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로 다시 주목받은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귀향 서사시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10년이 걸렸다
#1오디세우스는 집에 가고 싶었다. 전쟁은 끝났다. 살아남았다. 고향 이타카에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이제 배를 타고 돌아가면 된다.
#210년 뒤에야 도착한다. 그 10년 동안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거인에게 잡아먹힐 뻔하고, 식인 거인들에게 함대를 잃고, 부하들이 돼지가 되고, 죽은 사람에게 길을 물으러 저승까지 내려가고, 사람을 홀려 죽이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바다 괴물 사이를 지나고, 신의 소 때문에 부하들이 전멸하고, 아름다운 여신의 섬에 7년 동안 붙잡혀 있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큰 퇴근길이다.
#3더 황당한 건 그 전에 을 이미 10년 했다는 것이다. 전쟁 10년, 귀향 10년. 집을 떠난 지 20년 만에 돌아온다. 심지어 후대 신화 전승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애초부터 전쟁에 가기 싫어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며 징집을 피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팔라메데스가 갓난아기였던 아들 텔레마코스를 이용해 연기를 들춰냈고, 결국 그는 전쟁에 끌려갔다고 한다.
#4처음부터 가기 싫었던 출장이 20년짜리가 됐다. 이 기막힌 귀갓길을 노래한 고대 그리스 서사시가 "오디세이"다. 오늘날 영어에서 odyssey가 길고 파란만장한 여정이라는 일반명사로까지 쓰이게 된 출발점도 바로 이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거의 2,8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괴물이 많이 나와서만은 아니다.
#5끝까지 가보면 "오디세이"는 놀랄 만큼 단순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6오디세우스는 그냥 운 나쁜 표류자가 아니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지략가 가운데 하나다. 특히 그와 강하게 연결되는 것이 그 유명한 다. 10년 동안 뚫지 못한 성을 힘이 아니라 머리로 뚫는다.
#7오디세우스라는 영웅의 특징이 여기 있다. 헤라클레스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문제를 부수는 사람이 아니다. 속이고, 계산하고, 상대의 허점을 찾아낸다. 지혜와 전략의 여신 가 그를 특별히 돕는 것도 절묘하다.
#8그런데 이상하다. 남의 성에는 그렇게 기가 막히게 들어간 사람이 자기 집에는 기가 막히게 못 들어간다. 그리고 그 이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오디세우스 본인에게 있다.
#9가장 유명한 사건이 외눈박이 거인 와의 대결이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힌 오디세우스 일행은 하나둘 잡아먹히기 시작한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머리를 쓴다.
#10폴리페모스가 이름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아무도 아니다." 그리고 거인에게 술을 먹인 뒤 잠들자 눈을 찌른다. 폴리페모스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다른 키클롭스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11"누가 널 공격하느냐?" "아무도가 나를 죽이려 한다!" 그러자 다른 키클롭스들은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면 신이 내린 병이겠거니 하고 돌아가버린다. 말장난 하나로 지원군까지 차단했다.
#12오디세우스는 여기서 한 번 더 기막힌 방법을 쓴다. 폴리페모스가 동굴 입구를 막고 양들을 더듬어 확인하자, 일행을 양의 배 아래에 매달아 빠져나간다. 완벽하다. 탈출했다. 배에 탔다.
#13그냥 가면 된다. 그냥. 가면. 된다.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못 참는다. 멀어져가는 배 위에서 폴리페모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며 자랑한다. 너를 눈멀게 한 사람은 이타카의 오디세우스라고.
#14익명 계정으로 완벽하게 탈출해놓고 본계정으로 댓글을 단 것이다. 하필 폴리페모스의 아버지가 바다의 신 이었다. 폴리페모스는 아버지에게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15오디세우스의 최대 장점과 최대 약점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드러난다. 그를 살리는 것은 머리다. 그런데 그 머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남들도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16오디세우스는 멍청해서 사고를 치는 사람이 아니다. 너무 영리하고, 자기가 영리하다는 것도 너무 잘 알아서 사고를 친다.
#17그래도 집에는 간다. 바람의 신 가 오디세우스를 도와준다. 집으로 가는 데 방해되는 바람들을 가죽주머니 안에 넣어주고, 이타카로 향하는 바람만 불게 해준다.
#18드디어 고향이 보인다. 거의 다 왔다. 오디세우스는 지쳐 잠든다. 그런데 부하들이 생각한다. 대장이 저 주머니에 보물을 숨겨둔 것 아닐까? 연다. 바람이 터져 나온다. 배가 다시 먼바다로 날아간다.
#19내비게이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동승자: 잠깐만, 이 버튼 뭐지? 내비게이션: 경로를 다시 탐색합니다.
