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개발 끝에 흥행과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쥔 데브캣의 MMORPG
아무도 출시를 믿지 않게 된 뒤에야 시작된 게임
#12024년,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게임 하나에 이상한 숫자가 붙었다. 930억 원.
#2개발사 이 코리아에서 빌린 돈이었다. 더 이상한 것은 당시 이 회사가 사실상 게임 하나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는 점이다.
#3마비노기 모바일. 2017년에 처음 공개된 게임이었다. 7년이 지났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다.
#4처음에는 사람들이 출시일을 기다렸다. 나중에는 출시일보다 개발비가 더 빨리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보였다.
#5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2017년보다 더 멀리 가야 한다. 2004년으로.
#62004년 등장한 마비노기는 당시 MMORPG 사이에서도 꽤 이상한 게임이었다. 물론 몬스터와 싸웠다. 던전에도 갔다.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이야기도 있었다.
#7그런데 아르바이트도 했다. 요리하고, 낚시하고, 옷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고, 모닥불에 둘러앉았다. 캐릭터는 나이를 먹었고 음식을 먹으면 체형도 변했다. 세계의 운명을 구하러 접속했는데 친구가 옷 색깔을 골라달라고 해서 세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한 게임이었다.
#8세계는 아직 위험했다. 옷은 완벽해졌다. 이 게임을 만든 핵심 인물이 김동건이었다. 마비노기가 추구했던 판타지는 강한 전사가 되는 것만이 아니었다. 판타지 세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놀고, 생활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9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 영웅이 된다기보다, 거기에 이사 가서 사는 쪽에 가까웠다.
#10그렇게 시작한 세계가 10년을 넘겨 살아남았다. 그리고 2017년, 김동건은 자신이 만들었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모바일이었다.
#11마비노기 모바일이 처음 공개됐을 때 기대할 이유는 충분했다. 20년 가까이 서비스하게 될 넥슨의 대표 IP. 원작의 핵심 개발자 김동건. 그리고 데브캣.
#12단순히 PC 게임을 휴대전화 화면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도 아니었다. 원작의 감성과 낭만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 만들겠다는 게임이었다.
#132018년에는 지스타에서 실제로 게임을 보여줬다. 김동건 옆에는 디렉터도 있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14여기까지 왔으면 다음 단계는 보통 하나다. 출시. 그런데 마비노기 모바일의 다음 단계는 조금 달랐다. 기다림이었다.
#152018년이 지나갔다.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2019년이 지나갔다. 2020년이 지나갔다. 2021년이 지나갔다.
#16여기까지 기다렸으면 팬이라기보다 프로젝트의 역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17그러다 2022년, 마비노기 모바일이 지스타에 다시 나타났다. 게임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18김동건은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개발 방식을 택하면서 기존 방식과 달라 시행착오가 많았고 힘든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19사람들은 다시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나오겠지. 2023년이 지나갔다. 또 안 나왔다.
#20처음 공개됐을 때 중학생이었던 사람이라면 출시 전에 성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유저의 인생도 같이 개발하고 있었다.
#21더 묘한 것은 사람이었다. 2018년 지스타에서 김동건과 함께 게임을 소개했던 이진훈은 몇 년 뒤에도 이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2025년, 게임이 정말 출시됐을 때도 그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디렉터였다.
#22"7년"이라고 쓰면 숫자 하나다. 2018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2025년에도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면 갑자기 시간이 보인다.
#23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것도 커졌다. 돈이었다. 데브캣은 넥슨코리아로부터 2021년 400억 원, 2023년 320억 원을 빌렸고 이후 추가 차입까지 이어졌다. 출시 직전까지 알려진 총차입금은 1,040억 원에 달했다.
#24이것이 곧 마비노기 모바일의 정확한 개발비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데브캣의 핵심 프로젝트가 마비노기 모바일이었던 만큼 상당한 자금이 개발에 투입됐을 것으로 여겨졌고, 넥슨 내부 스튜디오 시절부터 들어간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개발비가 1천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5게임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캐릭터가 하나 있었다. 개발비였다.
