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를 쓴 영국 작가
초판 500부였던 해리 포터는 어떻게 전 세계가 다음 권을 기다리는 책이 됐을까?
#11997년 6월, 영국에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나왔어. 초판은 500부였고, 그중 약 300부가 도서관으로 갔지.
#2출판사조차 큰돈을 기대하진 않았어. 담당 편집자는 작가에게 다른 직업을 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거든. 어린이책만 써서는 먹고살기 어려울 거라고 본 거야.
#3그런데 10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어.
#4마지막 "해리 포터"가 나오는 날, 독자들은 자정부터 서점 앞에 줄을 섰어. 결말이 미리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이 걸렸고, 엄청난 양의 책을 한꺼번에 움직여야 했지.
#5500부로 시작한 어린이책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6이야기는 출판사에서 시작되지 않아.
#71990년, 지연된 기차 안에서 시작돼.
#8스물다섯 살의 J.K. 롤링은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었어.
#9그때 한 소년이 머릿속에 불쑥 들어왔지. 검은 머리에 안경을 썼고,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소년. 그리고 그 아이가 다니게 될 마법학교와 친구들까지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
#10당장 적고 싶었을 거야.
#11그런데 쓸 수 있는 펜이 없었어.
#12다른 승객에게 빌릴 수도 있었지만 롤링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 만큼 대담하지 못했지. 그래서 약 네 시간 동안 거의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머릿속으로만 이야기를 키웠어.
#13런던에 도착하고 나서야 쓰기 시작했어.
#14아이디어는 한순간에 왔지만 책은 그렇지 않았어. 첫 권을 완성하는 데는 약 5년이 걸렸거든. 롤링은 일찍부터 전체를 일곱 권 정도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었고.
#15문제는 그 5년 동안 롤링의 인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거야.
#16"해리 포터"를 쓰기 시작한 그해, 롤링의 어머니 앤이 세상을 떠났어. 마흔다섯 살이었지.
#17롤링은 어머니에게 자신이 "해리 포터"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
#18해리의 부모가 죽었다는 설정 자체는 이미 있었어. 하지만 직접 어머니를 잃은 뒤, 롤링이 쓰는 해리의 상실감은 달라졌지. 나중에 그녀는 죽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해리의 감정이 훨씬 깊고 현실적으로 변했다고 돌아봤어.
#19이후 롤링은 포르투갈로 갔어. 영어를 가르치면서 계속 원고를 썼지. 결혼했고, 딸 제시카가 태어났어.
#20그리고 결혼생활이 무너졌어.
#21롤링은 어린 제시카를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와 에든버러에 자리를 잡았어. 함께 가져온 것 중 하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해리 포터" 원고였고.
#22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사는 나라도 바뀌었고, 가족도 바뀌었어.
#23그래도 원고는 사라지지 않았어.
#24에든버러에서 롤링은 어린 딸을 혼자 키우고 있었어. 돈은 빠듯했고 한동안 공적 지원에 의지해야 했지.
#25그래도 책은 끝내고 싶었어.
#26롤링은 제시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었어. 아이가 잠들면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지. 그리고 제시카가 자는 동안 원고를 썼어.
#27아이가 깨면 멈췄어. 다시 잠들면 또 썼고.
#28이 시절을 가난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낸 낭만적인 시간처럼 볼 필요는 없어. 롤링 자신도 나중에 가난에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사소한 굴욕이 따라온다고 말했거든.
#29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어.
#30생활이 아무리 흔들려도, 롤링은 그 원고를 끝냈다는 거야.
#31이제 문제가 바뀌었어.
#32쓰는 건 끝났는데, 읽어줄 사람이 없었거든.
#33처음 보낸 에이전트는 원고를 거절했어.
#34당시 롤링에겐 원고를 복사하고 우편으로 보내는 비용조차 가볍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찾았지.
#35그러다 크리스토퍼 리틀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어.
