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를 만든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이자 프로듀서 더풀킴
인이어도 모르던 작곡가는 어떻게 리센느를 만든 사람이 됐나
#12026년 "전지적 참견 시점"에 리센느라는 걸그룹의 매니저가 등장했다. 이름은 김혜수. 그런데 이 사람, 알고 보니 그냥 매니저가 아니었다.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였다. 리센느의 음악과 비주얼을 비롯한 제작 전반을 맡는 핵심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리센느 음반 크레딧에서 ‘더풀킴(Derful Kim)’이라는 이름을 봤다면 그 사람이 김혜수다.
#2작사한다. 작곡한다. 편곡한다. 보컬 디렉팅도 한다. 녹음에도 관여한다. A&R을 챙기고 그룹의 비주얼까지 고민한다. 초창기에는 회사 재무도 맡았다. 그리고 사람이 필요하면 매니저도 한다. 이쯤 되면 ‘사내이사’는 직책이라기보다 회사 안에 있는 일을 대체로 한다는 뜻처럼 보인다.
#3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몇 년 전 처음 자기 회사 아이돌을 데리고 음악방송에 갔을 때, 김혜수와 동료들은 인이어를 어떻게 착용시키는지도 몰랐다. 옆에 있던 다른 가수의 매니저에게 물어봐야 했다.
#4회사에 사람이 많아서 업무가 세분화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처음 회사를 만든 사람은 세 명. 모은 돈은 약 1,000만 원이었다.
#5시간을 조금 돌려보자. 김혜수는 미국 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그곳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난 사람이 이주헌이었다.
#6두 사람은 꽤 달랐다. 이주헌은 보컬 그룹 멤버로 직접 가수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고, 김혜수는 작곡을 공부했다. 훗날 김혜수는 두 사람이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말하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서로 보완된다고 설명했다.
#7둘은 함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팀 이름은 ‘The Muze’. 여기서 중요한 건 당시 The Muze가 연예기획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작곡팀이었다.
#8두 사람은 프로듀싱팀으로 활동하며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가 "킹덤: 레전더리 워" 파이널에서 선보인 "피날레 (Show And Prove)" 같은 작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9보통 연예기획사가 생기고 그 안에 프로듀싱팀이 만들어진다. 이 사람들은 반대로 갔다. 작곡팀을 만들었다. 계속 음악을 만들었다.
#10그러다 2020년 말, 그 작곡팀 이름 뒤에 ‘Entertainment’가 붙었다. 음악 만들려고 모인 사람들이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법인이 생긴 것이다.
#11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은 상당히 작았다. 사람은 세 명. 각자 돈을 모아 마련한 법인 설립 자금은 약 1,000만 원이었다.
#12아이돌 한 팀 제작비가 1,000만 원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회사 시작할 돈이 1,000만 원이었다.
#13더 큰 문제는 돈만이 아니었다. 셋 모두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경력이 없었다. 음악은 안다. 회사는 모른다. 그래서 직접 해야 했다.
#14김혜수는 음악을 만들면서 회계와 재무 업무까지 맡았다. 이주헌은 대표가 된 뒤에도 직접 차를 몰았다. 회사가 커지면서 이주헌은 PR과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김혜수는 음악·비주얼과 A&R을 비롯한 제작 영역을 중심으로 역할이 나뉘어갔다.
#15처음부터 거대한 K팝 회사를 설계해놓고 사람을 채워 넣은 게 아니었다. 잘하는 것 하나를 들고 시작해서 필요한 일을 하나씩 배워가는 회사에 가까웠다.
#16그리고 어느 순간 이 사람들이 상당히 무모한 결정을 한다. 다른 가수의 음악을 만드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자기들이 직접 걸그룹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17노래를 만드는 것과 아이돌 그룹 하나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멤버를 뽑아야 한다. 연습시켜야 한다.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야 한다. 홍보해야 한다. 방송국에 데려가야 한다. 팬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돌아가는 동안 회사도 살아 있어야 한다.
#18더뮤즈에는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본 거대한 시스템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하나씩 배웠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첫 음악방송이었다.
