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hy와 Microduck을 만든 프랑스 로봇 회사
모두가 거대한 휴머노이드를 만들 때, Pollen은 왜 $399짜리 작은 오리를 만들었을까?
#12026년 8월, 로봇 업계에서는 사람처럼 걷고 일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겠다며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었어.
#2그때 프랑스의 작은 로봇 회사 Pollen Robotics가 내놓은 건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 높이 약 25cm. 무게 약 800g. 작은 부리와 두 다리. 커다란 눈 하나. 롤러스케이트까지 신는 오리였어.
#3이름은 Microduck. 가격은 $399였지.
#4그런데 생김새보다 더 특이한 게 있었어. Pollen은 이 로봇이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기들이 미리 정해놓지 않았거든.
#5사람이 시뮬레이션 안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학습시키고, 그걸 실제 Microduck의 몸으로 옮길 수 있게 했어.
#6다른 회사들이 "우리가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줄게"라고 경쟁하던 때였는데, Pollen은 오히려 "이 로봇한테 다음 행동을 직접 가르쳐봐"라고 한 셈이야.
#7왜 그랬을까?
#8이걸 알려면 Pollen이라는 회사가 생기기도 전으로 돌아가야 해.
#9Matthieu Lapeyre는 프랑스 국립 디지털과학기술연구소 Inria에서 AI를 연구하고 있었어. 그가 있던 FLOWERS 팀은 로봇이 현실 세계와 사람을 만나면서 어떻게 배우고 발달하는지를 연구하던 곳이었지.
#10그런데 Matthieu는 어느 순간 알고리즘만 만드는 것보다, 그 코드가 실제 물체를 움직이는 걸 보고 싶어졌어.
#11그래서 하던 AI 연구에서 조금 벗어나 직접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지.
#12지도교수 Pierre-Yves Oudeyer는 그걸 막지 않았어.
#13해보라고 했어.
#14Matthieu는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고 Pierre Rouanet을 비롯한 동료들도 붙었어. 그렇게 나온 게 Poppy였지.
#15Poppy는 3D 프린터로 몸을 만들 수 있는 작은 휴머노이드였어.
#16그런데 훗날 더 중요해진 건 Poppy가 얼마나 잘 걷느냐가 아니었어.
#17팀이 설계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는 거였지.
#18그러자 연구자만 온 게 아니었어. 교사. 메이커. FabLab. 예술가.
#19사람들이 Poppy를 가져가서 뜯어보고, 바꾸고, 원래 만든 팀이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써보기 시작했어.
#20회사조차 만들기 전인데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21자기들이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 로봇의 다음 용도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있었어.
#222015년에는 아예 사람들이 서로 호환되는 로봇 모듈을 만들어 공유하는 "ecosystem"까지 이야기했지.
#23다만 이때 아무도 몰랐어.
#24이 생각이 10여 년 뒤 $399짜리 작은 오리까지 이어질 거라는 건.
#252016년 Pollen Robotics가 만들어졌어.
#26지금 결과만 놓고 보면 마치 긴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Poppy. Reachy. Reachy Mini. Microduck.
#27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
#28Pollen은 여러 로봇과 프로젝트를 만들고 팔면서 회사를 굴렸어. 큰 투자금을 미리 쌓아놓는 대신, 제품을 팔아서 다음 개발비를 마련하는 부트스트래핑 방식이었지.
#29심지어 나중에 Pollen을 대표하게 된 Reachy도 처음부터 계획된 주인공이 아니었어.
#302020년 CES를 앞두고 Pollen이 준비하던 건 AI 아케이드 머신이었거든.
#31그런데 CES를 불과 두 달쯤 앞두고 방향을 바꿨어.
#32아케이드 머신 대신 새로운 로봇을 만들었지.
#33그게 Reachy였어.
#34커다란 눈. 두 팔.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35결국 Pollen의 대표 제품이 됐어.
#36하지만 대표 제품 하나 생겼다고 작은 로봇 회사의 걱정이 끝나는 건 아니었어.
#37몇 년 뒤에는 정말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었거든.
