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비디오게임 회사가 된 일본 기업
화투 회사 닌텐도는 어떻게 마리오와 패미컴의 회사가 됐을까?
#11966년, 닌텐도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이상한 물건을 만들고 있었어. 손잡이를 움직이면 격자 모양의 팔이 길게 뻗어서 멀리 있는 물건을 집을 수 있었지. 회사에서 시킨 일은 아니었어. 화투 생산기계를 관리하던 요코이 군페이가 남는 시간에 자기 재미로 만든 거였거든.
#2그런데 공장을 둘러보던 사장 야마우치 히로시가 그걸 발견했어. 직원이 맡은 일 말고 딴짓을 하고 있었으니 그만두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
#3야마우치가 내린 지시는 정반대였어.
#4이걸 팔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보라는 거였어.
#5그렇게 나온 게 "Ultra Hand"였어. 100만 개 넘게 팔렸지.
#6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건 따로 있어. 화투 회사 사장은 왜 직원이 장난삼아 만든 물건에 그렇게 관심을 보였을까?
#7사실 야마우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화투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찾고 있었어.
#8문제는, 계속 정답을 못 찾고 있었다는 거야.
#9닌텐도는 1889년 교토에서 화투를 만들며 시작한 회사야. 야마우치도 처음부터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오래 준비한 사람은 아니었어.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할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젊은 나이에 가족 회사를 맡게 됐지.
#10그런데 그가 사장이 된 뒤 카드 사업은 오히려 잘됐어. 플라스틱 카드도 만들었고, 1959년에는 디즈니 캐릭터가 들어간 카드도 내놨어. 미키 마우스처럼 아이들도 아는 캐릭터가 들어가면서 카드 고객이 어린이와 가족까지 넓어졌지.
#11닌텐도는 일본 카드 시장에서 꽤 강한 회사가 됐어.
#12그런데 잘되고 있으니까 오히려 다른 질문이 생긴 거야.
#13카드만 팔아서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
#14야마우치는 카드 시장만으로 계속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시작했어. 1963년에는 회사 이름에서도 아예 ‘Playing Card’를 떼어냈지.
#15Nintendo Co., Ltd.
#16무슨 사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름이 된 거야.
#17문제는 진짜로 뭘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는 거였어.
#18닌텐도는 택시 사업에도 들어갔어. 인스턴트 식품도 만들어봤지. 카드와는 별 상관도 없는 사업들을 이것저것 건드렸어.
#19그런데 잘 안됐어. 택시 사업은 노사 문제와 운영 부담이 커져서 결국 손을 뗐고, 식품도 회사의 새 먹거리가 되지 못했지.
#20지금의 닌텐도를 알고 보면 좀 이상해 보여. 게임회사가 될 회사가 괜히 엉뚱한 데로 샌 것 같잖아.
#21하지만 그때는 ‘게임회사 닌텐도’라는 목적지가 애초에 없었어. 야마우치도 정답을 몰랐던 거야.
#22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계속 남아 있었어.
#23카드만 만드는 회사로 돌아가서는 답이 안 된다는 것.
#24그러던 때 공장에서 요코이의 이상한 팔을 본 거야.
#25"Ultra Hand"가 성공하자 요코이의 일부터 달라졌어. 화투 만드는 기계를 관리하던 직원이 닌텐도의 장난감을 만드는 개발자가 된 거지.
#26"Ultra Machine", "Love Tester" 같은 제품도 뒤따랐어.
#27그런데 이건 택시나 식품과는 조금 달랐어. 화투도 결국 사람들이 돈을 내고 놀려고 사는 물건이잖아.
#28"Ultra Hand"도 그랬어.
#29생김새는 완전히 다른데 닌텐도가 다시 팔기 시작한 건 놀이였던 거야.
#30그렇다고 여기서 바로 마리오가 나온 건 아니야. 닌텐도가 기계식 장난감에서 비디오게임까지 가는 데는 다시 10년 넘게 걸렸어.
