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지만 음악에서는 계속 다시 만난 플리트우드 맥의 두 사람
헤어진 뒤에도 서로의 이별 노래를 함께 만들어야 했던 두 사람
#11997년, 스티비 닉스가 무대에서 "Silver Springs"를 부르고 있었어. 노래가 점점 세지자 닉스는 맞은편을 바라보기 시작했지.
#2거기엔 린지 버킹엄이 있었어.
#3버킹엄도 기타를 치면서 닉스를 보고 있었고. 관객에게는 다시 모인 플리트우드 맥의 강렬한 공연 장면이었지만, 두 사람에게 이 노래는 훨씬 오래된 일이었어.
#4닉스가 "Silver Springs"를 쓴 건 버킹엄과 헤어지던 시절이었거든. 원래 "Rumours"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결국 앨범에서 빠졌지.
#5그 뒤로 거의 20년이 흘렀어. 둘은 연인으로 헤어졌고, 싸웠고, 각자의 길을 갔어. 버킹엄은 플리트우드 맥을 떠난 적도 있었지.
#6그런데 지금 닉스는 그 사람에 대해 쓴 노래를 바로 그 사람을 보면서 부르고 있었어. 버킹엄은 그 노래 옆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고.
#7연애는 오래전에 끝났는데, 왜 둘은 음악 안에서는 계속 다시 만나게 된 걸까?
#8그 시작은 둘이 연인이 되기 전으로 돌아가야 보여.
#91966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모임에서 십 대 린지 버킹엄이 기타를 치며 "California Dreamin'"을 부르고 있었어.
#10그걸 들은 스티비 닉스가 다가왔지. 그리고 노래에 화음을 얹었어.
#11무슨 운명적인 대화를 나눈 건 아니야. 제대로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채 그날은 끝났거든.
#12몇 년 뒤 둘은 Fritz라는 밴드에서 다시 만났어. 이번에는 한 곡만 같이 부르고 끝나지 않았지. 같은 밴드에서 노래하고 공연하면서 가까워졌고, 나중에는 연인이 됐어.
#13Fritz가 해체된 뒤에도 둘은 함께 음악을 하기로 했어. 둘의 성을 붙인 이름이었지.
#14Buckingham Nicks.
#15그러니까 순서를 보면 조금 흥미로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음악을 시작한 게 아니었어.
#16먼저 같이 노래했고, 그다음 연인이 된 거야.
#171973년, 둘은 "Buckingham Nicks"를 발표했어.
#18음반 계약도 있었고 프로듀서도 있었어. 실력 있는 연주자들도 녹음에 참여했지. 이 정도면 이제 음악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어.
#19그런데 앨범이 충분히 팔리지 않았어.
#20결국 음반사와의 계약도 끝났지.
#21미국 남부 일부에서는 둘의 음악을 알아보는 청중이 있었지만, 전국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어.
#22앨범까지 낸 스티비 닉스는 다시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 식당에서 일했고, 프로듀서 키스 올슨의 집을 청소하기도 했지.
#23버킹엄도 계속 곡을 만들면서 필요할 때는 다른 음악 일을 했어.
#24그런데 커리어가 멈출 것 같은 시기에 곡은 계속 나왔어. 닉스가 나중에 대표곡으로 남길 "Rhiannon"과 "Landslide"도 이 무렵 쓰고 있었거든.
#25지금 보면 유명한 노래들이지만, 당시 닉스에게는 그냥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쓰는 신곡이었어. 아예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했고.
#26그래도 두 사람은 두 번째 Buckingham Nicks 앨범을 준비했어.
#27그 앨범은 결국 나오지 못했지.
#28대신 실패한 첫 앨범이 뜻밖의 방식으로 둘의 인생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291974년 말, 믹 플리트우드가 로스앤젤레스의 Sound City를 찾았어.
#30새 기타리스트를 뽑으러 온 게 아니었어. 녹음할 스튜디오를 둘러보러 온 거였지. 당시 플리트우드 맥에는 아직 밥 웰치가 있었거든.
#31키스 올슨은 이 스튜디오에서 어떤 소리를 만들 수 있는지 들려주려고 자신이 녹음한 음반을 틀었어.
#32"Buckingham Nicks".
#33그중 한 곡이 "Frozen Love"였어.