#382022년, 세계적인 부품난이 닥쳤어.
#39Pollen도 그대로 맞았지.
#40Reachy를 만들려면 부품이 필요한데 그 부품이 안 들어왔어. 로봇을 완성할 수 없으니 고객에게 보낼 수도 없었고, 보내지 못하니 돈도 받을 수 없었어.
#41투자금이 잔뜩 있는 회사라면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Pollen은 그런 회사가 아니었어.
#42이미 은행 당좌대월로 €50,000까지 내려갈 수 있는 상태였고, 결국 은행에 다시 부탁했어.
#43€100,000까지 늘려줄 수 있느냐고.
#44은행이 허락했어.
#45조금 더 버틸 시간이 생긴 거지.
#46그런데 하필 이때 Pollen은 세계적인 로봇 대회도 준비하고 있었어.
#47ANA Avatar XPRIZE였어.
#48사람이 멀리 떨어진 로봇을 조종해서 마치 그곳에 직접 있는 것처럼 보고, 만지고, 작업하는 능력을 겨루는 대회였지.
#4999개 팀이 참가했어.
#50그런데 기존 Reachy의 관절로는 결승 과제를 감당하기 어려웠어. 더 강한 로봇을 만들어야 했지.
#51부품이 없어서 회사가 흔들리는데, 더 강한 로봇을 새로 만들어야 했던 거야.
#52일부 부품은 구하는 데 몇 달씩 걸렸어.
#53예비 부품도 넉넉하지 않았지.
#54중요한 게 하나 망가지면 바꿔 끼울 여유도 거의 없었어.
#55그래도 들고 갔어.
#56결과는 2위.
#57상금은 $2 million이었어.
#58조금 전까지만 해도 은행에 마이너스 한도를 €50,000 더 늘려달라고 부탁하던 회사였는데, 갑자기 몇 년을 더 버틸 돈이 생긴 거야.
#59Matthieu는 힘들 때 한도를 늘려준 은행원에게 연락해서 고맙다고 했어.
#60그리고 대회를 위해 강하게 만든 Reachy도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
#61그 개발이 다음 세대 로봇 Reachy 2로 이어졌지.
#62Reachy 2는 제대로 된 연구용 로봇으로 자리 잡았어.
#63Cornell University와 Carnegie Mellon University 같은 연구기관을 포함해 Reachy 계열 로봇은 20여 개국에 수백 대 규모로 배치됐지.
#64그런데 가격이 약 $70,000이었어.
#65소프트웨어를 열어놓고 누구든 연구할 수 있다고 해도, 실제 로봇 몸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연구소나 대학에 한정되면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수에는 한계가 있었어.
#66그러던 2024년, 로봇 쪽으로 들어온 회사가 있었어.
#67Hugging Face였지.
#68Hugging Face에서는 누군가 AI 모델을 공개하면 다른 사람이 가져다 쓰고, 바꾸고, 다시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었어.
#69그 회사가 LeRobot이라는 오픈 로봇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70Pollen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로봇을 고쳐 쓰게 해왔고, Hugging Face는 다른 사람이 AI 모델과 데이터를 가져다 쓰게 해왔어.
#71둘이 Reachy 2를 놓고 함께 일하기 시작했지.
#72그리고 2025년 4월, Hugging Face가 Pollen Robotics를 인수했어.
#73여기서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어.
#74Pollen이 Hugging Face를 만나서 갑자기 오픈소스 회사가 된 건 아니야. Pollen은 Poppy 때부터 10년 넘게 그런 방식을 써왔거든.
#75대신 둘이 만나고 나서 훨씬 강해진 질문이 하나 있었어.
#76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로봇을 실제로 살 수 있을까?
#77그 답이 몇 달 뒤 나왔어.
#78Reachy Mini였어.
#79Pollen은 Reachy 2를 그냥 작게 만들지 않았어.
#80많이 버렸어.
#81팔이 없어. 손도 없어. 다리도 없어. 물건도 못 집어.
