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x를 창업한 미국의 발명가이자 기업가
스타킹 발끝을 잘라버린 팩스기 판매원은 어떻게 Spanx를 만들었을까?
#1흰 바지를 입고 싶었어. 발끝이 드러나는 신발도 신고 싶었고.
#2문제는 속옷 자국이었지. 몸을 잡아주는 스타킹을 신으면 바지선은 매끈해졌지만, 이번에는 신발 밖으로 스타킹 발끝이 보였어.
#3사라 블레이클리는 가위를 들었어. 스타킹의 발끝을 잘라버린 거야.
#4일단 한 문제는 해결됐어. 흰 바지 아래 선은 정리됐고 발가락도 드러났지. 그런데 새 문제가 생겼어. 잘린 스타킹이 다리 위로 자꾸 말려 올라갔거든.
#5그냥 불편한 스타킹 한 켤레로 끝날 수도 있었어.
#6블레이클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 발끝은 없는데, 몸을 잡아주는 부분은 그대로인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7처음부터 패션 사업을 하려던 사람은 아니었어.
#8블레이클리가 되고 싶었던 건 변호사였지. 하지만 LSAT를 두 번 봤고, 원하는 로스쿨로 가기에는 점수가 부족했어.
#9다음으로 향한 곳은 디즈니 월드였어. 구피 역할 오디션을 봤는데, 키가 기준보다 약 2인치 모자랐지. 대신 엡콧에서 약 석 달 동안 일했어. 움직이는 탑승 시설에 손님들을 태우는 일이었어.
#10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저녁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했어.
#11“이번 주에는 뭘 실패했니?”
#12실패했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시도했다며 좋아했지. 그렇다고 블레이클리가 거절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 건 아니야.
#13곧 그걸 매일 확인하게 되는 직업을 갖게 됐거든.
#14블레이클리는 Danka에 들어가 팩스기를 팔기 시작했어.
#15방문판매였어. 모르는 회사에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팩스기를 사달라고 해야 했지.
#16명함을 눈앞에서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건물 밖으로 쫓아내는 사람도 있었어. 어떤 날은 다음 회사에 들어가기 무서워서 차를 몰고 그 건물 주변을 몇 바퀴씩 돌기도 했지.
#17그래도 결국 들어갔어.
#18그 생활이 7년 가까이 이어졌고, 블레이클리는 전국 영업 교육을 맡을 만큼 판매를 잘하게 됐어. 거절이 안 아파진 게 아니었어. 거절당한 뒤에도 다음 문을 두드리는 법을 익힌 거지.
#19하지만 어느 날 차를 세워놓고 울었어.
#20자기가 엉뚱한 영화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고 했지. 감독에게 전화해서 이 장면을 잘라달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었어.
#21집으로 돌아온 블레이클리는 자신이 잘하는 걸 적어봤어.
#22남은 건 영업이었어.
#23그리고 노트에 하나를 적었지. 수백만 명에게 팔 수 있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무언가를 발명하고 싶다고.
#24얼마 뒤, 그 스타킹을 가위로 자르게 된 거야.
#25블레이클리가 스타킹 발끝을 잘라본 최초의 여성은 아니었어. 비슷한 불편 때문에 이미 자기 식으로 스타킹을 잘라 입는 여성들이 있었지.
#26차이는 그다음이었어.
#27블레이클리는 “다들 이렇게 불편해하는데 왜 제대로 된 제품이 없지?”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어.
#28패션 경력은 없었어. 제조 경험도 없었지. 모아둔 돈은 5,000달러였어.
#29그래서 회사를 바로 그만두지도 않았어. 낮에는 계속 팩스기를 팔고, 밤과 주말에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지.
#30특허부터 알아봐야 했어. 조지아텍 도서관에서 일주일 동안 스타킹 관련 특허를 뒤졌어. 변리사나 특허 변호사에게 맡기려 했더니 3,000~5,000달러 정도가 필요했지. 가진 돈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는 액수였어.