#34플리트우드는 그 노래에서 들은 버킹엄의 기타를 기억해뒀어. 하지만 그날은 그걸로 끝이었지.
#35아직 자리가 없었으니까.
#36그런데 얼마 뒤 밥 웰치가 플리트우드 맥을 떠났어.
#37이번에는 진짜 기타리스트가 필요해졌지.
#38그때 플리트우드가 떠올린 게 Sound City에서 들었던 린지 버킹엄이었어.
#39수많은 사람에게 팔리지 않았던 앨범이었는데, 딱 한 사람에게는 제대로 도착해 있었던 거야.
#40그리고 하필 그 사람이 이제 기타리스트를 필요로 했어.
#41처음 제안을 받은 건 린지 버킹엄이었어.
#42플리트우드 맥은 기타리스트가 필요했지. 스티비 닉스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니야.
#43그런데 버킹엄은 자신만 들어가는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44자기가 가면 닉스도 함께 가야 한다는 거였지.
#45한편 닉스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어. 플리트우드 맥의 음반을 들어보면서 둘이 이 밴드에 뭘 더할 수 있을지 생각했고, 버킹엄에게도 이 제안을 진지하게 보자고 했어.
#46가난한 생활에도 지쳐 있었거든. 식당에서 일하고 청소하면서 음악을 계속하는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47다만 한 사람이 더 중요했어.
#48밴드에는 이미 크리스틴 맥비가 있었어. 노래도 하고 곡도 쓰는 핵심 멤버였지. 닉스와 맥비가 서로 맞지 않으면 새로운 조합은 시작부터 어려울 수 있었어.
#49둘은 직접 만났고 잘 통했어.
#50그래서 1975년, 닉스와 버킹엄은 함께 플리트우드 맥에 들어갔어.
#51인생에서 가장 큰 기회가 왔을 때 한 사람만 먼저 들어간 게 아니었어.
#52둘이 같이 들어갔지.
#53그런데 그 성공은 둘을 연인으로 더 단단하게 묶어주지 않았어.
#54오히려 헤어지기 더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어.
#55새로운 플리트우드 맥은 크게 성공했어. "Rhiannon"이 알려지면서 닉스도 자기 이름으로 스타가 됐고.
#56이제 그를 단순히 버킹엄을 따라 들어온 여자친구라고 볼 수는 없었지.
#57그런데 성공하면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
#58녹음하고, 리허설하고, 공연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고, 다시 녹음했어.
#59둘의 관계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제 서로 피할 공간마저 거의 사라진 거야.
#60보통은 연인과 헤어지면 안 볼 수 있잖아.
#61둘은 그럴 수가 없었어.
#62헤어진 뒤에도 같은 스튜디오에 가야 했고, 같은 앨범을 완성해야 했거든.
#63그리고 더 복잡한 일이 생겼어.
#64둘이 그 이별을 노래로 쓰기 시작한 거야.
#65버킹엄은 "Go Your Own Way"를 썼어.
#66닉스와의 이별에서 나온 노래였지.
#67닉스는 가사 일부를 싫어했어. 자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관계를 떠난 것처럼 들린다고 생각했거든.
#68그래서 바꿔달라고 했어.
#69버킹엄은 바꾸지 않았지.
#70보통의 이별이라면 그 노래를 다시 안 들으면 될 수도 있어.
#71하지만 둘은 같은 밴드였어.
#72닉스는 결국 "Go Your Own Way"의 백업 보컬을 불렀어. 자신에 대한 노래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까지 들어 있는 그 노래에 자기 목소리를 직접 넣은 거지.
#73그리고 닉스도 자신의 노래를 썼어.
#74"Dreams".
#75같은 이별을 전혀 다른 쪽에서 바라보는 노래였어.
#76둘은 각자의 이야기를 썼지만, 레코드를 만들려면 다시 함께 일해야 했어. 닉스의 곡을 플리트우드 맥의 소리로 완성하는 데도 버킹엄의 편곡과 프로듀싱이 중요했고.
#77연인으로는 헤어졌어.
#78그런데 음악가로는 그렇게 깔끔하게 헤어질 수가 없었던 거야.
#79그 상태에서 "Rumours"가 나왔어.
#80닉스에게는 버킹엄에 대한 노래가 하나 더 있었어.
