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를 직접 쓰고 주연한 미국 배우·각본가·감독
통장에 106달러뿐이던 스탤론은 왜 "Rocky"의 거액 제안을 거절했을까?
#1실베스터 스탤론의 은행 계좌에는 약 106달러가 있었어. 아내 사샤는 임신 중이었고, 배우 일이 갑자기 풀릴 기미도 없었지.
#2그런데 그가 쓴 각본 하나에는 큰돈이 붙기 시작했어. 처음엔 약 10만 달러, 나중에는 18만 달러. 다른 쪽에서는 25만 달러를 넘어 거의 30만 달러까지 거론됐어.
#3당시 스탤론에게는 한 번에 생활을 뒤집을 수 있는 돈이었지.
#4조건이 하나 있었어.
#5각본은 사겠다. 대신 록키는 다른 배우가 맡는다.
#6영화사는 라이언 오닐이나 버트 레이놀즈처럼 이미 알려진 배우를 원했어. 스탤론은 돈이 필요했고, 제안이 올라갈수록 흔들리기도 했지.
#7그런데도 자신이 영화에서 빠지는 거래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어.
#8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9답은 "Rocky"를 쓴 며칠이 아니라, 그 전에 스탤론이 배우로 살아온 시간을 보면 보여.
#10스탤론은 태어날 때 생긴 신경 손상 때문에 얼굴 일부에 마비가 남았고, 입 모양과 말투에도 특징이 생겼어. 훗날에는 그 모습과 목소리가 그의 상징이 됐지만, 무명 배우 시절에는 오히려 주연과 멀어지는 이유가 됐지.
#11연기를 공부했지만 배우라는 길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도 들었어. 그래도 뉴욕으로 갔고, 오디션을 봤어. 또 보고, 또 봤지.
#12가끔 영화에 나왔어. 그런데 역할은 자꾸 비슷했어. 강도. 깡패. 거리의 거친 남자.
#13스탤론은 훗날 이대로라면 평생 문 옆에 서 있는 두 번째 악당 같은 역할이나 하게 될 수도 있었다는 식으로 돌아봤어.
#14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지.
#15아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주지 않는다면, 직접 쓰는 거야.
#16그는 계속 각본을 썼어. 훗날 성공하기 전까지 30편쯤 썼다고 말하면서, 그중 29편은 아마 형편없었을 거라고 농담하기도 했어.
#17그래도 완성했어.
#18"Rocky"는 갑자기 튀어나온 첫 작품이 아니었어.
#19"Rocky" 전에 스탤론은 "Paradise Alley"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어. 돈이 필요했던 시기에 그 작품의 권리를 다른 곳에 넘겼고, 정확한 금액과 조건은 훗날 관계자들의 기억이 엇갈렸어.
#20중요한 건 하나였어.
#21그 작품은 더 이상 스탤론이 마음대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지.
#22그 무렵 그는 제작자 어윈 윙클러와 로버트 차토프를 만났어. 각본을 팔러 간 게 아니라 배우 일을 얻으러 간 자리였지.
#23미팅은 별 성과 없이 끝날 분위기였어. 나가려던 스탤론이 자신도 글을 쓴다고 말했고, 두 제작자가 관심을 보였어.
#24그런데 정작 이야기할 만한 "Paradise Alley"는 이미 묶여 있었어.
#25스탤론은 훗날 그 순간을 떠올리며, 문이 열렸는데 정작 그 문으로 들고 들어갈 것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어.
#26그 무렵 그의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남아 있었어.
#27복싱 경기였지.
#281975년 3월 24일, 무하마드 알리가 척 웨프너와 싸웠어.
#29알리는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고, 웨프너는 같은 급의 스타가 아니었어. 금방 끝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지.
#30그런데 웨프너가 계속 버텼어.
#31한 라운드. 또 한 라운드. 예상보다 훨씬 오래.
#32결국 15라운드에서 알리가 TKO로 이겼어. 웨프너는 졌지.
#33그런데 스탤론에게 남은 건 그 패배였어.
#34질 게 뻔해 보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오래 서 있는 모습.
#35유명한 전설에서는 이다음이 아주 빨라. 스탤론이 경기를 보고 집으로 뛰어가 사흘 만에 "Rocky"를 썼다는 식이지.
#36실제 기록은 조금 달라.
#37그는 그 아이디어를 몇 달 동안 생각했고, 막상 쓰기 시작한 뒤 초고를 약 3일에서 3일 반 만에 끝냈어. 사샤가 손으로 쓴 원고를 타이핑했고.
#38초기의 록키도 우리가 아는 록키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어. 스탤론의 후대 회고에 따르면 사샤는 처음의 록키가 너무 거칠어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이후 캐릭터는 조금씩 부드러워졌어.
#39그러니까 록키는 척 웨프너의 인생을 그대로 옮긴 사람도 아니었고, 스탤론 자신을 복사한 인물도 아니야.
#40다만 둘 사이에는 아주 가까운 질문이 하나 있었지.
#41아무도 제대로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한 번의 기회를 받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42차토프와 윙클러는 "Rocky"를 좋아했어. 영화사도 각본에는 관심이 있었지.