#31블레이클리는 반스앤노블에 가서 특허 작성법 책을 샀어.
#32그리고 가능한 부분은 직접 쓰기 시작했지. 특허에 들어갈 그림은 수채화를 그리던 어머니가 그려줬어.
#33하지만 종이에 제품을 그리는 것과 실제 스타킹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어.
#34미국 스타킹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공장들에 전화를 돌렸어.
#35대답은 계속 같았어.
#36안 된다는 거야.
#37블레이클리는 휴가까지 내고 노스캐롤라이나로 직접 갔어. 공장 로비에 앉아서 책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다렸지.
#38그래도 거절당했어.
#39당시 그녀가 만난 제조업계 의사결정자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어. 블레이클리는 자신이 직접 입어보고 느낀 불편을 설명했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경험도 없는 팩스기 판매원이 들고 온 낯선 제품 아이디어였지.
#40그렇게 돌아왔어.
#41그런데 몇 주쯤 지나 한 공장주에게서 전화가 왔어.
#42그 공장주도 처음에는 블레이클리를 거절했던 사람이었어.
#43그런데 집에서 딸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대.
#44딸들의 반응은 달랐어. 그거 괜찮은 생각이라는 거였지.
#45공장주는 블레이클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어.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지.
#46제품을 제대로 잡는 데는 다시 시간이 걸렸어. 원단과 허리 부분, 길이와 착용감을 계속 손봤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약 1년이 걸렸어.
#47이제 제품은 생겼어.
#48그런데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사주는 건 아니잖아.
#49이번에는 매장 문을 열어야 했어.
#50블레이클리는 니먼 마커스의 애틀랜타 매장에 전화를 걸었고, 결국 댈러스의 바이어 사무실까지 찾아갔어.
#51계속 전화했지. 팩스기를 팔며 배운 게 있었거든. 메시지만 남기고 기다리기보다, 상대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다시 거는 거였어.
#52마침내 바이어가 전화를 받았어.
#53블레이클리는 10분만 달라고 했지. 바이어는 애틀랜타에서 댈러스까지 직접 온다면 만나주겠다고 했어.
#54블레이클리는 비행기를 탔어.
#55시제품은 지퍼백에 넣었고, 대학 시절부터 쓰던 낡은 빨간 배낭에 챙겼어. 친구들은 제발 좋은 가방 하나 사서 들고 가라고 했지. 심지어 Prada 가방을 샀다가 미팅 뒤에 반품하라는 얘기까지 했어.
#56블레이클리는 그냥 빨간 배낭을 들고 갔어.
#57문제는 가방이 아니었어.
#58설명을 시작했는데, 바이어가 별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거든.
#5910분짜리 미팅이 흘러가고 있었어.
#60블레이클리는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말만으로는 차이가 잘 전달되지 않았어.
#61그래서 갑자기 바이어에게 물었어.
#62“저랑 화장실에 가실래요?”
#63둘은 화장실로 갔어.
#64블레이클리는 흰 바지 아래에 자기 제품을 입기 전과 입은 뒤를 직접 보여줬어. 말로 설명하던 제품이 눈앞에서 바로 보인 거야.
#65바이어가 이해했어.
#66니먼 마커스 7개 매장에서 시험 판매를 해보기로 했지.
#67첫 문 하나가 열린 거야.
#68하지만 7개 매장에 들어갔다는 것과 7개 매장에서 팔린다는 건 다른 얘기였어.
#69블레이클리는 제품이 들어간 도시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어.
#70매장에 가서 Spanx를 사달라고 했지. 돈은 자기가 돌려주겠다고 했어.
#71매장에 직접 나가 제품을 설명하기도 했어. 전후 사진을 보여주고, 손님들에게 직접 차이를 보여줬지.
#72낮에는 여전히 Danka에서 일했어.
#73밤이 되면 아파트로 돌아와 주문을 포장했어. Office Depot에서 산 흰색 완충 봉투에 제품을 넣고 발송했지. 고객 전화도 집에서 받았어.