#81"Silver Springs".
#82닉스는 이 노래가 "Rumours"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당시 LP는 한 면이 너무 길어지면 음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곡을 덜어내야 했지.
#83결국 "Silver Springs"가 빠졌어.
#84믹 플리트우드와 버킹엄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닉스는 크게 화를 냈어. 이 곡은 그냥 다른 곡과 바꿔도 되는 트랙이 아니었거든.
#85자신의 이별이 들어 있는 노래였으니까.
#86대신 더 짧은 닉스의 "I Don't Want to Know"가 "Rumours"에 들어갔어.
#87"Silver Springs"는 싱글의 B면으로 나왔고.
#88그런데 A면이 "Go Your Own Way"였어.
#89한쪽에는 버킹엄이 닉스에 대해 쓴 이별 노래. 뒤집으면 닉스가 버킹엄에 대해 쓴 이별 노래.
#90둘은 헤어졌는데 한 장의 레코드는 두 사람의 이별을 앞뒤로 붙여놓은 셈이었지.
#91"Rumours"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어.
#92그렇다면 다음에는 비슷한 걸 한 번 더 만들면 될 것 같잖아.
#93버킹엄은 오히려 반대로 갔어.
#94다음 앨범 "Tusk"에서 훨씬 실험적인 소리를 밀어붙였지. 성공한 공식을 계속 복제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거야.
#95닉스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었어.
#96플리트우드 맥에는 크리스틴 맥비, 버킹엄, 닉스라는 세 명의 작곡가가 있었고 한 앨범에 들어가는 곡 수에는 한계가 있었어.
#97닉스가 쓴 곡은 계속 쌓였지.
#98그리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이 생겨.
#99린지 버킹엄 없이도 스티비 닉스의 음악은 성공할 수 있을까?
#1001981년 닉스는 첫 솔로 앨범 "Bella Donna"를 냈어.
#101이번에는 버킹엄이 중심에 없었어. 다른 프로듀서, 다른 연주자들과 만든 별도의 음악 세계였지.
#102앨범은 미국 1위가 됐어.
#1031975년 플리트우드 맥이 처음 원했던 사람은 버킹엄이었어.
#1046년 뒤 닉스는 버킹엄도 플리트우드 맥도 없는 앨범으로 1위가 된 거야.
#105그렇다고 밴드를 떠나진 않았어.
#106닉스는 바깥에 두 번째 음악 세계를 만들었지.
#107버킹엄은 나중에 더 완전한 방식으로 빠져나가게 돼.
#1081987년 플리트우드 맥은 "Tango in the Night"를 발표했어.
#109이번에도 버킹엄은 앨범의 소리를 만드는 핵심 인물이었고, 앨범도 성공했지.
#110이제 투어를 해야 했어.
#111버킹엄은 가지 않기로 했어.
#112이유를 하나로 줄일 수는 없어. 오래 쌓인 인간관계의 긴장도 있었고, 자기 솔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 창작을 더 직접 통제하고 싶었고, 거대한 밴드가 반복하는 앨범과 투어의 생활에도 지쳐 있었지.
#113마지막 회의에서는 닉스와도 격렬하게 부딪혔어. 정확히 어떤 신체적 행동이 있었는지는 후일의 증언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114하지만 결과는 분명했어.
#115린지 버킹엄이 플리트우드 맥을 떠났지.
#1161975년에는 스티비 닉스 없이는 밴드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이었어.
#11712년 뒤에는 그가 먼저 나간 거야.
#118시간이 꽤 흐른 뒤 버킹엄은 솔로 작업을 하고 있었어.
#119그 작업에 믹 플리트우드가 참여하기 시작했지.
#120둘이 다시 연주하면서 옛 멤버들과의 연결도 조금씩 살아났어. 처음부터 모두 모여 옛 상처를 풀자는 식의 재결합은 아니었어.
#121먼저 돌아온 건 음악이었어.
#122그러자 그 음악 주변으로 밴드가 다시 모이기 시작한 거지.
#123닉스는 버킹엄에게 직접 확인했어.
#124정말 이걸 할 거냐고.
#125버킹엄이 한다면 자신도 참여하겠다는 뜻이었어.
#1261997년, "Rumours"를 만들었던 다섯 명이 다시 모였어.
#127"The Dance".