#36재미있는 건 롤링이 그를 고른 이유야. 출판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서가 아니었어. 'Christopher Little'이라는 이름이 왠지 어린이책 속 등장인물처럼 들렸거든.
#37롤링은 첫 세 장을 보냈어.
#38그리고 답이 왔어.
#39나머지도 보내달라고.
#40아직 출판 계약은 아니야. 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서점에 책이 깔린 것도 아니었어.
#41그런데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지.
#42처음으로 누군가가 읽다가 다음을 원한 거야.
#43리틀은 롤링의 에이전트가 됐고, 출판사들에 원고를 보내기 시작했어.
#44거절당했어.
#45다른 곳에 보냈어.
#46또 거절당했지.
#47몇 달 동안 원고를 가지고 있다가 결국 거절한 곳도 있었어.
#48그래도 리틀은 계속 보냈어.
#49그러다 원고가 블룸즈버리에 도착했지.
#50블룸즈버리의 나이절 뉴턴은 원고를 집으로 가져갔어. 그리고 여덟 살 딸 앨리스에게 읽어보라고 줬지.
#51앨리스는 읽었어.
#52그리고 더 읽고 싶어 했어.
#53물론 여덟 살짜리 아이 한 명이 혼자 "해리 포터"의 출판을 결정했다는 얘기는 아니야. 블룸즈버리 안에도 원고를 좋게 본 사람들이 있었고, 아동서 담당 편집자 배리 커닝햄도 그중 한 명이었어.
#54그래도 묘하게 같은 일이 반복됐지.
#55크리스토퍼 리틀은 첫 세 장을 읽고 나머지를 달라고 했어.
#56이번에는 이 책이 만나야 할 실제 나이의 독자가 읽고 나머지를 원했고.
#57블룸즈버리는 출판을 결정했어.
#58리틀이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자 롤링은 다시 확인해야 했어. 지금 정말 자기 책이 출판된다는 얘기냐고.
#59맞았어.
#60그런데 이 책을 받아들인 사람들도 앞으로 벌어질 일까지 내다본 건 아니었어. 커닝햄은 롤링에게 어린이책으로 큰돈을 벌기는 어려울 거라며 직업을 갖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거든.
#61그리고 1997년, 첫 책이 나왔어.
#62500부.
#63그때는 영화도 없었어. 거대한 프랜차이즈도 없었고, '해리 포터'라는 이름 자체가 사람을 서점으로 끌어당기지도 않았지.
#64그런데 책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
#65한 아이가 읽었어. 친구에게 말했어. 그 친구가 읽었고, 또 다른 아이에게 말했지.
#66롤링은 나중에 별다른 대형 홍보도 없는데 판매량이 계속 올라가는 걸 보면서 아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어.
#67거기에 서평과 서점의 관심이 붙었고, 상도 받기 시작했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스마트리스 북 프라이즈 금상도 받았지.
#68입소문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벌어진 건 아니야. 상과 서평, 서점, 출판사가 그 움직임을 더 크게 만들었어.
#69하지만 처음부터 계속 반복되는 건 하나였어.
#70읽은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싶어 했다는 것.
#71그리고 그 책이 미국으로 건너갔어.
#72미국 편집자 아서 레빈에게 "해리 포터"의 교정쇄가 들어왔어.
#73그는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했어.
#74마음에 들었지.
#75미국 출판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고 가격이 올라갔어. 무명 어린이책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보기엔 꽤 큰 금액까지 올라갔지.
#76그래도 레빈은 물러서지 않았어.
#77결국 스콜라스틱이 약 10만 5천 달러에 미국 출판권을 가져갔어.
#78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책만 써서는 먹고살기 어려울 거라는 말을 듣던 작가의 첫 책이었어.
#79미국 초판은 5만 부였어.
#80영국의 500부와는 이미 규모가 달랐지.
#81그런데 더 재미있는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어.
#82미국 독자들도 다음 권을 기다리기 시작했거든.
#83영국에는 이미 두 번째 책이 나와 있었어. 하지만 미국판은 아직이었지.
