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Airbnb·Stripe를 키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아직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알아보는 법
#1Y Combinator의 첫 번째 대박 회사는 Y Combinator에서 탈락했다.
#22005년, 버지니아대학교 학생 Steve Huffman과 Alexis Ohanian은 휴대전화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하는 서비스를 들고 한 신생 투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문제가 하나 있었다. 2005년이었다. 스마트폰도 없었다. 서비스를 만들려면 식당뿐 아니라 통신사까지 설득해야 했다. 스타트업 하나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보스전이 통신사부터였다.
#3심사하던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은 탈락했다.
#4그런데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는 싫었는데, 두 사람은 마음에 들었다. 패스트푸드 주문 서비스는 버리고 다른 것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5둘은 몇 주 만에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것이 Reddit이었다.
#6초기에는 사용자가 거의 없었다. 사이트가 텅 비어 보이지 않게 창업자들이 여러 계정을 만들어 직접 글을 올렸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인터넷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가 처음에는 창업자 몇 명이 계정을 바꿔가며 북 치고 장구 치는 사이트였던 셈이다.
#7그러다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짜 북적임 사이에 진짜 사용자가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8이 이상한 사건에는 훗날 YC라고 불리게 될 Y Combinator의 철학이 거의 전부 들어 있었다.
#9아이디어는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어쩌면 아이디어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것이 있다.
#10사람이다.
#11Y Combinator 창업자는 Paul Graham 한 명이 아니다.
#12Graham과 , , 네 사람이 2005년 함께 만들었다.
#13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Livingston은 당시 자신의 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벤처캐피털 업계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연인이던 Graham과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왜 이렇게 불편한지 자주 이야기했다.
#14Livingston은 원래부터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회사가 거의 죽을 뻔한 순간, 돈이 떨어진 순간, 제품을 갈아엎은 순간을 인터뷰했고, 이 작업은 훗날 라는 책이 됐다.
#15두 사람은 기존 투자 시장에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막 시작하는 젊은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몇만 달러와 몇 달의 시간이었는데, 투자 시장은 이미 어느 정도 증명된 회사에 더 큰돈을 넣는 데 익숙했다.
#16그러다 결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럼 우리가 직접 해보면 되지 않을까?
#17Graham은 자신과 함께 을 만들었던 Morris와 Blackwell에게 연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가운데 하나의 창업 과정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친구야, 우리 이거 한번 해볼래?"에 가까웠다.
#18사업계획서보다 저녁 대화가 먼저였다.
#19처음부터 세계적인 스타트업 투자 시스템을 만들 생각도 아니었다. 네 사람은 2005년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이라는 여름 프로그램을 열었다. 약 200팀이 지원했고 8개 팀을 뽑았다.
#20투자금은 창업자 한 명당 6,000달러였다. MIT 대학원생이 여름을 보내는 데 필요한 생활비 수준을 참고해 정한 돈이었다.
#21지금 보면 투자금이라기보다 "이번 여름 굶지는 마세요" 패키지에 가까웠다.
#22하지만 작은 돈 대신 창업자들을 한꺼번에 모았다. 같은 기간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를 찾고 서로의 실패를 지켜보게 했다.
#23이것이 예상 밖으로 중요했다. 혼자 회사를 만들면 매일 자기 회사만 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옆자리 회사를 보면 거기도 망하고 있다. 다른 옆자리를 보면 어제까지 망하던 회사가 오늘 갑자기 살아났다.
#24창업자들은 투자자에게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자신들이 만든 회사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 훗날 YC를 상징하게 되는 의 시작이었다.
#25첫 Demo Day를 지켜본 투자자는 약 15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작은 첫 기수에는 묘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26Reddit을 만들게 될 Huffman과 Ohanian. Kiko라는 캘린더 서비스를 만들던 과 . 그리고 Loopt라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들고 온 19세 창업자 Sam Altman.
#27지금 명단을 보면 실리콘밸리 제작진이 미래 시즌 등장인물을 대기실 하나에 몰아넣은 것처럼 보인다.
#28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Reddit은 아직 작은 사이트였다. Twitch는 존재하지 않았다. OpenAI도 존재하지 않았다.
#29모두 아직 무언가가 되기 전이었다.
#30YC 초기의 네 공동창업자는 역할이 묘하게 달랐다. Graham, Morris, Blackwell은 모두 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었다. Livingston은 달랐다.
#31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직후 사랑하던 할머니를 잃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Fidelity 고객센터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전화를 받았고, 이후 투자자 관계 업무와 잡지, 자동차 컨설팅 등 여러 일을 거쳤다. 잠시 웨딩플래너로 일하기도 했다.
#32이력서만 보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YC를 만들고 나자 흩어져 있던 경험들이 이상하게 하나로 모였다. 투자업계 경험은 투자사를 운영하는 데 쓰였고, 행사 경험은 주간 저녁식사와 Demo Day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쓰였다.
