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판매점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커피하우스 체인이 된 브랜드
스타벅스를 떠난 직원은 어떻게 몇 년 뒤 그 회사를 사게 됐을까?
#11983년, 하워드 슐츠는 밀라노를 걷다가 자꾸 작은 에스프레소 바에 눈이 갔어. 손님이 들어오면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었고, 단골과 몇 마디를 나눴지. 옆에 있던 사람끼리 인사하기도 했고.
#2슐츠가 계속 보게 된 건 에스프레소 자체보다 그 주변이었어. 사람들은 커피만 사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아주 짧게라도 그곳에 머물렀거든. 작은 가게 하나가 동네 사람들의 하루에 끼어들어 있었어.
#3그런데 슐츠는 이미 커피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
#4Starbucks였지.
#5다만 당시 Starbucks는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카페와 달랐어. 좋은 원두를 골라 팔고, 손님이 그걸 집으로 가져가는 게 사업의 중심이었거든.
#6밀라노에서 돌아오는 슐츠에게는 그래서 한 가지가 계속 걸렸어.
#7왜 Starbucks는 커피뿐 아니라 이런 장소까지 팔 수 없을까?
#81971년 시애틀에서 Starbucks를 시작한 사람은 Jerry Baldwin, Gordon Bowker, Zev Siegl이었어.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 Alfred Peet였지.
#9Peet는 1966년 버클리에 Peet's Coffee를 열었어. 당시 미국에서 흔했던 대량생산 커피와 달리, 좋은 생두를 골라 진하게 볶고 신선하게 파는 데 집착했지. Starbucks 창업자들은 그에게 커피를 배웠고, 초창기에는 Peet가 볶은 원두를 공급받기도 했어.
#10그러니까 초기 Starbucks가 낡은 회사를 붙들고 있던 건 아니야. 그들도 자기 방식으로 미국 커피를 바꾸려 하고 있었어.
#11차이가 있다면 중심이었어.
#12그들에게 중요한 건 좋은 원두였거든.
#13슐츠가 Starbucks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원두 때문은 아니었어. 그는 당시 Hammarplast라는 회사에서 주방용품과 커피 장비를 팔던 영업사원이었는데, 어느 날 판매 자료를 보다 이상한 주문을 발견했어.
#14시애틀의 작은 회사 하나가 커피 장비를 유난히 많이 사고 있었지.
#15Starbucks였어.
#16슐츠는 궁금해서 직접 시애틀까지 갔어. 그리고 창업자들이 커피를 대하는 태도에 완전히 끌렸지. 결국 1982년 Starbucks에 합류했고, Sheri와 함께 뉴욕에서 시애틀로 생활까지 옮겼어.
#17그런데 겨우 1년쯤 뒤 밀라노에서, 그 회사가 아직 하지 않고 있던 일을 보게 된 거야.
#18슐츠는 시애틀로 돌아와 Starbucks에 에스프레소 바를 만들자고 주장했어.
#191984년에는 실제로 시험까지 해봤지.
#20손님 반응은 꽤 괜찮았어.
#21그런데 Baldwin과 Bowker는 Starbucks 전체를 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았어.
#22지금의 Starbucks를 알고 보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 눈앞에 미래가 있었는데 왜 안 잡았냐는 거지.
#23하지만 당시 두 쪽이 보고 있던 회사가 달랐어.
#24창업자들에게 Starbucks는 질 좋은 아라비카 원두를 파는 회사였어. 음료를 만들어 손님에게 바로 내고,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까지 운영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업이 돼. 게다가 그 무렵에는 Peet's를 인수하면서 재정적인 부담도 안고 있었고.
#25그러니까 갈등은 “카푸치노가 팔리냐, 안 팔리냐”가 아니었어.
#26Starbucks가 대체 무슨 회사냐는 문제였지.
#27창업자들은 원두를 중심에 뒀고, 슐츠는 커피를 마시는 경험까지 중심에 넣고 싶어 했어.
#28결국 1985년, 슐츠가 떠났어.
#29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야.
#30슐츠는 Il Giornale이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었어.
