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G와 안원잘부를 만든 콘텐츠 제작사
사람에게 뭔가 시키던 대학생은 어떻게 사람을 발견하는 제작자가 되었나
#12026년 2월, 유튜브에 이름부터 이상하게 긴 채널 하나가 생겼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2주인공은 당시 데뷔 2년 차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였다.
#3원이는 이미 여러 유튜브 콘텐츠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고 있었다. 특히 개그맨 이선민·유영우에게 운전을 배우며 고향 거제를 돌아다니는 "나의 연수 아저씨"에서 특유의 넉살과 예능감을 보여줬다. 그걸 눈여겨본 곳이 솔파스튜디오였다. 솔파는 원이를 중심으로 아예 개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4결과만 보면 선구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5이 회사는 10년 넘게 계속 비슷한 짓을 해왔다. 아직 사람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을 카메라 앞에 데려온다. 이상한 상황을 하나 만든다. 그리고 기다린다. 사람들이 그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까지.
#6은 어릴 때부터 영상감독이 되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연습 삼아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그 채널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름은 .
#7당시 윤성원의 관심사는 훗날의 작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원초적이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8사람을 데려온다. 음식을 먹인다. 화장을 시킨다. 음악을 들려준다. 이상형을 고르게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켠다.
#9Solfa의 초기 제작 방법론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을 데려온다 → 뭔가 시킨다 → 인간이 반응한다 → 조회수가 나온다.
#10사회과학 연구였다면 연구윤리심의위원회가 등장했을 것 같은데, 유튜브였기 때문에 구독 버튼이 등장했다.
#11"이상형 10명 한 번에 만나기"는 조회수 4천만 회를 넘겼고, "40 대 1 이상형 찾기 실사판" 남녀 편, "한국 여자가 서양식 화장을 해본다면?", "한국 여자들 왜 이렇게 눈이 작나요?에 대한 답변" 등도 각각 1천만 회를 넘겼다. 2021년 인수 당시 알려진 기준으로 Solfa 영상 50개 가운데 무려 5개가 1천만 조회수를 넘겼다.
#12심지어 "40 대 1 이상형 찾기" 포맷은 미국 유튜브 채널 에 라이선스로 판매됐다.
#13보통 이상형은 살면서 한 명씩 만난다. 솔파는 효율을 높였다. 한꺼번에 40명을 투입했다.
#14그런데 윤성원이 여기서 멈췄다면 솔파스튜디오 이야기는 "리액션 콘텐츠를 잘 만든 초기 유튜버"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자기가 찾아낸 공식을 버리기 시작했다.
#152019년 가 시작됐다. 아이와 어른이 만난다. 유명 가수가 자기 노래를 아이에게 들려준다. 배우가 아이와 이야기한다. 아이는 상대가 얼마나 유명한지 별로 신경 쓰지 않기도 한다.
#16제작진이 어렵게 톱스타를 데려왔는데 초등학생 한 명이 등장해서 사회적 지위를 초기화해버리는 구조다.
#17아이유, 조인성, 전도연, 지코, 제시, 신세경, 엑소 등 수많은 유명인이 이곳에 앉았다.
#18그런데 ODG의 진짜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윤성원은 ODG가 어린아이를 패널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어른 시청자를 위해 만든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면서 자기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만들고 싶었다.
#19ODG가 내건 문장도 그래서 이랬다. "당신도 한때는 아이였다." 여기서 솔파의 콘텐츠는 묘하게 변한다. Solfa에서는 사람의 반응이 콘텐츠였다. ODG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콘텐츠가 됐다.
#20처음에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먹이고 표정을 찍었다. 사람들이 웃었다. 몇 년 뒤에는 아이와 어른을 마주 앉혔다. 별것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울기 시작했다.
#21ODG의 카메라는 아이를 찍고 있었지만, 어쩌면 윤성원이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은 화면 안에 없었다. 그 영상을 보고 있는 어른이었다.
#22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어린 시절의 자신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동안 그 아이는 점점 멀어진다. ODG는 유명인을 아이 앞에 앉혔지만 화면 밖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른도 함께 아이 앞에 앉아 있었다.
#23이 변화는 제대로 먹혔다. 2021년 11월 무렵 ODG 구독자는 약 284만 명, Solfa는 약 138만 명이었다. 두 채널에 올라온 172편의 누적 조회수는 7억 회를 넘었다.
#24영상 하나당 평균 약 410만 회. 172번 던졌는데 평균 410만 명이 구경하러 온 셈이다.
#25한 번의 성공이라면 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두 번째 성공까지 만들어버리면 질문이 달라진다. 이 사람, 만드는 법을 아는 것 아닌가?