#33무엇보다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창업자를 고르는 데 쓰였다. YC 내부에서 Livingston에게 붙은 별명은 "Social Radar"였다.
#34면접에서 기술자들이 제품과 기술을 파고들 때 Livingston은 다른 것을 봤다. 이 사람은 솔직한가. 끝까지 버틸까. 공동창업자들의 관계는 어떤가.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을 바꿀 줄 아는가.
#35YC 초기 면접실에서 기술자 세 명이 CPU처럼 돌아가고 있었다면 Livingston은 인간관계 센서에 가까웠다.
#36그녀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외부에서 Paul Graham의 아내로만 소개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YC 안에서 그녀가 맡았던 일은 공동창업자를 고르고 공동체를 만들고 행사를 운영하는, YC라는 시스템의 핵심에 가까웠다.
#37Graham과 Livingston은 YC를 만들 당시 연인이었고 이후 결혼했다. YC가 빠르게 커지는 동안 Livingston은 아이를 낳고 키웠고, 출산 뒤에도 거의 쉬지 못한 채 일을 이어갔다고 훗날 회고했다.
#38한동안 쓸모없어 보이던 우회로들이 나중에 모두 같은 곳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39Livingston에게는 그곳이 YC였다.
#40몇 년 뒤 YC의 사람 보는 방식을 시험할 더 극단적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412008년 금융위기 한복판이었다. 세 명의 창업자가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자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듣기만 해도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42왜 남의 집에서 자야 하지? 누가 낯선 사람을 자기 집에 들이지? 안전 문제는? 호텔 놔두고 왜?
#43더 큰 문제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와 는 회사를 살리려고 2008년 미국 대선을 이용했다. Barack Obama와 John McCain을 패러디한 Obama O's와 Cap'n McCain's라는 시리얼 상자를 만들어 팔았다.
#44대부분의 투자자는 시장 규모를 묻는다. 이 사람들은 시리얼 상자를 들고 왔다.
#45Graham이 흥미를 느낀 것은 시리얼 사업의 성장성이 아니었다. 이 정도까지 해서 회사를 살리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46YC는 Chesky, Gebbia, 를 받아들였다.
#47그 회사가 Airbnb였다. 숙박 산업을 바꾸기 전에 잠깐 시리얼 회사처럼 살아남았던 셈이다.
#48Reddit에서는 별로인 아이디어 뒤에 있는 사람을 봤다. Airbnb에서는 망해가는 회사 뒤에 있는 집요함을 봤다.
#49YC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가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었다.
#50그 뒤 이름들이 계속 등장했다. . . . . . .
#51그리고 첫 기수에서 Kiko를 만들던 Justin Kan과 Emmett Shear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다.
#52Kiko는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다시 회사를 만들었다. Justin.tv가 나왔고, 그곳에서 게임 방송 부문이 떨어져 나와 가 됐다.
#53회사는 실패했는데 사람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YC가 투자하는 단위는 법적으로 회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54한 번 실패한 창업자가 다른 회사를 만든다. 성공한 창업자가 다음 창업자에게 조언한다. 어떤 사람은 투자자가 되어 돌아온다.
#55돈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복리가 붙기 시작했다. YC가 만든 유명한 서비스 중에는 회사가 아닌 것도 있다. 개발자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역시 YC에서 시작됐다.
#56YC는 어느새 투자 포트폴리오를 넘어 하나의 문화권을 만들고 있었다.
#57문제는 너무 잘된다는 것이었다. 첫 배치는 8개 회사였다. 20번째 배치 무렵에는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섰고, 다시 몇 년 뒤에는 200개 규모에 도달했다.
#58Demo Day도 달라졌다. 첫 행사에서는 투자자 약 15명이 회사를 봤다. 시간이 지나자 수백 명이 현장에 모이고 더 많은 투자자가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행사가 됐다. 2026년 YC는 Demo Day에 약 1,500명의 투자자와 미디어가 초청된다고 설명한다.
#59처음에는 YC가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 이제 투자자들이 YC를 찾아왔다. 그런데 YC의 장점은 원래 작은 집단에 있었다. 창업자들이 서로 알고, 파트너가 직접 회사를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Paul Graham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60회사가 수백 개가 되면 그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Paul Graham 한 명을 200조각으로 나눌 수는 없었다.
#61스타트업에게 스케일링을 가르치던 YC가 어느 날 자기 조직을 들여다봤더니 병목의 이름이 Paul Graham이었던 셈이다.
#622014년 Graham은 YC의 President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63조직이 더 성장해야 하는데 자신이 그 성장을 이끌 가장 적합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미 2012년부터 후임으로 점찍은 사람을 데려오려 했고, 설득에는 1년 이상이 걸렸다.
