼.
#58누가 누구를 도시 밖으로 몰아냈는지, 어느 세력이 다시 돌아왔는지, 어느 집안이 패했는지를 두고 말싸움을 해.
#59죽어서도 피렌체 정치는 끝나지 않은 거야.
#60그때 같은 무덤에서 다른 남자가 몸을 일으켜.
#61카발칸테 데이 카발칸티. 귀도 카발칸티의 아버지야.
#62카발칸테는 살아 있는 단테가 이런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자기 아들 귀도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주위를 살펴보지.
#63귀도가 없어.
#64그는 단테에게 아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
#65단테가 답하는 과정에서 과거형 표현을 쓰자 카발칸테는 귀도가 이미 죽었다고 오해해. 그러자 아버지는 그대로 무덤 안으로 쓰러져버려.
#66조금 뒤 단테는 파리나타에게 부탁해. 귀도의 아버지에게 알려달라고.
#67이 여행이 벌어지는 1300년에는 귀도가 아직 살아 있다고.
#68현실의 1300년에는 단테가 참여한 피렌체 정부가 귀도를 추방했고, 귀도는 추방지에서 병을 얻은 뒤 그해 죽었어.
#69단테가 죄책감 때문에 이 장면을 썼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어.
#70그걸 굳이 가정하지 않아도 장면은 충분히 묘해.
#71현실에서 친구를 추방한 정부에 있던 사람이, 자신이 만든 지옥에서는 그 친구를 찾는 아버지와 마주하고 있으니까.
#72파리나타와의 대화는 더 흥미로워져.
#73분명 단테의 정치적 적이고 지옥에 있어. 그런데 단테는 그를 비겁한 악당처럼 만들지 않아. 오히려 위엄을 남겨둬.
#74두 사람이 피렌체의 추방 역사를 놓고 말다툼을 하다가, 단테가 상대편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비꼬아.
#75그러자 파리나타가 되받아쳐.
#76너도 머지않아 알게 될 거라는 거야.
#77돌아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781300년의 작품 속 단테에게는 예언이야.
#79하지만 이 장면을 쓰고 있는 망명자 단테에게는 이미 살아본 현실이지.
#80게다가 단테는 파리나타가 옛 정적이면서도, 한때 자기 편 사람들이 피렌체를 아예 파괴하자고 했을 때 그걸 막았다는 사실까지 지우지 않아.
#81적을 지옥에 넣었지만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가치를 없애지는 않은 거야.
#82그래서 "신곡"을 단순히 '단테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보낸 복수 명단'이라고만 보면 설명이 잘 안 돼.
#83물론 단테가 화를 숨긴 건 아니었어.
#84특히 교황을 다룰 때는 아주 노골적이었지.
#85보니파시오 8세는 문제가 있었어.
#86단테는 교황이 종교를 넘어 도시 정치까지 좌우하려는 걸 강하게 비판했어. 보니파시오의 개입은 흑색 구엘프가 피렌체의 권력을 잡게 되는 흐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
#87그런데 "신곡"의 여행 시점은 1300년이야.
#88보니파시오 8세는 아직 살아 있었어. 실제로 죽는 건 1303년이지.
#89그럼 지옥에서 직접 만날 수는 없잖아.
#90단테는 다른 방법을 썼어.
#91교회의 지위와 권력을 돈으로 사고파는 식으로 종교를 타락시킨 사람들이 벌받는 곳에 교황 니콜라오 3세가 있어. 그는 구멍에 거꾸로 박혀 있고 발에는 불길이 붙어 있지.
#92단테가 다가가자 니콜라오 3세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93보니파시오인가?
#94그리고 놀라.
#95벌써 왔는가?
#96작품 속 시간으로는 보니파시오가 몇 년은 더 살아야 해.
#97그런데 독자는 바로 알게 돼.
#98단테가 살아 있는 교황에게 죽고 나서 들어올 지옥의 자리를 미리 잡아둔 셈이라는 걸.
#99그래도 단테가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구원받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100브루네토 라티니는 단테보다 앞선 세대의 피렌체 지식인이자 정치인이었어. 단테는 작품에서 그를 스승과 비슷한 존재로 대하지.
#101브루네토의 삶에는 단테와 닮은 점도 있었어. 그 역시 정치 싸움 때문에 피렌체를 떠난 적이 있었고, 망명 중에 중요한 책을 썼거든.
#102단테가 지옥에서 브루네토를 만나는 장면에는 분명한 존경이 있어.
#103그런데 브루네토가 있는 곳은 천국이 아니야.
#104지옥이야.
#105정치적 적인 파리나타에게는 위엄을 남겨두면서, 존경하는 브루네토는 지옥에 놓는 거야.
#106좋아하는 사람은 천국. 싫어하는 사람은 지옥.
#107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었던 거지.
#108단테는 자신이 믿는 기독교의 죄와 정의라는 기준으로 사람들을 배치하려 했어. 다만 그 세계 안에는 현실의 분노와 인간관계, 피렌체의 정치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109그래서 "신곡"의 지옥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져.
#110영원한 심판을 다루는 곳인데,
#111피렌체 사람들은 죽어서도 피렌체 이야기를 하고 있어.
#112다시 피렌체의 귀환 제안으로 돌아가보자.
#113단테에게 고향으로 들어갈 길이 생겼지만, 그 길로 가려면 벌금을 내고 죄를 인정한 사람처럼 굴욕적인 절차를 받아들여야 했어.