#20오디세우스가 집에 못 가는 데에는 신들도 상당한 지분이 있지만 부하들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상황은 점점 웃을 수 없게 변한다.
#21식인 거인 을 만나면서 함대 대부분이 파괴된다. 여러 척의 배를 이끌고 출발했던 오디세우스에게 이제 자신의 배 한 척만 남는다. 처음에는 전쟁을 이긴 왕이었다. 그런데 여행이 계속될수록 배가 줄고, 사람이 줄고, 선택지가 줄어든다.
#22"오디세이"는 영웅이 동료와 장비를 얻으며 강해지는 모험담이 아니다. 파티원이 계속 삭제되는 모험담이다.
#23남은 일행이 도착한 곳에는 마녀 가 있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버린다. 수많은 지휘관이 부하들을 보며 속으로 한 번쯤 했을 법한 생각을 키르케는 실제로 해버렸다.
#24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신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키르케의 마법을 이겨내고 결국 부하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하자 키르케가 상당히 불길한 다음 목적지를 알려준다.
#25죽은 자들의 세계다. 예언자 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길을 너무 잃어서 이제 죽은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
#26그런데 여기서 "오디세이"의 분위기가 바뀐다.
#27죽은 자들 사이에서 오디세우스는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난다. 어머니 다.
#28오디세우스가 집을 떠날 때 살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죽어 있다. 안티클레이아는 아들에게 그를 향한 그리움이 자신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로 말한다.
#29오디세우스는 어머니를 끌어안으려 한다. 손이 몸을 통과한다. 다시 시도한다. 또 통과한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다.
#30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돌아갈 수 없다. 여기서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처음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31오디세우스에게 20년은 전쟁과 모험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가 없는 동안 이타카에서도 똑같이 20년이 흐르고 있다.
#32부모는 늙는다. 아이는 자란다. 기다리던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 집은 내가 돌아갈 때까지 그대로 멈춰 있는 장소가 아니다.
#33그래도 오디세우스는 계속 간다. 이번에는 이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선원은 그 매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으로 향한다.
#34정상적인 해결책은 간단하다. 안 들으면 된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듣고 싶다.
#35그래서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는다. 자기는? 돛대에 묶어달라고 한다. 노래를 듣다가 풀어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명령한다.
#36호기심이 거의 산업재해 수준이다. 이 장면은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을 이상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는 위험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위험한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37그래서 대단하다. 그리고 그래서 그의 인생은 계속 이 모양이다. 참고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름다운 인어나 여성의 모습과 달리, 고대 그리스 미술에서 세이렌은 여성과 새가 결합된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들도 사실 수천 년 동안 계속 변해왔다.
#38곧 와 가 기다린다. 한쪽에는 선원들을 낚아채 잡아먹는 괴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배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는 소용돌이가 있다. 이번에는 오디세우스의 기지로 모두를 구하는 묘수가 없다. 끔찍한 선택과 더 끔찍한 선택뿐이다.
#39스킬라 쪽을 지나며 동료들을 잃는다. 영리하면 언제나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영웅에게 답이 없는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40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태양신 의 소다.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오디세우스도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먹지 마라.
#41그런데 섬에 오래 갇혀 식량이 떨어진다. 오디세우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가 동료들을 설득한다. 굶어 죽느니 소를 먹자. 결국 잡아먹는다.
#42배가 다시 출항한다. 제우스가 벼락을 내린다. 전멸한다. 오디세우스만 살아남는다.
#43트로이를 떠날 때 그에게는 배들이 있었다. 부하들이 있었다. 전쟁을 이긴 명성이 있었다.
#44이제 바다 위에— 사람 하나만 남았다.
#45그렇게 도착한 곳이 의 섬 오기기아다. 이상하게도 여기에는 괴물이 없다. 칼립소는 아름다운 불멸의 존재다. 오디세우스를 사랑한다. 오디세우스에게는 그곳에서 계속 살아갈 가능성도, 불멸과 늙지 않는 삶의 가능성도 제시된다. 지금까지와 비교하면 거의 천국이다.
#46그런데 오디세우스는 행복하지 않다. 바닷가에 앉아 이타카를 바라보며 운다. 그곳에서 7년을 보낸다.
#47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집을 떠난 지 이미 너무 오래됐다. 아내 가 아직 자신을 기다리는지 확신할 수도 없다.
#48아들은 갓난아기 때 두고 왔다. 부모가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 왕좌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반대편에는 불멸의 가능성이 있다.
#49그런데도 집에 간다. 복지가 아무리 좋아도 내가 있고 싶은 곳이 아니면 천국도 회사다.