#84그런데 기다리기 싫은 미국 독자들이 영국판을 직접 주문하기 시작했어.
#85다음 이야기를 먼저 알고 싶었던 거야.
#86결국 스콜라스틱은 다음 권의 미국 출간을 앞당겼어.
#87처음에는 롤링이 자기 원고를 읽어줄 사람을 찾아다녔잖아.
#88이제는 출판사가 독자들의 속도를 따라가야 했어.
#89세 번째 책이 나올 무렵에는 어린이책이라는 구분도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었어. "해리 포터"가 성인 대상 대형 소설들과 같은 베스트셀러 경쟁에 들어갔거든.
#90영국에서는 아이들이 새 책을 사려고 학교를 빠지는 일을 막으려고 판매 시작을 방과 후로 늦춘 적도 있었어.
#91그리고 이때까지도 첫 영화는 나오지 않았어.
#92영화가 무명인 "해리 포터"를 세계적인 성공으로 만든 게 아니야.
#93영화가 나오기 전에 이미 책은 거대한 현상이 되어 있었어.
#94롤링이 마주한 문제는 완전히 뒤집혔지.
#95예전에는 아무도 다음 원고를 기다리지 않았어.
#96이제는 모두가 다음 책을 물었어.
#97책이 나올 때마다 기다리는 사람은 늘어났어. 새 책의 발매 자체가 뉴스가 됐고, 서점에서는 심야 판매 행사가 열렸지.
#98하지만 롤링은 일찍부터 호그와트에서 보내는 일곱 해를 따라 일곱 권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어.
#99성공했다고 본편을 끝없이 늘리진 않았어.
#100일곱 번째 책을 쓰고 끝내기로 했지.
#1012007년 초, 롤링은 마지막 책에 집중하려고 에든버러의 발모럴 호텔에 들어갔어. 처음에는 잠깐 조용히 쓰려던 거였는데 일이 잘 풀렸고, 결국 그대로 머물며 원고를 이어갔지.
#102그리고 2007년 1월 11일.
#103그 방에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끝냈어.
#104예전에는 어린 제시카가 잠든 틈을 타 에든버러의 카페에서 첫 책을 썼어.
#105마지막 책은 호텔 방에서 끝냈지.
#106하지만 정말 달라진 건 책을 쓴 장소가 아니었어.
#107첫 책을 쓰던 시절에는 그 책이 언제 끝나는지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거든.
#108마지막 책을 쓰던 날에는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어.
#109롤링은 다 쓰고 울었어.
#110그해 7월, 마지막 "해리 포터"가 세상에 나왔지.
#11110년 전 첫 책은 500부였어.
#112그런데 마지막 책이 나오는 날에는 독자들이 자정부터 서점 앞에 줄을 섰어.
#113그 사이에 모든 걸 한 번에 바꿔놓은 단 한 사람은 없었어.
#114롤링은 원고를 끝까지 썼어. 크리스토퍼 리틀은 첫 세 장을 읽고 나머지를 원했지. 블룸즈버리 사람들이 읽었고, 여덟 살 앨리스도 더 읽고 싶어 했어.
#115책을 읽은 아이들은 친구에게 건넸어.
#116아서 레빈은 미국에서 큰돈을 걸었고, 미국 독자들은 다음 권을 기다리지 못해 영국판까지 주문했지.
#117처음 롤링에게 필요했던 건 전 세계 독자가 아니었어.
#118자기가 쓴 걸 끝까지 읽고,
#119그다음을 원하는 한 사람이었어.
#120그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난 거야.
#12110년 뒤에는 세상이 다음 페이지를 기다리고 있었어.
#122그런데 훗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 된 롤링은 정반대의 일을 했어. 자기 이름을 숨기고 남성 필명 로 범죄소설을 낸 거야.
#123처음에는 아무도 자기 이름을 몰라서 원고를 읽게 만드는 게 어려웠던 사람이, 왜 나중에는 아무도 자기 이름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