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길을 잃은 뒤 다시 같은 올림픽 도마로 돌아온 체조선수
세상에서 가장 잘 날던 선수가 공중에서 길을 잃었을 때
#1시몬 바일스가 도마를 향해 달렸어.
#2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이었지. 원래라면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아야 했어. 바일스에게는 수없이 해온 동작이었고, 세계 최고의 체조선수에게 기대되는 건 또 하나의 완벽한 비행이었어.
#3그런데 뛰어오른 순간, 이상한 일이 생겼어.
#4바일스는 공중에서 자기 몸이 어디 있는지 잃어버렸어.
#5두 바퀴 반을 돌아야 하는데 한 바퀴 반밖에 돌지 못한 채 내려왔지.
#6착지는 했어.
#7하지만 바일스는 알고 있었어. 방금 일어난 건 평범한 실수가 아니었어.
#8훗날 그는 그 순간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
#9미국이 나를 싫어하겠다. 세상이 나를 싫어하겠다.
#10바일스는 엄마 Nellie에게 전화했어.
#11“나 이거 못 하겠어.”
#12안전하지 않다면 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지.
#13그리고 바일스는 단체전에서 빠졌어.
#14이상한 일이었어.
#15시몬 바일스는 세상 누구보다 공중에서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거든.
#16바일스가 체조를 처음 만난 건 여섯 살 때였어.
#17그날 daycare 아이들이 원래 가려던 곳은 체조장이 아니었어. 텍사스의 Oil Ranch로 견학을 갈 예정이었지.
#18그런데 날씨가 나빠졌어.
#19야외 견학이 취소됐고, 대신 아이들은 체조장으로 갔어.
#20거기서 바일스는 큰 아이들이 뛰고 뒤집는 걸 봤어.
#21그리고 따라 했지.
#22처음 보는 동작인데도 몸을 움직여 흉내 냈어. 체조장 코치들은 이 작은 아이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어.
#23집으로 편지를 보냈어.
#24체조 수업을 받아보라는 내용이었지.
#25우연히 바뀐 견학 장소에서 바일스는 자신이 믿기 어려울 만큼 잘하는 걸 처음 만난 거야.
#26그런데 그때의 바일스에게 체조는 단순히 잘하는 운동 하나가 아니었어.
#27그보다 먼저, 어디가 자기 집인지부터 흔들렸던 아이였거든.
#28바일스와 형제들은 친어머니 Shanon의 알코올과 약물 문제 때문에 foster care를 오갔어.
#29아이들이 foster care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외조부 Ron Biles는 아이들을 자신에게 보내라고 했지.
#30Ron과 Nellie는 결국 Simone과 동생 Adria를 맡았고, 나중에는 두 아이를 입양했어.
#31하지만 Nellie에게 처음부터 쉬운 결정이었던 건 아니야. 이미 자녀를 다 키운 뒤였는데 어린아이 둘을 다시 키워야 했으니까. 너무 힘들어 무너진 시기도 있었어.
#32입양 뒤 Ron과 Nellie는 두 아이에게 말했어.
#33원한다면 이제 자신들을 Mom, Dad라고 불러도 된다고.
#34Simone은 바로 그렇게 부르지 못했어.
#35위층으로 올라갔지.
#36그리고 혼자 연습했어.
#37“Mom?” “Dad?”
#38그러고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실제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39Ron은 훗날 체조가 Simone에게 자신이 속할 곳을 보여줬다는 취지로 말했어.
#40그런데 체조장에서 발견된 건 소속감만이 아니었어.
#41코치들이 거의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느낀 능력이 하나 있었거든.
#42첫 코치 에이미 부어먼은 어린 바일스를 나중에 “air-sense savant”라고 표현했어.
#43air sense.
#44쉽게 말하면 공중에서 뒤집히고 회전하면서도 자기 몸이 어디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차리는 감각이야.
#45한번은 다른 아이가 제자리에서 뒤로 돌아 착지하는 동작을 했어.
#46바일스가 말했지.
#47“나 저거 할 수 있어.”
#48코치는 아직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
#49그런데 바일스가 해버렸어.
#50이런 아이였으니 처음부터 완성된 천재였을 것 같지?
#51아니었어.
#52힘은 엄청났어. 공중감각도 남달랐지.
#53문제는 그 힘을 멈추는 것이었어.
#54착지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평균대에서 떨어졌어. 작은 손 때문에 이단평행봉에서도 애를 먹었지.
#55초기 도마 경기에서는 점수가 0.0이 나온 적도 있었어.
#56바일스가 배워야 했던 건 어떻게 날아오를지가 아니었어.
#57이미 너무 잘 날았거든.
#58그 힘을 어떻게 통제하고, 정확히 돌아서, 원하는 곳에 내려올지를 배워야 했어.
#59그리고 그걸 배우기 시작하자 체조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어.
#60바일스는 점점 더 높은 난도의 기술을 시도했어.