#74Spanx라는 회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지만, 아직 거대한 광고를 할 돈도 조직도 없었어.
#75그래서 블레이클리는 다른 방법을 썼어.
#76자기 제품을 직접 보낸 거야.
#77블레이클리는 오프라 윈프리에게 Spanx와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어.
#78오프라의 오랜 스타일리스트 안드레 워커를 거쳐 제품이 오프라의 탈의실에 놓였고, 오프라가 직접 입어봤어.
#79마음에 들어 했지.
#802000년 11월, Spanx는 오프라의 "Favorite Things"에 등장했어.
#81이건 아무것도 없던 회사를 갑자기 만들어낸 순간은 아니었어. 이미 니먼 마커스에 들어가 있었고, 블레이클리는 직접 매장을 돌며 제품을 팔고 있었거든.
#82다만 이제 그 제품을 보는 사람의 수가 완전히 달라졌어.
#83그리고 곧 오프라의 제작진이 Spanx 회사를 촬영하고 싶다고 연락해왔어.
#84문제가 하나 있었어.
#85보여줄 회사가 거의 없었어.
#86제작진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찍고 싶어 했어.
#87그런데 제대로 된 사무실도, 화면에 보여줄 직원들도 없었지.
#88블레이클리는 사람들을 불렀어. 친구와 주변 지인들, 평소 발송할 때 드나들던 Mailboxes Etc.의 여성까지 불러 모았어.
#89그리고 아파트 바닥에 둘러앉았어.
#90카메라가 왔을 때 보여줄 Spanx의 ‘직원 회의’가 그렇게 만들어졌지.
#91얼마 전까지 블레이클리는 혼자 지퍼백에 시제품을 넣고 백화점 바이어를 만나러 다녔어.
#92이제 주문이 밀려오기 시작했어.
#93그런데 오프라 효과가 지나간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살까?
#94그걸 확인할 다음 장면이 있었어.
#95Spanx는 첫해 약 400만 달러, 이듬해 약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어.
#96그리고 홈쇼핑 채널 QVC에 나갔지.
#97블레이클리는 또 직접 제품을 보여줬어. 백화점 화장실에서 했던 것처럼, 말보다 눈으로 차이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어.
#98약 5분 만에 8,000개가 팔렸어.
#99한 번의 유명인 노출만으로 끝난 건 아니었던 거야. 다른 판매 채널에서도 사람들이 제품을 집어 들었어.
#100블레이클리는 그 뒤에도 오랫동안 매장을 돌며 직접 시연했어.
#101처음부터 큰 투자금을 받은 것도 아니었어.
#102Spanx는 창업 초기부터 수익을 냈고, 블레이클리는 21년 동안 외부 투자 없이 회사를 키웠어.
#1032021년이 돼서야 블랙스톤이 Spanx의 지분 과반을 인수하는 투자를 했어. 당시 회사 가치는 12억 달러로 평가됐지.
#104그리고 투자자 가운데 익숙한 이름이 하나 있었어.
#105오프라 윈프리였어.
#10621년 전 블레이클리가 손편지와 함께 제품을 보냈던 사람이 이번에는 Spanx에 돈을 넣은 거야.
#107그래도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돈이 아니었어.
#108처음 특허를 준비할 때 블레이클리에게는 5,000달러밖에 없었어.
#109전문가 비용이 너무 커서 반스앤노블에서 특허 책을 사 왔고, 직접 쓸 수 있는 부분을 썼지. 어머니는 특허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줬어.
#110그 특허는 훗날 미국 특허 제6,276,176호가 됐어.
#111그리고 2026년, 블레이클리는 Spanx 보정 속옷의 발명으로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어.
#112그녀는 사업가, 창업가, 영업사원 같은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어. 하지만 자신에게 특히 가깝게 느껴지는 말이 있다고 했지.
#113발명가.
#1142026년 5월 7일, 한때 특허 비용을 아끼려고 책을 사서 직접 서류를 쓰고 어머니에게 그림을 부탁했던 팩스기 판매원은 발명가의 메달을 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