#82대신 보고, 듣고, 말하고, 고개와 몸을 움직이는 기능은 남겼어. 책상 위에서 AI와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것만 추린 거지.
#83가격은 $399부터였어.
#84Pollen이 이 로봇에 붙인 목표도 꽤 분명했어.
#85Affordable. Easy to use. Hackable.
#86그리고 하나 더.
#87Cute.
#88귀여워야 했어.
#89초기 프로토타입을 써보던 사람에게 다섯 살짜리 딸이 있었어. 그 아이는 Reachy Mini를 보더니 집 안 여기저기로 들고 다니고 싶어 했지.
#90그런데 전선이 붙어 있었어.
#91못 들고 다녔지.
#92팀은 그 반응을 그냥 흘려듣지 않았어. 배터리와 자체 컴퓨터가 들어간 Wireless 버전을 만들었어.
#93엔지니어들은 AI 실험용 로봇을 보고 있었는데, 다섯 살 아이는 이미 "같이 데리고 다니고 싶은 것"으로 보고 있었던 거야.
#94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
#95Reachy Mini는 10,000대가 넘는 규모로 퍼졌어.
#96그러자 Pollen은 새 기능을 전부 자기들이 만들어서 내려보내는 대신, 사람들이 직접 앱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지.
#97말 그대로 로봇 앱스토어였어.
#98춤추는 앱도 나오고, 게임도 나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앱도 나오고, 멀리 있는 사람이 Reachy Mini를 통해 주변을 보는 텔레프레즌스 앱도 나왔어.
#9910여 년 전에 Poppy에서 봤던 일이 다시 벌어진 거야.
#100Poppy를 공개했더니 교사와 메이커와 예술가들이 자기 방식으로 바꿨잖아.
#101Reachy Mini에서는 그걸 우연에 맡기지 않았어.
#102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다음 기능을 넣을 자리를 만들어둔 거지.
#103심지어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장벽도 줄이려 했어.
#104원하는 행동을 말로 설명하면 AI 코딩 도구가 앱 만들기를 도와주는 방향으로까지 갔지.
#105Hugging Face가 이 생태계를 소개하면서 앞에 내세운 사용자 중 한 명은 로봇공학 교수도 아니었어.
#10678세 Joel Cohen이었어.
#107그런데 Reachy Mini에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
#108책상에서 못 내려왔거든.
#109Reachy Mini를 만들면서 Pollen 팀은 계속 한 질문을 했어.
#110책상 위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게 주 역할인 로봇 말고,
#111세상을 돌아다니는 게 주 역할인 작은 로봇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112그 질문에서 Microduck이 나왔어.
#113Reachy Mini를 작고 싸게 만들면서 버렸던 걸 다시 가져온 거야.
#114움직이는 몸.
#115그렇다고 $70,000짜리 Reachy 2로 돌아간 건 아니었어.
#116약 25cm. 약 800g. 모터 15개. 가격 $399.
#117Microduck은 걸어. 넘어지면 일어나. 공도 차고, 부리로 물건도 집고, 롤러스케이트도 타.
#118그런데 Pollen은 이 로봇을 주말 내내 조립하고 코딩해야 겨우 움직이는 개발 키트로 만들고 싶진 않았어.
#119처음 켰을 때부터 재미있어야 했거든.
#120그래서 이미 학습된 행동 7개를 넣었어.
#121코드를 한 줄도 안 써도 움직일 수 있어.
#122하지만 더 들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길을 열어뒀지.
#123SDK. 시뮬레이터. 강화학습 도구.
#124강화학습은 사람이 모든 관절 움직임을 하나씩 명령하는 대신, 로봇이 시뮬레이션 안에서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움직임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야.
#125누군가는 새로운 춤을 학습시킬 수 있어. 다른 사람은 새로운 방식으로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고.
#126시뮬레이션에서 배운 행동을 실제 Microduck으로 옮길 수 있지.
#127그러니까 이 로봇은 "우리가 덜 만들었으니 네가 완성해"가 아니야.
#128오히려 이런 쪽에 가까워.
#129여기까지는 우리가 만들었어. 그런데 여기서 끝이라고 정하진 않을게.