#31“내 아이디어를 안 받아줬으니 경쟁사를 차렸다”라고 하면 깔끔해 보이지.
#32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어.
#33Starbucks가 Il Giornale의 초기 투자자가 됐거든. Il Giornale은 Starbucks 원두도 썼어.
#34원래 창업자들이 슐츠에게 한 말은 “그 사업은 틀렸다”에 가깝다기보다, “우리는 Starbucks를 그런 회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에 가까웠던 셈이야.
#35그럼 밖에서 직접 해보면 됐어.
#36문제는 돈이었지.
#37슐츠가 나중에 반복해서 들려준 회고에 따르면, 약 170만 달러를 모으려고 잠재 투자자 242명을 만났고 그중 217명이 거절했어.
#38당시 투자자 눈으로 보면 아주 이상한 계획이기도 했어. 미국 사람들이 낯선 이탈리아식 음료 이름을 외우고, 커피 한 잔에 몇 달러씩 내게 만들겠다는 거였으니까.
#39슐츠는 계속 찾아갔어. 설명하고. 거절당하고. 또 찾아갔지.
#40원래 영업사원이었던 사람이 다시 영업을 하고 있었어.
#41이번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회사를 팔고 있었고.
#421986년 4월, 시애틀에 첫 Il Giornale이 문을 열었어.
#43손님들이 몰렸어. 슐츠가 맞았던 것처럼 보였지.
#44그런데 그 가게는 지금 Starbucks하고 꽤 달랐어.
#45오페라가 흘렀고. 이탈리아어 메뉴가 많았고. 직원들은 나비넥타이를 했어.
#46그리고 앉을 자리가 거의 없었지.
#47밀라노에서는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금방 나가는 게 자연스러웠어. 그런데 미국 손님들은 달랐어.
#48앉고 싶어 했어. 메뉴가 어렵다고 느꼈고. 오페라만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았지.
#49직원들도 하루 종일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나비넥타이를 하고 일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50그래서 Il Giornale은 바뀌었어.
#51의자가 들어왔고, 음악이 달라졌고, 운영도 조금씩 수정됐지.
#52여기서 슐츠도 하나를 배운 거야.
#53밀라노에서 가져온 건 완성된 정답이 아니었어.
#54질문이었지.
#55커피 한 잔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를 미국에서는 어떻게 만들까?
#56그 답은 손님과 직원이 계속 고쳐주고 있었어.
#57그런데 바로 그때, 더 큰 기회가 나타났어.
#58Starbucks가 매물로 나온 거야.
#591987년, 원래 Starbucks 경영진은 Peet's에 집중하기로 했어. 그래서 Starbucks의 이름과 로스팅 시설, 시애틀 매장들을 팔려고 했지.
#60가격은 380만 달러.
#61슐츠에게는 이상한 기회였어.
#62한때 자신이 바꾸고 싶었던 회사. 그 방향을 선택하지 않아서 결국 떠났던 회사.
#63이제 그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었으니까.
#64하지만 당연한 문제가 있었어.
#65슐츠에게 380만 달러는 없었어.
#66그래서 또 돈을 모으러 다녔지.
#67그러는 사이 거래마저 놓칠 뻔했어. 슐츠가 후년에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보다 훨씬 강한 투자자가 따로 Starbucks 인수에 나섰거든.
#68슐츠는 집에 돌아가 Sheri에게 꿈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을 만큼 몰렸다고 회고했어.
#69그때 Bill Gates Sr.가 등장해.
#70Microsoft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Bill Gates의 아버지이자 시애틀의 저명한 변호사였어.
#71슐츠의 후대 회고에 따르면 Gates Sr.는 상황을 듣고 경쟁 인수자 쪽에 직접 개입했고, 슐츠가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왔어. 정확한 대화는 녹취가 아니라 슐츠의 기억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 그대로 역사적 대사처럼 볼 수는 없어.
#72그래도 결과는 분명했지.
#73슐츠는 돈을 모았어.
#741987년 8월, 거래가 끝났어.
#75그리고 여기서 회사 이름 때문에 자꾸 헷갈리는 일이 벌어져.
#76반대야.