#43문제는 스탤론이었어.
#44주연 배우로 흥행을 보장할 경력이 거의 없었거든.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답이 간단했어. 각본은 사고, 록키 역에는 유명 배우를 쓰면 됐지.
#45제안 금액은 올라갔어.
#46스탤론에게는 여전히 약 106달러밖에 없었고, 아내는 임신 중이었어.
#47그는 물었어.
#48다른 배우가 록키를 맡으면 자신은 뭘 하느냐고.
#49사실상 답은 하나였어.
#50돈을 받고 빠지는 것.
#51그런데 스탤론이 이걸 거절한 이유는 영화가 성공한 뒤 만들어낸 멋진 전설만은 아니야. "Rocky"가 막 세상에 나온 1976~77년의 인터뷰에서도 이미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
#52그에게 "Rocky"는 역경 속에서 찾아온 한 번의 golden shot, 결정적인 기회를 붙잡는 사람의 이야기였어.
#53그런 이야기를 써놓고, 정작 자기 차례가 왔을 때 돈을 받고 사라진다면?
#54스탤론은 그렇게 하면 자기가 쓴 이야기가 거짓이 된다고 생각했어.
#55자신이 대단한 배우라는 걸 확신한 건 아니었어. "Rocky"가 성공할 걸 알았던 것도 아니었지.
#56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링을 넘기지 않고 자기가 직접 올라가 보고 싶었던 거야.
#57그런데 스탤론이 버틴다고 영화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어.
#58다음에는 제작자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
#59유나이티드 아티스츠가 보기에는 무명 배우 스탤론이 주연인 복싱 영화가 위험했어. 여성 관객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있었고, 폭력적이라는 우려도 있었고, 해외에서 팔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지.
#60그런데 윙클러와 차토프에게는 일정 예산 이하의 영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계약상의 통로가 있었어.
#61스튜디오가 계산한 예산은 그 선을 넘어갔어.
#62그래서 두 제작자가 다시 계산했지.
#63약 100만 달러에 만들겠다.
#64그리고 영화가 완성되도록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했어.
#65스탤론이 자기 자리를 놓고 위험을 감수하자, 이제 제작자들도 그 위험에 올라탄 셈이었지.
#66그제야 "Rocky"가 실제 영화가 되기 시작했어.
#67대신 돈은 빠듯했어.
#68촬영은 약 28일.
#69그런데 그 부족함이 오히려 영화의 몇몇 장면을 바꿔놓기 시작했어.
#70록키와 에이드리언이 스케이트장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어.
#71보통이라면 링크에 사람들이 가득해야 자연스럽겠지. 그런데 엑스트라를 많이 쓰려면 돈이 들었어.
#72감독 존 G. 아빌드센은 설정을 바꿨어.
#73이미 문을 닫은 링크에 두 사람만 특별히 들어가는 걸로 한 거야.
#74그래서 넓은 공간에서 에이드리언은 혼자 얼음을 돌고, 록키는 옆을 따라 걸으면서 계속 말을 걸어.
#75사람을 채울 돈이 없어서 비워둔 건데, 그 빈 공간이 오히려 둘 사이를 가까이 보이게 만들었어.
#76캐스팅에서도 이상한 일이 있었어.
#77아폴로 크리드 역을 보러 온 칼 웨더스는 스탤론이 누군지 몰랐어. 둘이 대사를 맞춰본 뒤,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진짜 배우와 읽고 싶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지.
#78눈앞에 있는 남자는 이 영화를 쓰고, 큰돈을 거절하고, 간신히 주연 자리를 지켜낸 사람이었어.
#79그런데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에게조차 배우처럼 보이지 않았던 거야.
#80웨더스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어. 그래도 갑자기 움츠러들지는 않았지.
#81그 자신감이 오히려 아폴로와 잘 맞았어.
#82세계 챔피언이라면 정말 자신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믿을 것 같았거든.
#83웨더스가 아폴로가 됐어.
#84버지스 메러디스도 미키를 자기 방식으로 더했어. 오디션 도중 대본에 없던 말을 록키에게 던졌거든.
#85은퇴를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말이었어.
#86아빌드센은 그 한마디에서 미키를 느꼈어.
#87스탤론이 자기 손으로 쓴 영화였지만,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종이 위의 "Rocky"는 조금씩 다른 영화가 되어갔어.
#88영화 후반, 록키는 에이드리언에게 의외의 말을 해.
#89아폴로를 이기겠다고 하지 않아.
#90자기도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아.
#91대신 원하는 게 하나 있어.
#92끝까지 가는 것.
#93아무도 아폴로와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했으니, 자신이 마지막 종이 울릴 때까지 서 있을 수 있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을 거라고 해.
#94자기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
#95여기서 척 웨프너의 경기가 다시 떠올라.
#96웨프너도 알리를 이기지 못했어. 록키도 아폴로를 이기지 못하지.
#97그리고 현실의 스탤론도 자신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라는 증명을 먼저 요구한 게 아니었어.
#98그가 원한 건 한 번 직접 시험받아볼 자리였어.
