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타자를 함께 해온 일본 야구 선수
타자로 이미 역사를 썼는데, 오타니는 왜 다시 투수가 되려 했을까?
#12024년, 오타니 쇼헤이는 LA 다저스에서 투수로 단 한 공도 던지지 못했어. 오른쪽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 중이었거든. 10년 7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시작한 첫 시즌인데, 오타니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두 역할 중 하나가 처음부터 빠져 있었던 거야.
#2그런데 별문제가 없어 보였어.
#39월 19일 마이애미에서 오타니는 6타수 6안타를 쳤어. 홈런 3개. 도루 2개. 10타점. 2루타도 2개였지.
#4그날 한 경기에서 50-50 시즌을 모두 넘어섰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나온 50-50 시즌이었어.
#5시즌이 끝났을 때 숫자는 54홈런, 59도루. MVP까지 받았어. 그리고 LA 에인절스에서 6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갔고, 다저스는 그대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해냈지.
#6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잖아.
#7이제 그냥 타자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8팔꿈치는 이미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어. 투수를 하지 않아도 MVP가 될 수 있었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없던 기록을 만들 수 있었고, 그렇게 원하던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줬지.
#9그런데 오타니는 50-50을 향해 달리던 그 시즌에도 계속 공을 던지고 있었어.
#10다시 투수가 되기 위해서였어.
#11왜 굳이 돌아가려 했을까?
#12답을 찾으려면 열여덟 살 때까지 돌아가야 해.
#132012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오타니는 이미 시속 160킬로미터짜리 공을 던졌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였고, 졸업 뒤에 어디로 갈지도 마음을 정해둔 상태였지.
#14곧장 미국으로 가고 싶어 했어.
#15일본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거였어.
#16그런데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가 그런 오타니를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해버렸어. 일본 구단에 가지 않겠다고 밝힌 선수를 뽑았으니, 이제 입단부터 설득해야 했지.
#17닛폰햄은 오타니에게 미국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어. 오히려 다른 길을 보여줬어. 일본 프로야구에서 먼저 성장한 뒤 메이저리그로 가는 방법이었지.
#18그리고 하나를 더 제안했어.
#19투수와 타자 중 하나를 고르지 말자는 거야.
#20둘 다 해보자.
#21오타니에게도 끌리는 제안이었어. 자신이 타자로도 프로에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투수만 해야 한다고 정해버리는 것보다 두 가능성을 모두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지.
#22감독 구리야마 히데키는 그 생각을 실제 프로야구 경기에서 실행하기 시작했어.
#23문제는, 처음부터 잘된 게 아니었다는 거야.
#242013년 신인 오타니의 투수 평균자책점은 4.23이었어. 타자로는 타율 .238에 홈런 3개였고.
#25재능이 있다는 건 보였어. 하지만 이 성적만 놓고 보면 굳이 프로에서 두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니었지.
#26그래도 닛폰햄은 한쪽을 없애지 않았어.
#272014년에는 투수로 11승을 거두면서 타자로도 홈런 10개를 쳤어. 이제 뭔가 보이나 싶었는데, 2015년에는 상황이 또 갈라졌지. 투수로는 일본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타율은 .202로 떨어졌어.
#28투수와 타자가 나란히 성장한 게 아니었던 거야. 한쪽이 좋아질 때 다른 한쪽은 흔들리기도 했어.
#29그래도 둘 다 계속했어.
#30그리고 2016년, 처음으로 두 오타니가 한 시즌에 제대로 겹쳤어.
#31타율 .322, 22홈런. 투수로는 평균자책점 1.86.
#32같은 시즌에 투수와 지명타자로 베스트나인에 뽑혔고, 퍼시픽리그 MVP를 받았어. 닛폰햄은 일본시리즈에서도 우승했지.
#33열여덟 살 때 들었던 이상한 제안이 결과로 보이기까지 몇 년이 걸린 거야.
#34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해볼 차례였어.
#35그런데 미국에 가자, 둘을 계속하는 대가가 훨씬 커졌어.
#362018년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어. 당연히 투수와 타자 둘 다였지.
#37타자로 홈런 22개를 쳤고, 투수로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도 받았고.
#38그런데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어.
#39결국 시즌이 끝난 뒤 토미 존 수술을 받았어.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이라, 다시 투구하려면 긴 재활이 필요했지.
#40타자는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었어. 그래서 2019년에는 지명타자로 뛰면서 투수 복귀를 준비했어.
#41그러다 이번에는 왼쪽 무릎 수술까지 받게 됐어.
#42그래도 계획은 같았어.
#43몸이 준비되면 다시 투수와 타자를 함께 한다.
#442020년, 마침내 그날이 왔어.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서기까지 693일이 걸렸지.
#45그리고 복귀전은 거의 최악으로 흘러갔어.
#46오타니는 첫 복귀전에서 타자 여섯 명을 상대했어.
#47아웃은 0개.
#48볼넷 3개를 내줬고 5실점했어. 신인 시절보다 직구 구속도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지.