#31그 사이에 또 크게 넘어지기도 했고.
#32닌텐도는 장난감에 전자 기술을 붙이기 시작했어. 1970년에는 빛으로 표적을 맞히는 "Beam Gun"을 내놨지.
#33그러자 야마우치는 이걸 아예 훨씬 크게 만들어보려고 했어. 당시 일본에는 볼링 붐이 지나가면서 비어가는 넓은 볼링장이 있었거든. 닌텐도는 그 공간을 전자식 사격장으로 바꾸기 시작했어.
#34"Laser Clay Shooting System". 스크린에 나오는 표적을 총으로 맞히는 대형 오락시설이었지.
#35처음에는 반응도 좋았어. 닌텐도는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사업을 키웠어.
#36그런데 1973년 오일쇼크가 터졌어. 경기가 얼어붙으니까 비싼 레저시설 주문부터 취소되기 시작했지. 닌텐도가 크게 벌여놓은 사업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어.
#37또 실패한 것처럼 보였어.
#38그런데 이번에는 다 없어지진 않았어. 전자회로를 만져본 사람도 남았고, 빛과 센서를 놀이로 만드는 경험도 남았어. 화면과 기계를 연결해서 사람을 놀게 하는 방법도 조금씩 쌓였지.
#39닌텐도는 거대한 사격장은 접었어.
#40전자오락까지 접지는 않았고.
#41놀이는 점점 더 작은 기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42닌텐도는 전자제품 회사가 아니었어. 필요한 기술을 전부 안에서 만들 수도 없었지.
#43그래서 밖에 있는 회사와 같이 했어.
#44미쓰비시전기와 전자게임 기술을 개발했고, 1977년에는 TV에 연결해서 집에서 노는 "Color TV-Game 6"와 "Color TV-Game 15"를 내놨어.
#45이건 팔렸어.
#46카드 밖에서 계속 답을 찾던 닌텐도에게 전자게임은 드디어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내는 사업이 되고 있었지.
#47요코이도 다른 쪽에서 전자게임을 만들고 있었어. 1980년에는 작은 LCD 화면으로 노는 휴대용 게임기 Game & Watch가 나왔고, 이것도 크게 성공했어.
#48그러고 보니 닌텐도 안에는 꽤 묘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 공장 엔지니어였던 요코이. 요코이가 회사로 데려온 전자 엔지니어 우에무라 마사유키. 그리고 산업디자인을 공부해서 프로그래밍보다 그림과 제품 디자인에 더 익숙했던 미야모토 시게루.
#49처음부터 세계적인 게임회사를 만들려고 이런 사람들을 계획적으로 모은 건 아니었어.
#50그런데 곧 이 사람들이 꼭 필요한 일이 생겨.
#51미국 창고에 안 팔린 게임기 약 2,000대가 쌓인 거야.
#52닌텐도는 미국에 "Radar Scope"라는 아케이드 게임을 보냈어. Nintendo of America가 준비한 건 약 3,000대였지.
#53그런데 팔린 건 약 1,000대였어.
#54약 2,000대가 그대로 남았어.
#55막 시작한 미국 법인 입장에서는 꽤 큰일이었어. 회사 돈이 사람들이 안 사는 기계 모양으로 창고에 묶여 있었던 거니까.
#56미국 쪽은 일본에 새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 남은 하드웨어를 그냥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했지.
#57그때 기회를 받은 젊은 직원 가운데 한 명이 미야모토였어.
#58그런데 미야모토는 베테랑 게임 프로그래머가 아니었어. 전자 엔지니어도 아니었고.
#59디자이너였어.
#60요코이가 개발을 도왔고, 미야모토는 처음에는 유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려고 했어.
#61뽀빠이였지.
#62미야모토가 생각한 관계는 간단했어. 뽀빠이가 올리브 오일을 구하고, 블루토가 그걸 방해하는 거야.
#63그런데 초기 개발 과정에서는 그 캐릭터들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없게 됐어.