#64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알려면 2005년 첫 기수 명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65Loopt라는 회사를 들고 들어왔던 19세 창업자. Sam Altman이었다.
#66Loopt 자체가 Reddit이나 Airbnb 같은 거대한 회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2012년 Green Dot에 매각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YC가 투자했던 것은 Loopt만이 아니었다.
#67Sam Altman이라는 사람에게도 투자한 셈이었다. 2005년, 그는 YC에게 선택받았다.
#689년 뒤, YC가 그에게 맡겨졌다. Altman 시대에 YC는 더 빠르게 확장했다. 2014년 여름 배치가 약 85개 회사였는데 다음 겨울에는 100개를 훌쩍 넘어 Demo Day를 이틀로 나눠야 할 정도가 됐다.
#69투자 규모도 달라졌다. 창업자 한 명당 6,000달러에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2014년 회사당 12만 달러를 투자하는 구조로 커졌다.
#70YC Fellowship, YC Continuity, YC Research 같은 새로운 실험도 이어졌다. 첫 번째 여름 프로그램이 이제 자기 자신을 확장하는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71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초창기의 친밀함은 사라질 위험이 있었다. YC가 찾아낸 해결책은 조금 웃겼다.
#72너무 커진 YC 안에 작은 YC를 여러 개 만들었다. 스타트업들을 30~40개 정도의 작은 그룹으로 나눠 파트너와 창업자들이 더 밀접하게 교류하도록 했다. 거대한 시스템을 여러 작은 집단으로 쪼개 초창기의 밀도를 재현하려 한 것이다.
#738개 회사를 한꺼번에 모은 것이 YC의 혁신이었는데, 너무 성공한 뒤에는 다시 작은 집단으로 쪼개야 했다.
#74그리고 YC에는 점점 학교 같은 특징이 생겼다. 입학 심사가 있다. 기수가 있다. 동기가 있다. 선배가 있다. 마지막에는 Demo Day가 있다. 성공한 졸업생들이 돌아와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한다.
#75다만 이상한 학교다.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대신 학교가 학생에게 돈을 준다. 그리고 졸업 작품으로 회사를 만든다.
#76Sam Altman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2019년 Altman은 YC를 떠나 OpenAI에 더 집중하게 됐고, 이 뒤를 이었다.
#772023년부터 YC를 이끄는 역시 YC 밖에서 데려온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그는 Posterous 공동창업자로 YC의 2008년 여름 배치를 거쳤던 졸업생이다.
#782026년 Managing Partner가 된 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Escher Reality 공동창업자로 2017년 YC를 거쳤고, 회사를 Niantic에 매각한 뒤 YC로 돌아왔다. 이후 여러 해 동안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다 YC 경영진이 됐다.
#79 역시 BackType으로 YC를 거친 뒤 2026년 General Partner가 됐다.
#80학생이 졸업한다. 회사를 만든다.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다시 돌아와 다음 학생을 고른다.
#81YC의 진짜 복리 효과는 돈에서만 생긴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게서도 복리가 생겼다.
#822026년의 YC는 Winter, Spring, Summer, Fall, 1년에 네 번 배치를 운영한다. 한 번의 여름 실험이 계절마다 돌아가는 시스템이 됐다.
#83표준 투자 조건도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YC는 회사당 총 50만 달러를 투자한다. 12만 5,000달러는 지분 7%에 해당하는 post-money SAFE로, 나머지 37만 5,000달러는 MFN 조항이 붙은 uncapped SAFE로 투자한다.
#84여기서 사용하는 자체도 YC가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단순화하기 위해 만든 계약 방식이다.
#85즉 YC는 좋은 회사를 고르는 방법만 바꾼 것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법에도 흔적을 남겼다.
#86지원 경쟁도 극단적으로 치열해졌다. YC에는 3개월마다 1만 개가 넘는 회사가 지원하고, 통상 합격률은 약 1% 수준이다.
#87첫해에는 약 200팀 가운데 8팀을 뽑았다. 작은 여름 프로그램이 스타트업 세계의 입시처럼 변했다.
#88현재까지 YC가 지원한 회사는 5,000개를 넘고 창업자는 7,000명을 넘는다. YC는 그 가운데 기업가치 1억 달러를 넘은 회사가 400개 이상, 10억 달러를 넘은 회사가 100개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892026년 YC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합산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90첫 여름의 투자금은 씨앗만 했다. 화분에서 나온 것들이 이상하게 컸다.
#91그리고 2026년 5월 묘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Sam Altman이 다시 YC 창업자들 앞에 나타났다.
#92이번에는 Loopt를 만드는 19세 창업자가 아니었다. OpenAI의 CEO였다.