#130Pollen 이야기를 여기까지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
#131"아, 이 회사는 그냥 뭐든 전부 공개하는 회사구나."
#132그건 아니야.
#133Microduck의 SDK와 시뮬레이션, 강화학습 스택, 학습된 행동 같은 소프트웨어 쪽은 열려 있어.
#134하지만 기계 설계와 전자 설계 파일까지 전부 공개한 건 아니야.
#135Pollen도 Microduck을 완전한 "open-source hardware"라고 부르지 말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어.
#136그래서 Pollen이 10년 넘게 반복한 걸 모든 걸 공개한다고만 설명하면 조금 어긋나.
#137Poppy에서는 사람들이 몸을 바꿨어. Reachy에서는 연구자들이 자기 실험을 얹었고. Reachy Mini에서는 앱을 만들었지.
#138Microduck에서 열어둔 중요한 층은 몸에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는 방법이야.
#139그리고 Pollen은 그다음에 뭘 해보고 싶은지도 공개적으로 말했어.
#140Hugging Face에서 한 사람이 만든 AI 모델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그 위에 다시 작업하듯,
#141로봇의 physical behavior, 그러니까 실제 몸이 익힌 행동도 그렇게 공유하기 쉽게 만들고 싶다는 거야.
#142행동 파일 하나만 던지는 게 아니라, 그 움직임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학습 방법까지 함께.
#143이제 질문이 달라져.
#144Microduck은 2026년 8월 27일 예약판매를 시작했어.
#145주문은 빠르게 몰렸고, 약 일주일 만에 10,000대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보도까지 나왔지.
#146그렇다고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어.
#147대부분은 아직 사용자 손에 들어가지도 않았거든.
#148사람들이 정말 새로운 행동을 학습시킬지, 그걸 공유할지, Pollen이 말하는 생태계가 실제로 생길지.
#149아직 몰라.
#150하지만 똑같은 몸을 가진 로봇이 몇 대가 아니라 수천 대, 수만 대 생기면 전에는 어려웠던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어.
#151한 사람이 자기 Microduck에게 춤을 가르쳐.
#152그 학습 방법을 공개해.
#153다른 사람이 가져가.
#154그러면 두 번째 Microduck이 같은 춤을 처음부터 다시 배울 필요 없이 자기 몸에서 실행할 수도 있겠지.
#155한 대의 로봇이 익힌 움직임이 그 한 대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 거야.
#156소프트웨어를 복사하듯 몸의 기술을 옮기는 생태계가 생길 수도 있어.
#157아직은 실험이야.
#158그런데 이 실험을 만드는 사람 중에는 꽤 오래전부터 Pollen에 있었던 이름 하나가 보여.
#1592019년, Pollen Robotics에는 Augustin Crampette라는 인턴이 있었어.
#160그가 맡은 건 로봇의 관절이었지.
#161생물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Orbita라는 관절이었고, 이 기술은 나중에 Reachy의 몸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어.
#162그 뒤 회사에는 별일이 다 있었어.
#163부품이 없어서 로봇을 못 만들었고, 은행에 마이너스 한도를 더 열어달라고 부탁했고, 세계 로봇 대회에서 2위를 해서 $2 million을 받았고, $70,000짜리 Reachy 2를 만들었고, Hugging Face에 인수됐고, $399짜리 Reachy Mini를 10,000대 넘게 세상에 보냈어.
#164그리고 2026년.
#165Microduck을 만든 핵심 팀 다섯 명의 이름이 공개됐어.
#166그 안에 Augustin Crampette가 있었어.
#1677년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로봇의 관절 하나를 다루던 인턴이었지.
#168이번에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게 될지도 모르는 작은 로봇을 만들고 있어.
#169는 사람들이 AI 모델을 올리고, 가져가고, 다시 바꾸는 곳으로 커진 회사였어.
#170그런데 2024년에는 LeRobot을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아예 Pollen Robotics를 인수했지.
#171AI 모델을 나누던 회사는 왜 결국 로봇의 몸까지 필요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