#114이제 왜 단테가 거절했는지가 조금 보이지.
#115피렌체가 싫어져서 돌아가지 않은 게 아니었어. 단테는 실제로 여러 번 돌아가려 했거든. 다른 망명자들과 움직이기도 했고, 황제가 정치 상황을 바꿔주길 바라기도 했어.
#116다만 자기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판결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던 거야.
#117돌아가고 싶었어.
#118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었지.
#119그리고 "신곡"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단테는 망명 자체를 자기 글의 이유와 연결해.
#120천국편에서 단테는 자신의 조상 카차구이다를 만나.
#121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대화는 아니야. 단테가 작품 안에 만든 장면이지.
#122카차구이다는 아직 추방당하지 않은 1300년의 단테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려줘.
#123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게 될 거라고. 남의 빵이 얼마나 짠지 알게 될 거라고. 남의 집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될 거라고.
#124작품을 쓰는 단테는 이미 그 말을 몸으로 알고 있었어.
#125여러 도시를 떠돌았고, 다른 통치자의 보호에 기대 살았고,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지냈으니까.
#126단테는 카차구이다에게 또 묻지.
#127자기가 이 여행에서 본 걸 정말 세상에 말해야 하느냐고. 권력자들의 잘못을 그대로 쓰면 또 적을 만들게 되지 않겠느냐는 거야.
#128작품 속 카차구이다는 숨기지 말라는 뜻으로 답해.
#129이렇게 단테는 자기 작품 안에서 망명과 글쓰기를 이어붙여.
#130피렌체에서 쫓겨난 일이 이제, 자신이 써야 할 이야기의 일부가 된 거야.
#131단테가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라벤나였어.
#132그곳의 통치자 귀도 노벨로 다 폴렌타가 단테를 받아들였고, 단테는 라벤나에서 "신곡"의 천국편을 완성한 것으로 여겨져.
#1331321년에는 라벤나를 위한 외교 임무로 베네치아에 다녀왔어. 돌아오는 길에 병을 얻었고, 결국 라벤나에서 죽었지.
#134피렌체에서 추방된 지 거의 20년이 지난 뒤였어.
#135끝내 고향에는 돌아가지 못했어.
#136여기서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었어.
#137그런데 단테는 돌아가지 못했지만,
#138그의 책은 돌아갔어.
#139"신곡"은 필사본으로 퍼졌어. 아직 인쇄가 널리 쓰이기 전이라 사람들은 책을 손으로 베껴 읽었지.
#140그리고 1373년, 단테가 죽은 지 반세기 정도 지난 뒤 피렌체 시민들이 정부에 요청했어.
#141단테의 작품을 공개적으로 읽고 설명해달라고.
#142강사로 선택된 사람은 조반니 보카치오였어. 훗날 "데카메론"으로 유명해지는 작가지.
#143보카치오는 피렌체에서 사람들 앞에 서서 "신곡"의 지옥편을 읽고 풀이하기 시작했어.
#144묘한 장면이야.
#1451302년에는 피렌체의 공권력이 단테를 유죄로 판결하고 도시 밖으로 밀어냈어.
#146그런데 몇십 년 뒤에는 같은 도시의 공적 지원 아래 사람들이 모여 단테의 책을 배우고 있었지.
#147단테는 돌아오지 못했어.
#148책이 먼저 돌아온 거야.
#149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자 피렌체는 책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어.
#150이번에는 단테의 몸까지 원하게 돼.
#1511519년, 단테가 죽은 지 거의 200년이 지났을 때야.
#152피렌체는 라벤나에 묻혀 있던 단테의 유해를 고향으로 옮기려 했어. 메디치 가문 출신 교황 레오 10세에게 허가까지 받았지.
#153살아 있을 때는 단테에게 죄인처럼 돌아오라는 조건을 내밀었던 도시가, 이제는 죽은 시인의 몸을 원한 거야.
#154그런데 라벤나의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들이 먼저 움직였어.
#155단테의 뼈를 꺼내 숨겼어.
#156피렌체에서 온 사람들이 무덤을 열었을 때 가져갈 유해가 없었지.
#157결국 단테는 라벤나에 남았어.
#158살아 있을 때는 단테가 피렌체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피렌체가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어.
#159죽고 나서는 피렌체가 단테를 데려오고 싶어 했는데,
#160이번에는 라벤나가 보내주지 않은 셈이야.
#161지금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 가면 단테를 위한 커다란 기념묘가 있어.
#162그런데 그 안에는 단테가 없어.
#163실제 유해는 여전히 라벤나에 있거든.
#164살아 있던 단테는 피렌체로 돌아가려 했어. 하지만 죄인으로 돌아가는 길은 거절했지.
#165죽은 뒤에는 피렌체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읽고, 가르치고, 마침내 그의 유해까지 가져오려고 했어.
#166그래도 단테의 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어.
#167대신 피렌체는 다른 방식으로 단테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어.
#168단테는 자신을 추방한 도시의 정치인들을 "신곡" 안에 넣었고, 옛 적과 논쟁했고, 친구의 아버지와 마주했어. 살아 있는 교황의 미래를 지옥에 예약해두고, 자기 자신의 추방까지 아직 오지 않은 예언으로 바꿔버렸지.
#169피렌체는 단테를 도시 밖으로 내보냈어.
#170그런데 단테는 끝내 피렌체를 자기 책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