#26그리고 이쯤 되자 질문도 달라졌다. "언제 나와?"가 아니었다. "이거 나와서 성공할 수는 있는 거야?"
#272018년에도 못 냈다. 2023년 목표도 지키지 못했다. 2024년에는 언론에서 아예 "7년째 공전"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28그런데 프로젝트는 죽지 않았다. 넥슨은 자금을 계속 공급했고 데브캣은 계속 만들었다.
#29공개된 자료만으로 그 과정에서 넥슨 내부에 어떤 논쟁과 판단이 있었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계속 "조금만 더 해봅시다" 버튼을 누른 것 같은 상황이었다.
#30그리고 2025년 2월 6일. 드디어 김동건이 다시 사람들 앞에 섰다.
#31온라인 론칭 쇼케이스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의 출시일이 공개됐다. 2025년 3월 27일.
#32이번에는 달랐다. "출시 예정"이 아니었다. 연도가 있었다. 월도 있었다. 일도 있었다.
#333월 25일에는 사전 다운로드와 캐릭터 생성이 시작됐다. 준비된 서버의 수용 인원이 조기에 차면서 증설도 이어졌다.
#34그리고 3월 27일.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나왔다. 2017년 처음 공개된 뒤 약 8년 만이었다.
#35다른 게임에게 출시일은 이야기의 시작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에게는 이미 8년짜리 이야기의 결말처럼 보였다.
#36하지만 사실 훨씬 무서운 질문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해줄까?
#37사람들이 왔다. 출시 직후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출시 약 50일 만에는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추정 누적 매출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38그리고 7개월쯤 지나자 숫자의 단위가 달라졌다. 넥슨이 밝힌 누적 매출은 3,000억 원 이상.
#39출시 전에는 1천억 원이라는 숫자가 마비노기 모바일을 따라다녔다. 출시 뒤에는 3천억 원이라는 숫자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40물론 개발비와 매출을 그대로 비교해 "세 배를 벌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매출은 이익이 아니며 플랫폼 수수료와 인건비, 마케팅비, 운영비 등도 존재한다.
#41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1천억 원대 개발비가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며 실패를 걱정받던 게임이 출시 7개월 만에 수천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넥슨은 게임대상 시점에 마비노기 모바일이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고 밝혔다.
#42그런데 더 재미있는 숫자는 따로 있었다. 1%.
#43마비노기는 2004년에 나온 게임이다. 그래서 모바일판이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 있었다.
#44옛날 마비노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 추억의 음악을 듣고, "아, 이거 기억난다." 하면서 다시 에린으로 들어오는 것.
#45실제로 그런 이용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2025년 9월 집계에서 마비노기 모바일 이용자의 73.1%가 10대와 20대였다. 10대와 20대 각각 국내 MMORPG 장르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위를 기록했다.
#4620년 된 IP의 추억을 다시 꺼냈는데, 정작 게임의 중심에 젊은 이용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추억을 꺼내놨더니 새로운 세대가 주워갔다.
#47이걸 단순히 "젊은 사람 취향의 그래픽이라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개발진이 강조한 이유 중 하나는 MMORPG의 오래된 본질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48마비노기 모바일은 강한 경쟁과 고액 결제를 중심으로 굴러가던 국내 모바일 MMORPG의 익숙한 공식과 조금 다른 방향을 택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고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중요하게 만들었고, 과금에서도 소수의 초고액 결제자에게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낮은 평균 금액을 결제하는 구조를 추구했다.
#49모바일만 고집하지도 않았다. PC와 모바일을 함께 지원했고 2025년 가을에는 이용자의 약 35%가 PC로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진훈은 자신의 어머니도 게임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5010대가 들어왔다. 20대가 들어왔다. 원작 팬도 돌아왔다. 디렉터의 어머니도 들어왔다.
#518년 동안 문을 안 열더니, 한번 열자 별사람이 다 에린으로 들어왔다.