#49두 번째 등판에서는 1과 3분의 2이닝을 던졌어. 그런데 또 오른팔에 문제가 생겼어. 굴곡근과 회내근 쪽을 다쳤고, 그걸로 2020년 투수 시즌은 끝났어.
#50한 해 동안 던진 건 1과 3분의 2이닝. 자책점은 7점.
#51그래도 타격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잖아.
#52그것도 아니었어.
#5344경기에서 타율 .190, 홈런 7개.
#54이제 질문이 달라졌어.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얼마나 대단해질 수 있느냐가 아니었어.
#55이걸 계속 둘 다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었지.
#56당시 에인절스 감독 조 매든도 또 부상이 생긴다면 언젠가는 전업 야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
#57한쪽을 고를 이유는 충분했어.
#58그래도 오타니는 다시 둘 다 하겠다고 했어.
#59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은 이전과 달랐어.
#60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온 뒤 처음으로 큰 수술 재활에 끌려다니지 않고 오프시즌을 보낼 수 있었거든.
#61하체 힘을 다시 만들었고, 투구 동작과 스윙을 손봤어. 외부의 훈련과 데이터도 활용했고, 이전보다 일찍 실제 경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던지고 치는 준비를 시작했지.
#62에인절스도 바뀌었어.
#63이전에는 오타니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등판 전후의 타격을 제한하는 식의 정해진 규칙이 있었어. 매든은 그런 고정된 '쇼헤이 룰'을 줄이려고 했어.
#64대신 오타니에게 물었지.
#65등판 전날 타격하는 게 힘든지. 다음 날은 어떤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66오타니도 몸이 쉬어야 한다고 느끼면 직접 말했어.
#67아무 제한 없이 마음대로 뛰게 한 건 아니야. 팀이 모든 한계를 미리 정해놓는 대신, 준비해온 선수에게 자기 몸의 상태를 판단하고 알릴 책임도 함께 준 거야.
#68그리고 2021년이 시작됐어.
#692021년 4월,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면서 타순에도 들어갔어.
#70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지.
#71이제 등판일이라고 해서 타자 오타니가 주변 며칠까지 함께 사라질 필요가 없었어.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도 거의 매일 타선에 들어갔지.
#72시즌이 끝났을 때 홈런은 46개.
#73투수로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74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는 만장일치였어.
#75'규제를 풀어주니 오타니가 성공했다'고 말하면 이야기가 너무 간단해져. 처음으로 정상적인 오프시즌을 보낼 만큼 몸이 회복돼 있었고, 훈련도 달라졌고, 몸도 다시 만들었고, 투구와 타격 준비도 바뀌었어.
#76그리고 팀이 그 선수를 쓰는 방식도 함께 달라졌지.
#77선수의 준비와 팀의 운영이 같은 시기에 맞아떨어진 거야.
#78한 시즌짜리 우연도 아니었어. 2022년에는 34홈런을 치면서 투수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219개를 기록했어. 타자로 규정 타석을 채우고 투수로도 규정 이닝을 채웠지.
#79이제 둘을 함께 하는 건 실험이 아니라 실제 커리어가 되어가고 있었어.
#80그러다 처음 그 실험을 허락했던 사람이 다시 나타났어.
#812023년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 대표팀 감독은 구리야마 히데키였어.
#8210년 전 닛폰햄에서 열여덟 살 오타니에게 투수와 타자를 모두 맡겼던 바로 그 감독이었지.
#83일본은 결승까지 올라갔고 상대는 미국이었어.
#84오타니는 그날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왔어. 일본이 3대2로 앞선 채 9회가 됐지.
#85그런데 이번에는 오타니가 마운드로 올라왔어.
#86아웃 두 개를 잡았고, 마지막 타자가 들어섰어.
#87마이크 트라웃.
#88에인절스에서 함께 뛰던 동료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어.
#89풀카운트.
#90오타니가 슬라이더를 던졌어.
#91트라웃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지.
#92경기가 끝났어.
#93열여덟 살 오타니에게 둘 다 해보자고 했던 감독의 팀에서, 오타니는 타자로 시작한 세계대회 결승전을 투수로 끝냈어.
#94여기서 끝났다면 너무 깔끔했을 거야.
#95다섯 달 뒤, 오른쪽 팔꿈치가 다시 망가졌어.
#962023년 8월 23일, 오타니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첫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왔어.
#972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갔지.
#98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다시 손상된 상태였어. 그 순간 2023년의 투수 시즌은 끝났어.
#99그런데 그날 야구는 끝나지 않았어.
#100오타니는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 지명타자로 다시 나왔어.
#101투수는 멈췄어.
#102타자는 멈추지 않았어.
#103그해 타율 .304, 44홈런. 투수로도 부상 전까지 평균자책점 3.14에 탈삼진 167개를 기록했어.
#104그리고 두 번째 만장일치 MVP를 받았지.
#105하지만 팔꿈치는 다시 수술해야 했어.
#106또 투수로 던질 수 없게 된 거야.