#64그럼 직접 만들어야 했지.
#65블루토 자리는 커다란 고릴라가 맡았고, 올리브 오일 자리는 폴린이 됐어. 그리고 뽀빠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작은 남자 하나가 들어갔지.
#66아직 마리오는 아니었어.
#67Jumpman.
#68미야모토도 당시에는 게임 기술에 익숙하지 않았어. 엔지니어에게 화면에 그림이 어떻게 뜨는지 물어가며, 작은 화면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갔지.
#69그 게임이 "Donkey Kong"이야.
#70미국 워싱턴주의 한 술집에서 테스트해보니 "Radar Scope" 때와 반응이 완전히 달랐어. 사람들이 계속 동전을 넣었거든. 그곳에서는 "Donkey Kong"이 "Radar Scope"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어.
#71팔리지 않던 하드웨어도 새 게임을 돌리는 데 활용됐어. 창고를 채우던 실패작이 이제는 빨리 내보내고 싶은 물건으로 바뀐 거야.
#72Jumpman도 곧 새 이름을 얻었어.
#73마리오.
#74하지만 마리오가 닌텐도의 얼굴이 되려면 아직 하나가 더 필요했어.
#75오락실이 아니라 집에서 마리오를 만날 수 있는 기계 말이야.
#761981년 11월 어느 날 저녁이었어. 우에무라는 집에 있었지.
#77전화가 왔어.
#78야마우치였어.
#79그때 닌텐도에는 이미 "Game & Watch"라는 성공작이 있었어. 보통이라면 잘 팔리는 제품을 어떻게 더 많이 팔지 생각할 만하잖아.
#80야마우치는 다른 걸 물었어.
#81Game & Watch 다음은 뭐냐는 거였어.
#82카드가 잘 팔릴 때도 다음을 찾았던 사람이, 이번에는 "Game & Watch"가 잘 팔리는 중에 또 다음을 찾은 거지.
#83그리고 그 문제를 우에무라에게 맡겼어.
#84집의 TV에 연결해서 아케이드 게임처럼 놀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했어. "Donkey Kong" 같은 게임도 제대로 돌아가야 했고.
#85그런데 비싸면 안 됐어.
#86이 두 조건을 같이 맞추는 게 쉽지 않았지.
#87우에무라는 반도체 회사 리코의 공장으로 갔어. 당시 그 공장은 설비에 비해 일이 적어서 가동률이 낮았어.
#88그런데 거기서 낯익은 기술자를 만났어. 예전에 닌텐도가 "Color TV-Game"을 만들 때 같이 일했던 사람이었지.
#89닌텐도는 다시 자기들이 없는 기술을 밖에서 가져와야 했어.
#90원하는 건 아주 구체적이었어. 오락실의 큰 기판에서 돌아가던 "Donkey Kong"을 가정용 작은 기계에서도 돌아가게 하는 것.
#91닌텐도와 리코는 그걸 위해 전용 칩을 개발하기 시작했어.
#92그리고 1983년 7월, 빨간색과 흰색의 작은 기계가 일본에 나왔어.
#93패미컴.
#94화투 다음을 수십 년 동안 찾아다닌 닌텐도가 드디어 자기 게임을 사람들 집으로 가져갈 기계를 찾은 것 같았어.
#95그런데 몇 달 뒤, 우에무라는 이 기계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96초기부터 문제가 이어졌어. 컨트롤러 버튼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었고, 게임 화면이 이상하게 표시되는 문제도 생겼지. "Baseball"에서는 경기장의 흰 선이 사라지기도 했어.
#97더 안 좋은 건 시점이었어. 연말이 다가오고 있었거든.
#98가장 많이 팔아야 할 때였지.
#99닌텐도는 문제가 있는 채로 계속 밀어붙이지 않았어. 출하를 멈추고 문제가 있는 제품을 회수해서 고쳤어.