#522025년 가을, 서울 성수동에서는 조금 묘한 전시가 열렸다. 이름은 "모험가의 기록 展".
#53전시장 벽에는 개발자들이 만든 콘셉트 아트만 걸린 것이 아니었다. 이용자들이 마비노기 모바일 안에서 직접 찍은 스크린샷도 걸렸다.
#54생각해보면 이상한 광경이다. 개발자들은 8년 동안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마침내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55친구를 만났다. 옷을 입었다. 여행했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뒤 그 가상세계에서 찍은 사진이 현실 세계의 전시장 벽에 걸렸다.
#56이진훈과 넥슨의 은 게임을 만든 것은 개발진이지만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이용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578년 동안 개발자들이 만든 것은 게임이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만들기 시작한 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추억이었다.
#58그리고 2025년 11월 12일. 그 긴 개발의 끝에 상 하나가 놓였다.
#59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인 대통령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마비노기 모바일.
#60기획·시나리오와 사운드 부문의 기술·창작상까지 받아 3관왕이 됐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7년째 공전"이라는 말과 930억 원이라는 숫자로 기사에 등장했던 프로젝트였다. 그 게임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61김동건이 무대에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다.
#62마비노기에는 처음부터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63그런데 마비노기 모바일을 만드는 긴 시간 동안 김동건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상을 받은 그는 할머니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648년. 앞에서는 그렇게 웃긴 숫자였다. 게임 하나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웃었다. 공개할 때 중학생이었던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농담했다.
#65그런데 사람의 인생에서 8년은 정말 긴 시간이다. 개발자가 나이를 먹을 만큼. 팬이 어른이 될 만큼. 새로운 세대가 자랄 만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만큼.
#662004년, 김동건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은 판타지 세계를 만들었다. 20여 년 뒤 그는 그 세계를 다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안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672026년 3월.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1주년을 맞았다. 이제 "8년 만에 나온 게임"이라는 화제성만으로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첫해를 살아남았는지를 볼 차례였다.
#681주년을 맞아 새로운 이야기와 던전, 레이드 등이 추가됐고 출시 후 첫 신규 서버도 열렸다. 업데이트 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가 30위권까지 내려가 있던 게임은 업데이트 직후 다시 1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2026년 봄에는 수십만 명 규모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유지하며 모바일 MMORPG 최상위권에 남아 있었다.
#69그리고 이 게임은 여전히 조금 마비노기다웠다. 새로운 전투 콘텐츠만 만든 것이 아니다. 친구나 길드원과 게임 안에서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공간 같은 소셜 기능도 등장했다.
#7020년 전에는 모닥불 앞에서 사람들이 수다를 떨었다. 2026년에는 가상의 공간에 모여 같이 영상을 본다.
#71기술은 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
#722026년에는 시즌2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시험도 준비되고 있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의 해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73한국에서 10~20대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질문은 달라진다. 마비노기의 낭만은 한국 밖에서도 통할까?
#74출시 7개월 뒤 이진훈은 마비노기 모바일을 앞으로 20년 이상 이어지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이야기했다.
#75조금 웃긴다. 만드는 데 8년이 걸린 게임이 이제 20년을 이야기한다. 마비노기 모바일에게 8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튜토리얼이었는지도 모른다.
#76그리고 넥슨은 모바일판만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PC 마비노기 자체를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마비노기의 세계를 활용한 다른 작품들도 계속 움직인다.
#77그러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2018년에도 나오지 않았다. 2023년 출시 목표도 지나갔다. 1천억 원대 자금이 들어갔다.
#78그래도 데브캣은 만들었다. 넥슨도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았다. 김동건은 계속 마비노기다운 것을 만들려고 했다.
#798년 만에 나온 게임은 결국 흥행했고,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이제 이 사람들은 또 다음 20년을 이야기한다.
#80그렇다면 정말 이상한 것은 마비노기 모바일의 개발 기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이상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81대체 2004년의 마비노기는 어떤 게임이었길래, 사람들은 20년이 지나서도 이 세계를 계속 만들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