#50그리고 여기서 처음의 농담이 조금씩 다른 의미가 된다. 오디세우스는 단순히 집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다. 수많은 다른 삶을 지나면서도 계속 집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51그 20년 동안 페넬로페가 가만히 앉아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수많은 구혼자가 왕궁을 점거하다시피 하고 페넬로페에게 새로운 남편을 선택하라고 압박한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 의 수의를 다 짜고 나면 결혼 상대를 고르겠다고 말한다.
#52그리고 낮에는 천을 짠다. 밤에는 몰래 푼다. 다음 날 또 짠다. 밤에 또 푼다. 그렇게 시간을 번다.
#53바다에서는 남편이 괴물과 신들을 속이고 있다. 집에서는 아내가 구혼자들을 속이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둘은 상당히 잘 어울린다. 세상에서 제일 꾀 많은 남자가 돌아가려는 곳에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지 않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54그리고 아들 도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는 아버지를 거의 모른 채 성장했다. 오디세우스에게 텔레마코스는 20년 만에 만나는 아들이다. 텔레마코스에게 오디세우스는 사실상 처음 만나는 아버지다.
#55마침내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에 도착한다. 끝. 이어야 할 것 같다. 아니다. 그는 왕의 모습으로 개선하지 않는다. 아테나의 도움으로 거지처럼 변장해 자기 왕궁에 들어간다. 20년 동안 세상을 떠돈 끝에 자기 땅을 밟았는데, 이제 자신이 오디세우스라는 사실부터 숨겨야 한다.
#56집에서는 구혼자들이 그의 음식을 먹고 있다. 그의 재산을 축내고 있다. 그의 아내와 결혼하려 한다.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의 왕인데 자기 집에서 가장 낮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57이제 질문도 달라진다. 집에 도착할 수 있는가? 가 아니라, 20년 만에 돌아온 이곳은 아직 그의 집인가?
#58왕궁으로 향하던 오디세우스 앞에 늙은 개 한 마리가 있다. 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떠나기 전에 키우던 개다. 20년이 흘렀다.
#59아르고스는 늙고 쇠약해져 방치된 채 누워 있다. 그리고 거지 차림의 오디세우스를 본다.
#60사람들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개는 알아본다. 귀를 움직인다. 꼬리를 흔든다.
#61오디세우스도 아르고스를 알아본다. 하지만 지금 정체를 드러낼 수 없다. 다가가 끌어안을 수도 없다. 눈물을 숨긴다.
#62그리고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를 다시 본 뒤 죽는다. 오디세우스에게 20년은 전쟁과 괴물과 신과 바다를 건너온 대모험이었다. 아르고스에게 20년은 주인을 기다린 시간이었다.
#63이제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코스에게 정체를 밝힌다. 떠날 때 갓난아기였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있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자랐고, 이제 자기 집을 차지한 구혼자들에게 맞서야 하는 사람이 됐다.
#64두 사람은 함께 왕궁을 되찾는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싸움이다. 텔레마코스에게는 평생 이야기로만 들었던 아버지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싸움이다.
#65오디세우스는 왕의 자리만 되찾는 게 아니다. 하나씩 자기 역할을 되찾는다.
#66아버지로. 아들로. 남편으로. 그리고 왕으로.
#67오디세우스의 아버지 라에르테스도 늙어 있다.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노인이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정말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68그때 나오는 것이 트로이 목마가 아니다. 키클롭스를 이겼다는 무용담도 아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었던 과수원의 나무들이다. 둘만 공유한 기억이다.
#69세상을 돌아다니며 전설이 된 남자가 자기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설이 되기 전의 기억이다. 오디세우스가 점점 전쟁 영웅에서 가족 속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70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어려운 사람이 남는다. 페넬로페다.
#7120년 만에 어떤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남편이라고 한다. 페넬로페는 바로 품에 안기지 않는다. 당연하다. 20년이다.
#72그래서 마지막으로 시험한다. 하인에게 말한다. 부부의 침대를 방 밖으로 옮겨달라고.
#73그 순간 오디세우스가 반응한다. 그 침대는 옮길 수 없다. 자신이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를 중심으로 직접 만든 침대이기 때문이다. 나무줄기를 침대의 한 기둥으로 삼고 그 주위에 방을 만들었다. 침대를 옮기려면 사실상 나무를 베어야 한다.
#74그 사실을 아는 남편이 눈앞에 있다. 그제야 페넬로페는 확신한다. 오디세우스다.
#75이 장면이 "오디세이" 전체에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20년 동안 움직였다. 트로이로 갔다. 바다를 떠돌았다. 섬에서 섬으로 갔다. 저승까지 갔다.
#76사람을 잃었다. 배를 잃었다. 20년 동안 모든 것이 움직이고 변했다. 그런데 그의 집 한가운데에는— 움직이지 않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가 부부의 침대를 붙잡고 있었다.
#77그리고 마지막에 두 사람을 다시 연결한 것도 영웅의 명성이 아니라 둘만 알고 있던 그 침대였다.