#61작은 몸에서 폭발적인 힘이 나왔고, 그 힘을 공중에서 다루는 능력도 정교해졌지.
#62결국 질문이 바뀌었어.
#63“바일스가 이 기술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64“여자 체조선수가 여기까지 해도 되는 걸까?”
#65싶을 정도의 동작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야.
#66국제체조연맹의 공식 코드에는 국제대회에서 처음 성공한 선수의 이름이 기술명으로 붙을 수 있어. 바일스의 이름이 붙은 기술은 여러 종목에 생겼고, 알려진 것만 다섯 개에 이르렀어.
#67그는 단순히 메달을 많이 딴 선수가 아니었어.
#68사람이 공중에서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범위를 밀어내는 선수가 된 거지.
#69리우 올림픽이 끝났을 때 바일스는 이미 세계 최고의 체조선수였어.
#70그런데 세계 최고가 된 뒤부터, 다른 종류의 문제가 생겼어.
#71멈추기가 더 어려워진 거야.
#72리우 이후 바일스는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공개했어.
#73바일스는 훗날 도쿄 올림픽보다 훨씬 전에 체조를 그만뒀어야 했다고 말했어.
#74그런데 계속했지.
#75여섯 살 때부터 해온 체조까지 나사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는 취지였어.
#76그 사이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됐어.
#77바일스에게는 또 1년을 버텨야 한다는 뜻이었지.
#78대표팀에서는 그를 자꾸 “team의 glue”라고 불렀어.
#79팀을 붙잡아주는 접착제 같은 사람.
#80칭찬처럼 들려.
#81하지만 바일스에게는 다른 뜻으로 들리기 시작했어.
#82내가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린다.
#83그러니 나는 흔들리면 안 된다.
#84그렇게 계속 버티던 사람이 2021년 도쿄의 도마 앞에 섰어.
#85그리고 이번에는 마음보다 몸이 먼저 멈췄어.
#86바일스가 겪은 건 ‘twisties’라고 불리는 상태였어.
#87긴장해서 실수하는 것과는 달라.
#88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안 자기 몸의 위치와 방향을 느끼던 감각이 갑자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야.
#89일반인에게도 무서울 텐데, 바일스가 하는 기술들은 몇 미터를 날아올라 빠르게 뒤집히고 회전하는 동작들이었어.
#90방향을 잃으면 발로 착지하지 못할 수도 있었어.
#91머리나 목부터 떨어질 수도 있었지.
#92실제로 연습에서도 회전을 끝내지 못하거나 등에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됐어.
#93그리고 단체전 첫 도마에서 결국 벌어졌어.
#94두 바퀴 반.
#95그런데 공중에서 길을 잃었어.
#96한 바퀴 반.
#97바일스는 내려온 뒤 대부분의 남은 종목에서 기권했어.
#98그러자 전혀 다른 곳에서 또 하나의 싸움이 시작됐어.
#99“quitter.”
#100포기한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기 시작한 거야.
#101바일스가 정말 팀을 버린 거라면 이상한 장면이 이어졌어.
#102자신이 나갔어야 할 개인종합 결승이 열렸을 때도 그는 경기장에 있었어.
#103수니사 리를 크게 응원했어.
#104시상식까지 남아 있었지.
#105수니사 리와 조던 차일스, 그레이스 매컬럼도 바일스의 결정을 지지했어.
#106바일스는 마지막 평균대에는 다시 나갔어.
#107하지만 원래 하던 방식 그대로 돌아간 건 아니었어.
#108회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난도를 낮췄지. 어린 시절 이후 거의 쓰지 않았던 더 단순한 double-pike 착지를 선택했어.
#109그리고 동메달을 땄어.
#110여기까지만 보면 영화처럼 끝낼 수도 있어.
#111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올라가 메달을 땄다고.
#112그런데 실제 이야기는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어.
#113바일스는 아직 공중에서 길을 잃고 있었거든.
#114도쿄가 끝났다고 twisties가 끝난 건 아니었어.
#115괜찮아진 것 같다가 다시 길을 잃었어. 또 괜찮아졌다가 문제가 생겼지.
#116그 상태는 약 1년 반 이어졌어.
#117바일스는 도쿄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나중에 “mental injury”, 정신적인 부상이라고 표현했어.
#118그래서 회복 방식도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시 한다’가 아니었어.
#119부상을 다루듯 치료하고 재활하는 쪽에 가까웠지.
#120바일스는 therapy를 계속 받았어.
#121그리고 그동안 체조 밖의 삶도 커졌어. Jonathan Owens와 관계를 이어가고 결혼도 했지.
#122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다른 데 있었어.
#123바일스는 어릴 때 체조에서 자신이 속할 곳을 찾았어.
#124그리고 너무 잘했어.
#125너무 잘해서 어느 순간 세상은 Simone Biles와 체조를 거의 같은 것으로 보기 시작했지.
#126도쿄 이후에는 그 둘을 떼어놓고 살아볼 시간이 생겼어.