#26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27는 에 있던 시절부터 윤성원을 알았다. 그때는 ODG조차 없었다. 윤성원에게는 Solfa 채널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28그런데 박정하는 그때부터 윤성원의 콘텐츠에 매력을 느꼈다고 훗날 말했다.
#29시간이 흘렀다. 윤성원은 ODG를 만들었다. 박정하는 미디어커머스 기업 를 창업했다. 그리고 2021년 둘의 길이 다시 만났다.
#30박정하의 판단은 꽤 명확했다. 윤성원에게 좋은 제작 환경과 인력을 붙이면 훨씬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31그래서 상당히 자본주의적인 방법으로 창작의 자유를 지원했다. 회사를 인수했다.
#32어댑트는 2021년 ODG와 Solfa를 인수했다. 그런데 윤성원을 교체하지 않았다. 인수 뒤에도 윤성원 대표 체제로 독립 운영하고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대규모 시리즈물, 음악 채널, 1990년대생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OTT까지 진출한다는 그림도 있었다.
#33이 장면은 윤성원이 처음 제작사를 만든 이유와 묘하게 연결된다. 그는 대학생 시절 유튜브가 성장하자 한 가지 문제를 느꼈다고 했다. 계속 자유롭게 만들려면 금전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상 제작사를 만들었다.
#34그리고 몇 년 뒤, 그 사람의 콘텐츠를 오래 지켜본 사업가가 나타나 더 좋은 제작 환경과 사람을 붙이겠다고 했다. 대학생의 고민이 M&A까지 이어진 셈이다.
#35솔파의 진짜 변화는 이때부터 더 선명해졌다. 한 채널이 성공하면 그 채널을 계속 키우는 방법도 있다. 솔파는 자꾸 새 채널을 만들었다.
#36HUP!. Film94. "1994 일구구사". "존이냐박이냐". "2005채연". "양홍원의 육아일기". 그리고 훗날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37한 회사의 포트폴리오라고 하기에는 이름부터 상당히 자유롭다. ODG를 만든 회사가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를 만들고 "양홍원의 육아일기"도 만든다. 브랜드 아키텍처 담당자가 있었다면 중간에 한 번쯤 창밖을 바라봤을 것 같다.
#38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상할 만큼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다. 세대가 다른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서로 관계를 맺는 사람. 특정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
#39윤성원은 2021년 네이버 세미콜론 스튜디오에서 CP 역할을 수행하며 론칭에도 관여했다. Pixid를 솔파가 만든 채널이라고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을 특정한 상황 안에 넣고 서로를 관찰하게 만드는 대표 포맷들을 생각하면 윤성원이 오래 다뤄온 관심사와 묘하게 겹친다.
#40이쯤 되면 윤성원은 자기 얼굴을 IP로 만든 전형적인 유튜버와는 조금 달랐다. 사람을 넣으면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41Solfa에는 일반인을 넣었다. ODG에는 아이와 어른을 넣었다. 다른 프로젝트에는 또 다른 인간 조합을 넣었다.
#42기계의 모양은 계속 바뀌었는데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계속 사람이었다.
#43사업도 빠르게 커졌다. 2021년 솔파스튜디오 매출은 약 8억 6천만 원이었다. 2022년에는 약 20억 8천만 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약 7억 9천만 원이었다.
#44그런데 2023년 숫자가 이상하다. 매출 약 13억 4천만 원. 영업이익은 약 -2억 7천만 원.
#45순항하던 숫자가 갑자기 꺾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문제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그 이유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의 비용 때문이었는지, 프로젝트성 매출의 변동이었는지, 조직이나 시장의 문제였는지 단정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솔파가 거대한 위기에 빠졌지만 윤성원이 불굴의 의지로 극복했다" 같은 이야기를 만들면 안 된다.
#46확인되는 건 숫자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숫자가 더 이상하다. 2024년 매출은 약 28억 9천만 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약 5억 4천만 원으로 다시 흑자로 돌아왔다. 2022년의 종전 최고 매출마저 넘어섰다.
#47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던지고 반응을 관찰해온 회사인데, 이번에는 재무제표가 보는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던졌다.
#48왜 꺾였고 정확히 무엇이 반등을 만들었는지는 공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숫자는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49그런데 숫자보다 재미있는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502026년 2월.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온다. 솔파스튜디오는 원이의 예능감을 눈여겨보고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원이를 중심으로 한 웹예능이었다. 그러다 리센느 멤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51그리고 미나미가 등장한다. 미나미는 일본인 멤버다. 어느 영상에서 갸루 스타일로 꾸민 미나미를 본 원이가 말했다.