#100우에무라는 나중에 그때를 떠올리면서 패미컴이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고 했어.
#101닌텐도가 그동안 찾았던 ‘다음’ 가운데 사라진 건 한두 개가 아니었어. 택시. 식품. 거대한 사격장. "Radar Scope".
#102패미컴도 그 목록에 들어갈 수 있었지.
#103그런데 문제를 고친 뒤 다시 판매가 시작됐어.
#104이번에는 기계가 살아났어.
#105패미컴은 빠르게 팔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게임기가 팔리는 것과 사람들이 그 게임기를 꼭 갖고 싶어 하는 건 조금 다른 얘기야.
#1061985년 9월, 닌텐도가 "Super Mario Bros."를 내놨어.
#107"Donkey Kong"에서 한 화면 안을 움직이던 마리오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계속 달렸어. 벽돌을 깨고. 구멍을 뛰어넘고. 버섯을 먹고.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가 또 다음 장소로 넘어갔지.
#108사람들도 따라갔어.
#109그 무렵 우에무라는 도쿄 출장 중 호텔에 있었어. 그런데 전화가 왔지. 같은 호텔에 야마우치가 묵고 있다는 거야.
#110우에무라는 야마우치 방으로 올라갔어.
#111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손으로 만든 패미컴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야.
#112그런 우에무라에게 야마우치는 마리오가 크게 히트할 것 같다고 말했어.
#113그런데 닌텐도에는 아직 한 번 더 넘어야 할 곳이 있었어.
#114미국이었어.
#1151985년 미국은 일본과 분위기가 달랐어. 몇 년 전 비디오게임 시장이 크게 무너지면서 가게들은 안 팔리는 게임과 게임기를 잔뜩 떠안은 경험이 있었거든.
#116그러니 일본 회사가 또 게임기를 가져왔다고 해서 반길 이유가 없었지.
#117닌텐도는 패미컴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았어. 겉모습을 바꾸고 이름도 바꿨어.
#118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NES.
#119그리고 처음부터 미국 전역에 풀지도 않았어. 먼저 뉴욕에서 시험했지.
#120Nintendo of America의 작은 팀이 직접 매장을 돌아다녔어. 제품을 나르고, 진열하고, 가게들을 설득했어. 소매점들이 또 재고를 떠안을까 겁내자 닌텐도 쪽이 그 위험을 크게 부담하는 조건도 내놨지.
#121좀 묘한 장면이야.
#122몇 년 전에는 닌텐도가 미국 시장을 잘못 읽어서 "Radar Scope"를 자기 창고에 쌓아뒀잖아.
#123이번에는 가게들이 왜 재고를 무서워하는지 알고 있었어.
#124NES는 뉴욕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퍼졌어. "Super Mario Bros."도 같이 갔지.
#125이제 닌텐도는 더 이상 다음 사업을 찾아 헤매는 교토의 화투 회사가 아니었어.
#126닌텐도가 화투 회사에서 게임회사로 바뀐 데는 한 번의 완벽한 선택 같은 건 없었어.
#127야마우치는 카드 다음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어. 택시도 틀렸고, 식품도 안 됐고, 거대한 전자 사격장도 무너졌어. "Radar Scope"는 미국 창고에 쌓였고 패미컴은 출시하자마자 회수까지 했지.
#128그런데 그 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었어. 공장에서 발견한 장난감은 요코이를 개발자로 만들었고, 전자완구의 경험은 "Game & Watch"로 이어졌어. 미국에서 실패한 게임을 대신할 일은 미야모토에게 돌아갔지.
#129그리고 미야모토가 원래 쓰고 싶었던 뽀빠이 대신 작은 Jumpman이 만들어졌어.
#130수십 년 전, 닌텐도는 화투 다음에 뭘 만들어야 할지 몰랐어.
#131수십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닌텐도의 새 게임기를 켰을 때 누구를 만나게 될지 알고 있었지.
#132빨간 모자를 쓴 그 작은 남자는 지금도 달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