#127체조를 하지 않아도 Simone Biles일 수 있을까?
#128그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바일스는 다시 체육관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129그런데 처음부터 올림픽에 돌아오려고 간 건 아니었어.
#130바일스는 가끔 체육관에 가서 운동했어.
#131코치 Laurent Landi가 조금씩 루틴을 시키기 시작했지.
#132바일스의 반응은 대략 이런 쪽이었어.
#133나 그냥 몸 만들러 온 건데?
#134그래도 훈련량은 조금씩 늘어났어.
#1352023년에는 Cecile Landi와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margarita를 마시며 복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136그러다 Laurent가 Classics에 나가겠다고 했고, 바일스도 받아들였지.
#137그런데 말로 복귀를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대회에 나가는 건 달랐어.
#138경기용 leotard가 도착했을 때, 바일스는 그제야 정말 돌아가는구나 싶었다고 했어.
#139도쿄 이후 732일 만의 대회였어.
#140코치들은 예전의 바일스를 억지로 복원하려 하지 않았어. Cecile은 바일스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편안한 범위에서 루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지.
#141그리고 첫 복귀 경기에서 바일스는 2위와 약 5점 차로 우승했어.
#142여전히 압도적이었어.
#143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점수 차가 아니었어.
#144바일스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기술 하나가 있었거든.
#145Yurchenko double pike.
#146도마를 짚고 뒤로 날아올라 몸을 접은 채 공중에서 두 바퀴를 뒤로 도는 고난도 기술이야.
#147바일스는 도쿄 이전부터 이 기술을 경기에서 시도했어.
#148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붙이려면 국제대회에서 성공해야 했지.
#149도쿄에서는 그러지 못했어.
#150twisties 때문에 올림픽 도마 결승 자체에 나가지 못했으니까.
#151그리고 2023년 세계선수권.
#152바일스가 다시 그 도마를 뛰었어.
#153날아올랐어.
#154두 바퀴를 돌았어.
#155그리고 내려왔어.
#156국제대회에서 성공한 그 기술에는 공식적으로 새로운 이름이 붙었어.
#157Biles II.
#158또 하나의 기록이라고만 보면 바일스의 이름이 붙은 기술이 하나 더 늘어난 일이었어.
#159하지만 도쿄의 그 도마를 기억하면 전혀 다른 장면이 돼.
#160공중에서 자기 몸이 어디 있는지 잃어버렸던 사람이, 가장 어려운 비행 가운데 하나를 다시 끝까지 해낸 거니까.
#161그래도 아직 한 장소가 남아 있었어.
#162올림픽.
#163그리고 2024년 파리에서 기묘할 만큼 비슷한 장면이 다시 만들어졌어.
#164바일스는 27세가 되어 파리 올림픽에 돌아왔어.
#165여자 단체전 결승이 열리는 날 아침.
#166바일스에게는 경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었어.
#167오전 7시에 therapist를 만났어.
#168도쿄 이전의 바일스는 육체적인 부상은 관리하면서도 정신적인 문제는 뒤로 밀어두곤 했어.
#169파리의 바일스는 달랐어.
#170몸을 날리기 전에 먼저 자기 상태를 확인했지.
#171그리고 경기장에 들어갔어.
#172단체전 첫 종목은 도마였어.
#173도쿄와 같았어.
#1743년 전 바로 이 순서에서 바일스의 몸은 공중에서 길을 잃었어.
#175이번에도 바일스는 출발선에 섰어.
#176앞에는 도마가 있었고,
#177옆에는 도쿄를 함께 겪었던 조던 차일스가 있었어.
#178바일스가 달리기 시작했어.
#179달렸어.
#180도마를 짚었어.
#181몸이 공중으로 올라갔어.
#182이번에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어.
#183그리고 내려왔어.
#184성공이었어.
#185바일스가 먼저 느낀 건 ‘이제 금메달을 딸 수 있겠다’ 같은 흥분보다 안도에 가까웠어.
#186도쿄의 flashback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지.
#187옆에 있던 조던 차일스의 반응은 더 짧았어.
#188“Hallelujah. No flashbacks.”
#189바일스와 미국 대표팀은 결국 단체전 금메달을 땄어. 바일스는 이어 개인종합과 도마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마루에서는 은메달을 얻었지.
#190하지만 3년 전 장면과 나란히 놓으면 가장 이상한 건 메달 색깔이 아니야.
#191도쿄에서 바일스는 두 바퀴 반을 돌아야 했는데 자기 몸이 어디 있는지 잃어버렸어.
#192그래서 멈췄어.
#193그 뒤 약 1년 반 동안 그 감각은 돌아왔다가 다시 사라졌고, 바일스는 체조를 하지 않는 시간까지 지나왔어.
#194732일 뒤 대회에 돌아왔고, Biles II를 성공했고, 다시 올림픽에 왔어.
#195그리고 또 단체전 첫 종목이 도마였어.
#196바일스는 달렸어.
#197날아올랐어.
#198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았어.
#199“No flash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