#77Il Giornale이 Starbucks를 샀어.
#78슐츠가 회사를 나가 만든 신생 회사가 예전 Starbucks의 이름과 매장, 로스팅 시설을 인수한 거지.
#79그리고 Il Giornale이라는 이름을 버렸어.
#80대신 Starbucks라는 이름을 남겼고.
#81결국 Starbucks를 떠난 직원이 몇 년 뒤 자신이 떠난 회사를 사서 돌아온 셈이 됐어.
#82그렇다고 지금의 Starbucks가 바로 완성된 건 아니야.
#83당시 합쳐진 매장은 약 11개였거든.
#84진짜 어려운 문제는 이제부터였어.
#85밀라노의 작은 바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던 느낌을 수십 개 매장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86수백 개는?
#87수천 개는?
#88답은 현장에서 계속 바뀌었어.
#89Dave Olsen처럼 이미 에스프레소를 깊이 다뤄온 사람이 합류했고, Dawn Pinaud 같은 초기 운영 인력은 직원 교육과 매장 방식을 다듬었지.
#90지금 너무 익숙한 주문 표현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어.
#91short. tall. grande.
#92슐츠가 밀라노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복사한 게 아니야.
#93손님이 앉을 자리를 원했고. 직원이 불편한 걸 바꿨고. 음악이 달라졌고. 메뉴도 달라졌어.
#94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주문하고 마시고 머무는지 보면서 Starbucks라는 공간이 만들어진 거지.
#95슐츠는 카운터 반대편도 중요하게 봤어.
#96직원들이었어.
#97슐츠가 일곱 살쯤 됐을 때였어.
#98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 Fred가 소파에 누워 있었어. 다리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지.
#99배달 일을 하다 다친 거였어.
#100슐츠의 회고에 따르면 아버지는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고, 가족 살림도 흔들렸어.
#101그 장면은 오래 남았어.
#102슐츠는 훗날 자신이 만들고 싶은 회사를 말할 때, 아버지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종류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
#1031988년 Starbucks는 자격을 갖춘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의료보험을 확대했어.
#1041991년에는 Bean Stock을 시작했어. 자격을 갖춘 직원이 회사 주식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였지.
#105직원들을 partner라고 부르는 문화도 자리 잡아갔고.
#106물론 이런 제도 하나가 Starbucks 성공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어. 훗날 회사와 직원들의 관계도 언제나 평탄했던 건 아니고.
#107다만 슐츠 자신은 아버지의 기억과 자기가 만들려던 회사의 모습을 계속 이어서 이야기했어.
#108커피를 마시는 사람뿐 아니라 만드는 사람도 그 장소의 일부여야 한다고 본 거지.
#1091987년 약 11개였던 매장은 금방 불어났어.
#1101992년 165개. 1996년 해외 진출. 2000년에는 전 세계 3,501개.
#111작은 시애틀 커피 회사가 세계적인 체인이 된 거야.
#112밀라노에서 봤던 아이디어가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
#113그런데 매장이 수천 개가 되면 작은 카페에서는 필요 없던 게 필요해져.
#114속도. 일관성. 표준화. 물류.
#115음료는 더 빨리 만들어야 하고, 어느 매장에서든 비슷해야 해. 원두는 멀리 보내도 신선해야 하고, 점포는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하지.
#116각각은 다 합리적인 선택이었어.
#117문제는 그 선택들이 쌓였다는 거야.
#118슐츠 눈에는 Starbucks가 점점 Starbucks답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어.
#1192007년, 슐츠는 경영진에게 메모를 보냈어.
#120제목은 "The Commoditization of the Starbucks Experience."
#121Starbucks의 경험이 평범한 상품처럼 변하고 있다는 경고였어.
#122예를 들어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은 빠르고 일정했어.
#123그런데 높았지.
#124손님과 바리스타가 서로 바라보는 사이를 기계가 가렸어.
#125음료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작은 재미도 줄었고, 자연스럽게 말을 섞을 순간도 줄어들었지.
#126원두 포장 기술이 좋아지자 먼 곳까지 신선하게 보낼 수 있었어.