#93Altman은 당시 YC 배치의 모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회사당 최대 200만 달러 상당의 OpenAI 토큰을 제공하고 지분을 받는 파격적인 투자 제안을 내놨다.
#94시간을 21년 되돌리면 방향은 반대였다. 2005년에는 YC가 Sam Altman에게 돈과 기회를 줬다.
#952026년에는 Sam Altman이 이끄는 회사가 YC의 다음 창업자들에게 자원을 주겠다고 돌아왔다.
#96원이 한 바퀴 돌았다. 투자를 받던 사람이 조직을 이끌고, 조직을 떠나 또 다른 회사를 만들고, 다시 돌아와 다음 창업자에게 투자한다.
#97이 학교에서는 졸업이 관계의 끝이 아니었다.
#98하지만 성공에는 새로운 문제가 따라왔다. 초창기 YC의 매력은 남들이 아직 알아보지 못한 회사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었다.
#99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뒤집혔다. YC에 합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신호가 됐다. Demo Day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유망한 창업자에게는 회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데도 높은 기업가치가 붙는다.
#1002026년 Spring 배치에서도 일부 스타트업이 1억7,500만 달러를 넘는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이미 회사를 만들어본 연쇄창업자들에게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 모습도 나타났다.
#101이것이 거품인지 새로운 현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102예전에는 YC가 아무도 믿지 않는 창업자를 먼저 믿었다. 이제는 YC가 믿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믿기도 한다.
#103좋은 회사를 발견하는 시스템이 너무 강력해지면, 어느 순간 그 시스템 자체가 무엇이 좋은 회사인지 결정하는 권력이 될 수 있다.
#104YC가 성공해서 생긴 가장 흥미로운 딜레마다.
#1052026년의 YC에서는 AI가 거대한 축이 됐다. YC의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AI 카테고리로 분류된 회사만 1,500개를 넘는다. 최근 배치에서는 AI 에이전트와 개발자 도구뿐 아니라 로보틱스, 의료, 교육, 금융, 국방, 인프라처럼 현실 세계의 시스템을 AI로 다시 만드는 회사들이 눈에 띈다.
#1062005년에는 웹이 몇 명의 작은 팀이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비용을 낮췄다. 2026년에는 AI가 다시 한번 작은 팀이 만들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밀어내고 있다.
#107기술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YC가 창업자들에게 반복해온 문장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108"Make something people want."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
#109Paul Graham이 강조해온 또 다른 원칙도 비슷하다. 초기에는 확장되지 않는 일이라도 직접 하라. 사용자를 만나라. 제품을 빨리 만들어라. 스타트업처럼 보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라.
#110Airbnb 창업자들이 직접 호스트를 만나러 다니던 이야기는 훗날 Graham의 유명한 에세이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111웹에서 모바일로. 모바일에서 클라우드로. 그리고 AI로. 기술은 바뀌었지만 질문은 남았다.
#112누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이 창업자들은 그것을 끝까지 찾아낼 사람들인가?
#113다시 2005년의 작은 방으로 돌아가보자. 8개 팀이 있다. Reddit은 아직 세계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다. Justin Kan과 Emmett Shear는 Twitch가 아니라 실패하게 될 캘린더를 만들고 있다. Sam Altman은 OpenAI의 CEO가 아니라 19세 창업자다. Airbnb 창업자들은 아직 YC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14Paul Graham과 Jessica Livingston 역시 자신들이 만든 여름 프로그램이 무엇이 될지 모른다.
#115모두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결과를 알고 과거를 보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다.
#116"저 방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네." 하지만 당시 그들은 아직 유명하지 않았다.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할지 알 수 없었다.
#117YC 역시 수많은 회사를 잘못 판단했고, 실패할 회사에 투자했고, 좋은 회사를 놓쳤다.
#118완벽하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YC의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Reddit과 Airbnb와 Stripe를 골랐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119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그중 일부에게 작은 돈과 시간과 동료와 한 번의 기회를 건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120Jessica Livingston의 인생에서는 한동안 서로 관계없어 보이던 경험들이 나중에 YC에서 하나로 모였다. Reddit 창업자들은 한 번 탈락했다가 다시 불렸다. Kiko는 실패했지만 그 창업자들에게서 Twitch가 나왔다. 19세 Sam Altman은 투자를 받으러 들어왔다가 9년 뒤 YC를 맡았고, 21년 뒤에는 OpenAI를 이끌고 다음 YC 창업자들에게 투자하겠다고 돌아왔다.
#121사람에게 준 기회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6년 8월에도 YC는 다시 다음 창업자들을 고르고 있다.
#122그 지원서 어딘가에는 지금 우리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2320년 뒤 누군가는 그 명단을 펼쳐보고 2005년의 명단을 보는 우리처럼 말할지도 모른다.
#124"이 사람이 그때 여기 있었다고?" 그렇다면 결국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125아직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