#107바로 그때 오타니는 다음 팀을 골라야 했어.
#108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6시즌을 뛰었어.
#109신인왕도 받았고 MVP도 두 번 받았지.
#110그런데 팀은 그 6년 동안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했어. 오타니 역시 포스트시즌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고.
#1112023년 12월,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계약했어.
#11210년 7억 달러.
#113그런데 계약 총액만큼이나 이상했던 게 돈을 받는 방식이었어.
#1147억 달러 가운데 6억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뒤로 미뤘어. 계약이 진행되는 10년 동안 받는 돈은 해마다 200만 달러였지. 나머지 거액은 나중에 지급되는 구조였어.
#115돈을 포기한 건 아니야.
#116다만 이런 대규모 지급 유예는 오타니 쪽에서 제안했고, 다저스가 당장 선수단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여지를 더 남겨주는 방식이었어.
#117개인 기록만큼 이제 우승도 중요했어.
#118그런데 다저스 첫해에는 투수로 뛸 수 없었지.
#119바로 그 시즌에 50-50을 해버린 거야.
#1202024년 오타니는 타자로만 54홈런을 치고 59도루를 했어.
#121MVP가 됐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갔고, 월드시리즈까지 우승했지.
#122투수 없이도 다 됐어.
#123오른쪽 팔꿈치는 이미 두 번 큰 수술을 받았어. 다시 던지지 않아도 야구 역사에 남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
#124그런데도 오타니는 시즌 내내 투구 재활을 이어갔어.
#125거리를 늘리고, 공을 더 많이 던지고,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계속했어.
#126그리고 2025년 6월, 정말 돌아왔어.
#127202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지.
#128다저스는 처음부터 긴 이닝을 맡기지 않았어. 짧게 던지게 하고, 몸의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투구량을 늘렸어.
#129그동안 타자는 계속 뛰었고.
#130투수를 한꺼번에 되찾은 게 아니었어. 타자로 경기하면서 투수라는 역할을 조금씩 다시 붙여나간 거야.
#131그리고 다시 두 가지를 하게 됐어.
#132그런데 2026년, 또 멈춰야 했어.
#1332026년에는 오른쪽 팔꿈치가 아니라 왼쪽 무릎이 문제였어.
#134통증이 이어지면서 예정돼 있던 선발 등판이 취소됐고,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도 나가지 않았어.
#135투수 오타니는 다시 멈췄어.
#136하지만 타자 오타니는 계속 뛰었지.
#137그리고 투수 복귀 자체를 포기한 것도 아니었어. 다시 캐치볼을 시작했고, 불펜에서 공을 던졌고, 실제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단계까지 갔어.
#138몸이 충분하지 않으면 복귀는 또 미뤘어.
#139이쯤 되면 오타니의 이도류가 어떤 이야기였는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
#140두 가지를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야.
#141수없이 멈췄어.
#1422012년 닛폰햄은 열여덟 살 오타니에게 꽤 이상한 선택지를 보여줬어.
#143하나만 고르지 않아도 된다고.
#144그런데 그 뒤의 커리어를 보면, 실제로는 여러 번 하나만 해야 했어.
#145팔꿈치가 망가지면 투수를 멈췄어. 수술을 하면 타자로만 뛰었고, 복귀가 실패하면 다시 몸을 만들었어. 몸이 준비되지 않으면 예정된 등판도 미뤘지.
#146이도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두 가지를 다 하는 방식이 아니었던 거야.
#147오타니가 계속 남겨둔 건 다른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148메이저리그도 결국 이런 선수를 다룰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어. 공식적인 '투타 겸업 선수' 구분이 생겼고,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를 동시에 맡은 선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에도 타자로 경기에 남을 수 있게 규칙도 바뀌었지. 흔히 오타니 룰이라고 불리는 규칙이야.
#149처음에는 일본의 한 구단이 열여덟 살 선수에게 내놓은 낯선 계획이었어.
#150나중에는 메이저리그 규칙이 그 선수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야 했지.
#151그리고 2024년, 오타니에게는 하나를 고르기에 이보다 좋은 이유가 없었어.
#152투수 없이 역사를 썼어. 투수 없이 MVP가 됐어. 투수 없이 월드시리즈까지 우승했어.
#153그래도 다시 공을 잡았어.
#154오타니 쇼헤이가 보여준 건 두 가지를 절대로 내려놓지 않는 법은 아니었어. 실제로 그는 여러 번 하나를 내려놓아야 했으니까.
#155다만 그에게는, 잠시 하나를 내려놓는 것과 영원히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같은 선택은 아니었던 거야.
#156다저스에서 첫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4년 3월, 오타니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통역 가 갑자기 해고됐어. 이후 미국 연방 수사에서 오타니의 계좌에서 1,6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불법 도박업자에게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고, 수사 당국은 오타니를 피해자로 판단했지. 미국 생활의 가장 가까운 자리까지 들어와 있던 사람은 어떻게 오타니가 모르는 사이 그 정도 돈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