#127대신 매장에서 원두를 퍼 담고 갈 때 퍼지던 향은 약해졌고.
#128매장을 표준화하면 어디서든 Starbucks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
#129대신 어디를 가도 비슷해졌지.
#130회사를 크게 만드는 데 필요했던 선택들이, 사람들이 매장에 있고 싶게 만들던 요소를 조금씩 없애고 있었어.
#131처음에는 이렇게 물었어.
#132어떻게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장소를 만들까?
#133이제 질문이 바뀌었지.
#134그 장소를 수천 번 복제하고도 여전히 ‘장소’로 남길 수 있을까?
#1352008년 1월, 슐츠가 Starbucks CEO로 돌아왔어.
#136그리고 한 달 뒤 꽤 이상한 일을 했지.
#1372월 26일 오후 5시 30분.
#138미국의 약 7,100개 직영 매장이 문을 닫았어.
#139망한 게 아니야.
#140몇 시간 후 다시 열 예정이었어.
#141그동안 문 안에서는 13만 5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에스프레소 교육을 받고 있었지.
#142에스프레소를 제대로 추출하고. 우유를 스팀하고. 커피 한 잔을 만드는 기본으로 돌아갔어.
#143세계적인 커피 회사가 몇 시간 매출을 포기하면서 자기 직원들에게 다시 커피를 가르치고 있었던 거야.
#14425년 전에는 슐츠가 밀라노에서 바리스타를 바라봤어.
#145이번에는 수천 개 매장을 가진 회사의 CEO가 되어 자기 회사의 바리스타에게 돌아가고 있었지.
#146Starbucks에는 한 번 찾아내면 끝나는 공식이 없었던 셈이야.
#147커지면 달라졌어.
#148달라지다 보면 잃어버렸고.
#149그러면 다시 고쳐야 했지.
#1502024년 Starbucks의 CEO가 된 Brian Niccol은 전략에 이런 이름을 붙였어.
#151"Back to Starbucks."
#152새로운 Starbucks가 아니라, 다시 Starbucks로 돌아가자는 거였어.
#153회사는 다시 커피하우스와 ‘third place’를 강조하기 시작했어. 집도 직장도 아닌, 사람들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제3의 공간이라는 뜻이야.
#154슐츠가 1983년부터 이 용어를 알고 밀라노를 돌아다녔던 건 아니야. 이 개념을 널리 알린 Ray Oldenburg의 "The Great Good Place"는 1989년에 나왔거든.
#155하지만 나중에는 이 표현이 Starbucks가 되고 싶어 했던 공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말이 됐지.
#1562025년과 2026년, Starbucks는 매장 안에 다시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
#157부드러운 의자. 따뜻한 조명. 여럿이 앉는 테이블. 도자기 머그.
#158음료를 받아 나가는 데만 최적화된 곳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더 있고 싶은 곳으로 돌아가려는 거였어.
#159그러다 2026년 4월, Starbucks가 새 의자를 공개했어.
#160장소는 밀라노였어.
#161이름은 Viola.
#1621990년대 Starbucks의 보라색 안락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조금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만든 의자였지.
#163같이 공개한 도자기 머그에도 이탈리아 카페 문화가 들어 있었어.
#16443년 전, 이 도시를 걷던 슐츠는 Starbucks의 직원이었어. 자기가 본 걸 회사가 받아들일지도 몰랐지.
#165결국 그대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어.
#166그래서 나갔고. 투자자들에게 거절당했고. 직접 매장을 열었더니 이번엔 손님들이 밀라노를 그대로 베끼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줬어.
#167그는 계속 바꿨어.
#168그러다 자신이 떠난 회사를 샀어.
#169그 회사는 수천 개 매장으로 커졌고, 너무 커져서 처음 만들려던 경험을 잃을 위험에 빠졌어.
#170한 번은 수천 개 매장 문을 닫고 커피 만드는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했지.
#171그리고 2026년.
#172Starbucks는 다시 밀라노에 와 있었어.
#173이번에 들고 온 것 가운데 하나는,
#174사람들이 조금 더 머물게 만드는 의자였어.
#1751983년에 그 도시에서 시작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