#78"오디세이"에는 키클롭스가 있다. 마녀가 있다. 세이렌이 있다. 괴물이 있다.
#79신들이 인간의 삶에 끼어든다. 저승까지 간다. 그런데 그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이상할 만큼 평범한 것들이 남는다.
#80아내. 아들. 아버지. 어머니. 늙은 개. 집.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섬을 떠난 선택도 이해되기 시작한다. 영원히 살 수 있어도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81하지만 귀향에는 잔인한 면도 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되찾지 못했다. 어머니에게는 늦었다. 아르고스와도 제대로 재회하지 못했다. 아들은 이미 자신의 도움 없이 성인이 됐다.
#82집에 돌아간다고 떠나기 전의 시간까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돌아간다.
#83그 후로 거의 2,800년 동안 이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양 문학과 예술에 수없이 다시 등장했고, odyssey라는 단어 자체가 길고 파란만장한 여정을 뜻하게 됐다. 그러다가 1994년, 가 새로운 미니밴을 내놓았다. 이름은 Odyssey.
#84키클롭스. 세이렌. 저승. 포세이돈의 분노.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리고— 3열 시트.
#85인류의 위대한 귀향 서사 이름이 가족 태우고 여행하기 좋은 미니밴에 붙었다. 굉장히 웃긴 결말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86최초의 오디세이는 세상을 정복하러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87그리고 실제 혼다의 첫 오디세이 역시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이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를 만들겠다는 문제에서 출발해 1994년 출시됐고,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혼다의 당시 자동차 사업 회복에 중요한 모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신화에서 패밀리카까지. "Odyssey"라는 이름 자체가 정말 긴 여행을 해버렸다.
#88그리고 2026년. 이 "The Odyssey"를 영화로 만들었다. 오디세우스 역은 . 페넬로페는 , 텔레마코스는 가 맡았다.
#89놀란은 이 오래된 이야기를 작게 되살리지 않았다. 영화 전체를 IMAX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해 IMAX가 차세대 카메라와 동시녹음 기술까지 개발했다. 영화는 2026년 7월 세계 시장에서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8월 5일부터 IMAX 상영이 시작됐다.
#90그리고 다시 사람들이 몰렸다. 개봉 첫 주말 IMAX에서만 전 세계 5,200만 달러를 기록했고, 8월 10일에는 IMAX 누적 2억8,900만 달러에 도달하며 당시 IMAX 역사상 최고 흥행작이 됐다.
#91생각하면 상당히 이상한 광경이다. 약 2,800년 전 누군가가 오디세우스라는 남자가 집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노래했다.
#92그 이야기가 세대를 건넜다. 문자가 바뀌었다. 언어가 바뀌었다. 나라가 생기고 사라졌다. 영화라는 매체가 발명됐다. IMAX라는 거대한 화면이 생겼다.
#93그리고 2026년의 인간들은 최신 카메라 기술까지 만들어— 또 그 남자가 집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94여기까지 오면 마지막으로 이상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오디세이"를 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호메로스가 정확히 누구였는지부터 간단하지 않다. 실존했던 한 명의 시인이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가 정말 한 사람에게서 완성됐는지, 오랜 구전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됐는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95더 내려가면 이야기는 현실과도 부딪힌다. 트로이는 정말 있었을까? 오늘날 튀르키예 히사를르크에는 고대 로 인정되는 유적이 있다.
#96그렇다면 트로이 전쟁은 실제로 있었을까? 트로이 목마도 있었을까? 오디세우스는?
#97신화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문학이 고고학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다시 호기심이 시작된다.
#98처음에는 우스웠다. 전쟁이 끝났는데 집에 가는 데 10년이 걸렸다. 자기 이름만 안 밝혔어도 될 일을 굳이 밝혔다. 집이 보이는데 부하들이 바람주머니를 열었다. 세이렌이 위험하다는데 굳이 듣겠다고 자신을 묶었다.
#99그래서 "오디세이"는 미친 귀갓길처럼 보인다. 그런데 끝까지 가보면 알게 된다.
#100그가 돌아가려던 곳에는 페넬로페가 있었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텔레마코스가 있었다. 늙어버린 라에르테스가 있었다. 20년 동안 기다린 아르고스가 있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돌아와 다시는 안을 수 없게 된 안티클레이아가 있었다.
#101집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멈춰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늙었고, 아이는 자랐고, 누군가는 죽었다.
#102그래서 오디세우스가 되찾은 것은 20년 전의 삶이 아니다. 20년이 흘러버린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자기 삶이었다.
#103키클롭스도, 세이렌도, 신들의 분노도 결국 이 이야기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끝에 오디세우스가 원했던 것은 처음부터 놀랄 만큼 작았다.
#104집에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