#19드디어 자신들이 만든 아이돌을 데리고 방송국에 갔다. 그런데 인이어를 어떻게 착용시키는지 몰랐다. 작곡은 할 줄 알았다. 회사도 만들었다. 아이돌도 만들었다. 그런데 귀에서 막혔다. 결국 다른 가수의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이 이야기가 중요한 건 더뮤즈가 서툴렀다는 증거라서가 아니다. 모르면 물어봤다. 그리고 다음에는 알게 됐다. 더뮤즈라는 회사는 그렇게 아이돌 회사를 배워갔다.
#212024년, 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첫 자체 제작 걸그룹 리센느가 데뷔했다.
#22김혜수가 리센느에 심은 핵심 감각 가운데 하나는 향과 기억이었다. 리센느라는 이름 자체가 향을 통해 장면을 다시 떠올린다는 발상과 연결된다. 눈으로만 기억되는 아이돌이 아니라 음악과 이미지가 어떤 향처럼 남아 다시 기억을 불러내는 그룹. "YoYo"에서 시작된 그 세계는 "LOVE ATTACK", "Pinball", "Mood", "Deja Vu", "CRASH", "Runaway" 같은 음악으로 이어졌다.
#23그리고 크레딧을 따라가면 ‘Derful Kim’이라는 이름이 계속 나온다. 김혜수는 단순히 회사에서 곡을 골라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작사·작곡·편곡뿐 아니라 보컬 디렉팅, 백그라운드 보컬, 레코딩 등 실제 음악 제작의 여러 단계에 관여했다. 일부 작업에서는 악기 연주 크레딧까지 확인된다.
#24옆에는 여전히 이주헌이 있었다. 리센느의 여러 음악 크레딧에서 두 사람은 Derful Kim과 Josh Lee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다. 버클리에서 함께 음악을 만들던 두 사람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에서 자기들이 만든 걸그룹의 음악을 다시 함께 만들고 있는 셈이다.
#25여기서 이야기가 곧장 해피엔딩으로 가지는 않는다. 리센느가 데뷔했다고 세상이 갑자기 더뮤즈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대형 기획사의 신인처럼 데뷔 전부터 거대한 팬덤과 미디어의 관심을 등에 업은 팀도 아니었다. 좋은 음악을 만든다고 사람들이 자동으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26"LOVE ATTACK"과 "Pinball" 같은 음악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리센느 특유의 색이 조금씩 알려졌다. 이후 노래들이 다시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7그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 한가운데, 나중에 보면 조금 특별해지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282024년 김혜수는 밴드 의 베이시스트 과 결혼했다. 축가를 맡은 사람들은 당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리센느였다.
#29회사 이사가 결혼한다. 소속 걸그룹이 축가를 부른다. 축가를 마친 멤버들은 결혼식 뷔페에서 밥을 먹는다. 잠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지 가족인지 동아리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30당시 온라인에는 리센느 멤버들을 결혼식장에서 봤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김혜수의 결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날의 이야기도 연결됐다.
#31그때는 그냥 작은 회사 사람들의 결혼식이었다. 아무도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신인 걸그룹의 노래가 몇 년 뒤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를 알고 다시 보면 그 장면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성공하기 전 찍어둔 가족사진 같다.
#32그리고 김혜수의 개인적인 음악 인연은 다시 리센느로 돌아왔다. 2026년에는 남편 강규현이 "Runaway" 밴드 라이브 작업에 참여했다. 라이브 레코딩과 연주, 믹싱·마스터링까지 함께했다.
#332024년에는 리센느가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렀고, 2026년에는 강규현이 리센느의 음악을 함께 만들었다.
#34리센느에게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LOVE ATTACK"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35사람들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리센느를 검색했다. 과거 콘텐츠가 다시 퍼졌다. 차트가 움직였다.
#36결국 2026년 "LOVE ATTACK"은 멜론 톱100 1위까지 올라갔다. 리센느는 7월 가수 브랜드평판에서 방탄소년단과 임영웅에 이어 3위에 오르는 등 데뷔 초기와는 전혀 다른 규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37그리고 사람들이 리센느를 발견하면서 다른 질문도 생겼다. “이 음악 누가 만들었지?” 그때 무대 뒤에 있던 사람들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38Josh Lee. Derful Kim. 이주헌과 김혜수였다.