#128그리고 20년 전에 "Rumours"에서 빠졌던 "Silver Springs"가 돌아왔어.
#129닉스는 버킹엄을 바라보며 노래했어.
#130버킹엄도 닉스를 보면서 기타를 쳤지.
#13120년 전에는 앨범에 들어가지 못했던 곡이 이제 재결합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됐어.
#132그렇다고 이걸 완전한 화해라고 보면 곤란해.
#133둘이 다시 연인이 된 것도 아니고, 예전 일이 전부 해결됐다는 근거도 없었거든.
#134오히려 더 분명해진 건 다른 쪽이었어.
#135둘이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 과거도 같이 돌아온다는 것.
#1361970년대의 이별 노래가 1997년에도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들릴 수 있었어. 그 노래 속 두 사람이 여전히 같은 무대에 있었으니까.
#137그리고 1997년이 마지막 결말도 아니었어.
#1382018년 버킹엄은 다시 플리트우드 맥에서 나왔어. 그 과정에서 정확히 무엇이 결정적이었는지를 두고 버킹엄과 닉스 측의 설명은 달랐고, 이후 소송도 벌어졌다가 합의됐지.
#139그러니까 "Silver Springs" 무대는 모든 갈등이 끝난 순간이 아니었어.
#140끝났다고 생각한 관계가 음악 속에서는 다시 현재가 될 수 있다는 장면에 가까웠지.
#1412025년 7월, 스티비 닉스가 손글씨로 한 구절을 공개했어.
#142"And if you go forward…"
#143설명은 없었어.
#144그다음 린지 버킹엄도 손글씨를 올렸지.
#145"I'll meet you there."
#146둘을 이어보면 "Frozen Love"의 가사가 돼.
#1471973년의 "Buckingham Nicks"에 들어 있던 바로 그 노래야.
#1481974년 Sound City에서 믹 플리트우드가 우연히 듣고, 버킹엄의 기타를 기억하게 된 바로 그 곡이기도 하고.
#149두 사람이 다시 같이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금세 나왔어.
#150그런데 발표된 건 플리트우드 맥 재결합이 아니었어.
#151"Buckingham Nicks"의 첫 공식 재발매였지.
#15252년 전에는 실패했던 앨범. 두 사람을 다시 생활비 걱정 속으로 밀어 넣었던 앨범. 그런데 그 안의 한 곡이 우연히 플리트우드 맥으로 가는 문을 열었던 앨범.
#153반세기가 지나 그 음반이 다시 나온 거야.
#154"Rumours"도 아니고, 새 플리트우드 맥 앨범도 아니었어.
#155두 사람이 유명해지기 전, 아직 둘이 같은 미래를 만들려고 하던 때의 음악이었지.
#156스티비 닉스와 린지 버킹엄의 이야기는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됐다는 결말로 끝나지 않아.
#157모든 걸 용서했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158둘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고,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면서도 같이 있는 것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한 때가 있었어.
#159그런데 이상할 만큼 오래 반복된 장면이 하나 있어.
#1601966년에는 린지가 먼저 노래하고 있었어. 스티비가 다가와 화음을 넣었지.
#161가난했던 때에도 둘은 곡을 만들었고, 플리트우드 맥의 문이 열렸을 때도 처음에는 한 사람만 들어가려 하지 않았어.
#162연애가 끝난 뒤에는 서로에 대해 쓴 노래를 함께 완성했어.
#163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같은 무대에 서게 만든 것도 음악이었지.
#164그리고 "Buckingham Nicks"가 실패한 지 52년이 지난 2025년.
#165스티비가 "Frozen Love"의 한 구절을 앞에서 시작했어.
#166린지가 뒤를 이었어.
#167린지 버킹엄에게 플리트우드 맥의 자리가 생긴 건 가 밴드를 떠났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웰치는 단순히 다음 기타리스트에게 빈자리를 남긴 사람이 아니야. 버킹엄과 닉스가 오기 전부터 플리트우드 맥이 초기 영국 블루스의 색에서 벗어나 미국 청중에게 가까워지는 시기에 중요한 멤버였거든.
#168그렇다면 가장 유명한 플리트우드 맥이 나타나기 직전까지 그 길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은, 왜 그 유명한 역사가 시작된 뒤에는 이렇게 잘 보이지 않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