#99그런데 촬영 막바지에는 그 기회를 스스로 망쳐버렸다고 생각하게 돼.
#100마지막 경기 뒤, 에이드리언이 사람들을 헤치고 록키에게 달려가는 결말 장면을 다시 찍었어.
#101돈은 여전히 부족했어. 거대한 경기장을 완벽하게 다시 만들 수 없었고, 관중도 충분하지 않았지.
#102에이드리언의 모자는 정확한 순간에 떨어져야 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 결국 치실을 연결해 잡아당기는 방법까지 썼어.
#103록키가 사람들 사이에서 에이드리언을 찾아. 에이드리언도 록키를 불러. 둘이 만나고 서로 사랑한다고 말해.
#104컷.
#105스탤론은 그날 자기 연기가 형편없었다고 생각했어. 훗날에는 영화를 망친 줄 알았다고까지 회상했지.
#106그런데 편집된 장면을 보니 달랐어.
#107빌 콘티의 음악이 붙었고, 아빌드센의 연출과 편집이 붙었어. 탈리아 샤이어의 에이드리언도 있었지.
#108현장에서는 초라하고 실패처럼 보였던 조각들이 합쳐지자 전혀 다른 장면이 됐어.
#109스탤론은 자기가 주연하는 것만큼은 끝까지 지켰지만, 정작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혼자 만들 수 없었던 거야.
#110이제 남은 건 관객뿐이었어.
#111그리고 관객도 안 올 수 있었지.
#1121976년 11월, "Rocky"가 개봉했어.
#113윙클러와 차토프는 극장 밖에서 "뉴욕 타임스"의 좋지 않은 리뷰를 읽고 있었어. 둘은 크게 낙담했지.
#114그때 피터 포크가 와서, 밖에 서 있지 말고 안에 들어가 보라는 취지로 말했어.
#115극장 안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거든.
#116관객들이 일어서서 환호하고 있었어.
#117그다음에 숫자가 따라왔어.
#118약 100만 달러 규모로 만든 영화는 전 세계에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고, 아카데미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어.
#119스탤론은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어.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지.
#120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사가 큰돈을 주는 대신 주연에서는 빠져달라고 했던 바로 그 배우였어.
#121그리고 "Rocky"는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받았어.
#122그런데 스탤론 본인은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어. 각본상도 받지 못했지.
#123영화 속 록키도 아폴로에게 판정패해.
#124그런데 마지막 순간 록키는 판정 결과를 거의 듣지 않아. 사람들이 승자를 외치는 사이, 그가 찾는 건 한 사람이야.
#125에이드리언.
#126사건만 보면 자서전은 아니야.
#127록키는 척 웨프너도 아니고, 스탤론 자신도 아니었어.
#128웨프너의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열세에도 버티는 사람의 구조가 들어왔고, 아폴로에는 무하마드 알리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챔피언의 이미지가 있었어. 필라델피아의 실제 복싱 문화도 들어갔고, 스탤론이 알던 거리의 사람들도 섞였지.
#129사샤의 반응도 있었어. 윙클러와 차토프의 선택도 있었고. 아빌드센은 돈이 부족한 상황을 장면으로 바꿨어. 웨더스와 메러디스, 샤이어도 종이에 없던 것들을 인물 안에 넣었지.
#130그러니까 "Rocky"는 한 사람의 실화를 이름만 바꾼 영화가 아니야.
#131그런데 록키의 두려움만큼은 스탤론에게 아주 익숙했어.
#132계속 기회를 못 얻다가, 마침내 큰 기회가 왔는데, 거기서도 또 당신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 것.
#133그래서 수십만 달러도 충분하지 않았던 거야.
#134스탤론이 원한 건 성공 보장이 아니었어.
#135자기 차례만큼은 자기가 링에 올라가 보는 것.
#136시간이 지나 록키는 한 편의 영화보다 더 큰 존재가 됐어.
#137필라델피아 미술관의 계단에서는 지금도 사람들이 록키처럼 달려 올라가 두 팔을 들어. 록키 동상도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지.
#138그리고 첫 영화가 나온 지 50년이 되는 2026년, 할리우드는 또 다른 영화를 준비했어.
#139제목은 "I Play Rocky".
#140록키 발보아의 새로운 경기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야.
#141젊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Rocky"를 쓰고, 다른 배우를 주연으로 쓰려는 영화사에 맞서 자기가 록키를 연기하겠다고 버틴 과정을 영화로 만든 거야.
#142이번에는 앤서니 이폴리토가 젊은 스탤론을 연기해.
#14350년 전 할리우드는 스탤론에게 사실상 이렇게 말했어.
#144각본은 필요하다. 당신은 필요 없다.
#145스탤론은 사라지지 않았어.
#146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뒤, 다른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서 스탤론이 "Rocky"에서 사라지기를 거부했던 순간을 다시 연기해.
#147척 웨프너는 무하마드 알리에게 졌어. 그런데 그 패배를 본 스탤론은 록키로 이어지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지. 훗날 는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가 이용됐지만 약속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스탤론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어. 결국 양측은 비공개로 합의했어. 그렇다면 실제 언더독과 록키를 만든 남자 사이에는 그 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