#392026년 김혜수는 리센느와 함께 "전지적 참견 시점"에 등장했다. 화려한 스타 프로듀서로 나온 게 아니었다. 리센느의 매니저 역할로 등장했다.
#40그런데 방송을 보다 보니 이상하다. 이 매니저가 버클리 음악대학 출신이다. 알고 보니 회사 이사다. 리센느의 핵심 프로듀서다. 더뮤즈를 처음 만든 사람 중 하나다.
#41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뮤즈의 초창기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세 명. 1,000만 원. 엔터테인먼트 회사 경험 없음. 그리고 첫 음악방송에서 인이어를 어떻게 착용시키는지 몰랐던 사람들.
#42몇 년 동안 무대 뒤에 있던 제작자에게까지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첫 "전참시" 출연 이후 리센느에는 광고 문의가 약 100건 들어왔고 홍보대사 제안도 이어졌다.
#43그리고 불과 얼마 뒤 두 번째 출연에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하나 나타났다.
#44기존 리센느 숙소에서는 다섯 멤버가 화장실 하나를 함께 사용했다. 그런데 2026년 8월 공개된 새 숙소는 99평이었다. 방 5개. 화장실 3개.
#45회사 성장 이야기를 꼭 매출 그래프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다섯 명이 쓰던 화장실 하나가 세 개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이 설명된다.
#46더뮤즈 자체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6년에는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론 처음의 1,000만 원과 20억 원은 같은 종류의 숫자가 아니다. 1,000만 원은 세 사람이 모았던 법인 설립 자금이고, 20억 원은 훗날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이다.
#47그래도 두 숫자를 같은 이야기 안에서 보는 순간 시간의 크기는 느껴진다. 1,000만 원으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이제 다른 사람에게 20억 원을 투자받는 회사를 만들었다.
#48성공과 직접 관계없는, 조금 웃긴 우연도 있다. 김혜수는 거제 옥포 출신이다. 그런데 리센느 멤버 역시 같은 지역 출신이다.
#49그것만으로도 신기한데 나중에는 더 이상한 연결이 발견됐다. 김혜수의 외삼촌과 원이의 어머니가 같은 학교 동창으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김혜수 자신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50버클리에서 만난 사람과 서울에서 회사를 만들고, 여러 사람 가운데 멤버를 뽑아 걸그룹을 만들었더니 그중 한 명의 어머니와 자기 외삼촌이 고향 친구였다. K팝 글로벌 시대에도 가끔 세상은 동네 동창회만큼 좁다.
#51김혜수의 이야기를 ‘천재 프로듀서가 걸그룹을 성공시킨 이야기’라고 요약하면 중요한 부분이 사라진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52김혜수가 알았던 것은 음악이었다. 이주헌과 작곡팀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만들었다. 그러다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일이 생기자 재무도 맡았다.
#53자기들의 걸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돌 사업은 처음이었다. 첫 음악방송에서는 인이어 착용법도 몰랐다. 모르면 물어봤다. 그렇게 하나씩 배웠다.
#54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밀어붙여 리센느를 만들었다. 바로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음악을 계속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그 음악을 발견했고, 그제야 음악 뒤에 있던 사람까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55처음 음악방송에 갔을 때 김혜수는 다른 팀 매니저에게 인이어를 어떻게 착용시키는지 물어봐야 했다. 몇 년 뒤 카메라는 그를 리센느의 매니저로 따라다니고 있었다.
#56그 사이 리센느는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다섯 명이 화장실 하나를 쓰던 숙소는 99평 집으로 바뀌었다. 1,000만 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57그런데 김혜수는 여전히 멤버들 옆에 있다.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옆에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버클리에서 만난 이주헌.
#58두 사람이 처음 함께 만든 것은 회사도, 걸그룹도 아니었다. 그냥 작곡팀 하나였다. The Muze.
#59그 이름은 회사 이름이 됐고, 그 회사에서는 리센느가 태어났다. 그리고 회사가 커진 지금도 리센느의 음악 크레딧을 펼쳐보면 두 사람이 다시 나타난다. Josh Lee와 Derful Kim.
#60회사는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시작점은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