#52"너 지금 이러고 거제 가잖아? 거제 시민들한테 혼나." 미나미가 받아쳤다.
#53"거제, 야호~!" '야호'는 산 정상에서 외치는 그 야호가 아니라 일본 젊은 층이 가볍게 사용하는 인사말이었다. 그런데 이 엉뚱한 한마디가 인터넷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54"거제 야호"가 밈이 됐다. 사람들이 원이와 미나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센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리센느 멤버 전원이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데까지 이어졌다.
#55더 놀라운 일은 음악에서 벌어졌다. 2024년에 발표됐지만 당시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리센느의 "LOVE ATTACK"이 2026년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리센느 검색 이용자는 '거제 야호' 신드롬 이후 크게 증가했고, "LOVE ATTACK"은 멜론 톱100 정상까지 올라갔다. 2년 된 노래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56한 아이돌 멤버를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가 다른 멤버의 밈을 만들고, 그 밈이 그룹을 알리고, 그 관심이 2년 전 음악까지 끌어올렸다.
#57사람 하나를 찍기 시작했는데 그룹의 역사가 바뀌었다.
#58이 과정에는 작지만 솔파다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원이와 미나미가 거제 바다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상에 제작진은 의 "Summer"를 사용했다. 문제는 저작권이었다. 그 음악을 사용하면 영상 수익화가 어려워질 수 있었다.
#59그런데 윤성원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결국 영상의 수익 창출을 포기하고 그 음악을 사용했다. 장면에는 그 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60이 선택을 윤성원의 평생에 걸친 창작 철학이라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묘하게 처음과 연결되는 장면이기는 하다.
#61대학생 시절 윤성원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싶어서 제작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2년쯤 지나서는 히트하고 있는 영상 하나에서 장면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음악을 넣었다.
#62조회수를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조회수로 벌 돈보다 장면을 골랐다.
#632014년 Solfa를 다시 보면 기획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상형 10명 한 번에 만나기."
#64사람에게 강한 상황을 던진다. 이 사람에게 이것을 시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652019년 ODG에서는 장치가 조금 줄어든다. 아이와 어른을 만난다. 이 사람과 이 사람을 만나게 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662026년 안원잘부를 보면 또 조금 달라진다. 원이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미나미가 온다. 제나가 온다. 멤버들이 말하고, 여행하고, 장난치고, 자기 고향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우연히 나온 "거제 야호" 같은 한마디가 콘텐츠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67이 사람을 오래 바라보면 무엇이 나올까? 물론 이것은 솔파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제작론이 아니다. 12년 동안 나온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이어놓고 보면 그렇게 보인다는 해석이다.
#68그런데 변화는 흥미롭다. 점점 장치가 줄어든다. 그리고 사람이 커진다. 어쩌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에는 재미있는 상황을 발명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 상황 안에 누구를 앉혀놓아야 하는지 알아보는 능력도 포함되는지 모른다. 솔파는 두 번째 능력을 계속 증명해왔다.
#69윤성원은 30대가 된 뒤 20대를 돌아보며, 그때였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영상들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실패한 경험이 많지만, 그 시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늦기 전에 도전하라고 했다.
#70그 말을 알고 나면 ODG의 문장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당신도 한때는 아이였다."
#71ODG는 어른에게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라고 만든 채널이었다. 그런데 솔파스튜디오 자체도 한때는 영상감독을 꿈꾸던 대학생의 연습용 유튜브 채널이었다.
#72그 채널이 사람의 우스운 표정을 발견했다. 그다음에는 사람의 마음을 발견했다. 여러 채널을 만들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던 아이돌에게 카메라를 돌렸고, 그 옆에 있던 멤버가 무심코 "거제 야호"라고 말했다.
#73사람들이 몰려왔다. 12년 동안 유튜브는 수도 없이 바뀌었다. 유행하는 포맷도 바뀌었고, 카메라도 바뀌었고, Solfa는 솔파스튜디오라는 제작사가 됐다. 2026년 기준 공개 기업정보에는 대표 윤성원, 직원 17명, 어댑트 100% 지분의 회사로 기록돼 있다.
#74방송국이라고 하기에는 작다. 유튜브 채널이라고 하기에는 만드는 게 너무 많다. 광고 제작사라고 하기에는 자기 콘텐츠를 너무 열심히 만든다.
#75그런데 윤성원이 하는 일은 이상할 만큼 비슷하다.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에게 맞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카메라를 켠다.
#76처음에는 사람에게서 웃긴 표정을 발견했다. 어느 순간 그 표정 뒤에 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 무언가를 먼저 발견하려 한다.
#77어쩌면 솔파스튜디오가 지난 12년 동안 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사람을 발견하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